아침 9시! 누군가는 가족들이 출근한 후 커피 한 잔과 함께 아침드라마에 빠져 있을 시간이다. 그러나 서울 이태원1동 주민센터 다목적실에는 자신의 몸을 단련하는 재미에 푹 빠진 어르신들이 있다.

이성규 국학기공 강사는 어르신들이 상하기 쉬운 관절을 보호하는 운동과 함께 에너지를 축적하는 다양한 동작으로 120세 교실 수업을 이끌었다.
이성규 국학기공 강사는 어르신들이 상하기 쉬운 관절을 보호하는 운동과 함께 에너지를 축적하는 다양한 동작으로 120세 교실 수업을 이끌었다.

매주 월요일과 수요일, 금요일에 열리는 국학기공교실이 열리고, 그중 월요일에는 서울시가 후원하고 서울국학기공협회가 주최하는 120세 교실로 운영된다. 장수시대를 맞는 어르신들에게 건강 뿐 아니라 120세를 살아갈 희망과 꿈을 심어주는 프로그램이다.

회원들 대부분 70대 후반부터 80대 어르신이고 60대는 매우 젊은 세대로 1~2명에 불과했다. 회원들은 서로 마주보고 두 손바닥을 치며 “사랑합니다!”로 수련을 시작했다. 배꼽을 중심으로 온몸의 긴장을 풀어주고 면역력을 높이는 배꼽힐링부터 시작해서 몸의 관절 마디마디를 푸는 다양한 체조동작이 이어졌다.

국학기공 120세 교실 수련에 집중하는 어르신들. [사진=강나리 기자]
국학기공 120세 교실 수련에 집중하는 어르신들. [사진=강나리 기자]

이성규 강사는 관절이 상하기 쉬운 어르신들을 위해 발목, 무릎, 허리와 어깨 등을 천천히 그러나 충분히 풀어낼 수 있게 자신의 몸에 집중하도록 지도했다. 이 강사가 무릎 돌리기를 지도하며 “이 동작을 할 때 땅을 보면 반칙입니다. 벌금 500원이예요.”라고 농담을 던지자 어르신들은 ‘와~ 하하하!’라고 큰 웃음으로 답했다. 혈압이 오르기 쉬운 어르신들이 자꾸 땅으로 고개를 향하는 것을 막는 배려였다. 이 강사는 깊은 호흡을 하며 안정적으로 수련할 수 있도록 능숙하게 지도했다.

어르신들은 꽤 난이도 있는 동작도 무리 없이 해내며 강사에 집중했다. 처음 시작할 때 다소 진지하고 심각한 표정으로 따라하던 회원들이 수련에 몰두하고 강사와 대화를 주고받으며 어느새 해사한 미소를 떠올렸다.

120세 교실 수업의 끝으로 모두 누워서 깊은 호흡을 하는 동안 이성규 강사는 교재인 '나는 120살까지 살기로 했다' 책에서 어르신들에게 희망을 주는 메시지를 읽어주었다. [사진=강나리 기자]
120세 교실 수업의 끝으로 모두 누워서 깊은 호흡을 하는 동안 이성규 강사는 교재인 '나는 120살까지 살기로 했다' 책에서 어르신들에게 희망을 주는 메시지를 읽어주었다. [사진=강나리 기자]

40여분이 지나고 드디어 앉아서 수련하는 시간, 회원들은 “앉는 게 최고로 좋네!”라고 했다. 집에서는 앉아있어도 편하다기보다 눕고만 싶지만 이렇게 충분히 단련하고 나서 앉으면 그렇게 행복할 수 없단다. 발끝치기, 굴렁쇠, 손발을 털어 내는 모간운동 등을 마친 회원들은 조용히 누워 깊은 호흡에 들어갔다.

이성규 강사는 교재인 ‘나는 120세까지 살기로 했다.’(이승헌 저) 책에 담긴 호서대 설립자인 강석규 총장이 95세에 쓴 글을 담담하게 읽어주었다. 은퇴 후 30년이 넘는 시간을 덤이라 생각하고 낭비한 것을 반성하고 새로운 꿈을 실현하기로 했다는 내용이었다. 이 글은 어르신들에게 큰 감동을 전했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1동주민센터 국학기공 동호회원들. 매주 월요일 서울시가 후원하고 서울국학기공협회가 운영하는 120세 교실에 참가한다. [사진=강나리 기자]
서울 용산구 이태원1동주민센터 국학기공 동호회원들. 매주 월요일 서울시가 후원하고 서울국학기공협회가 운영하는 120세 교실에 참가한다. [사진=강나리 기자]

국학기공 수련을 58세에 시작해서 30년 가까이 한다는 전윤옥(86) 회원은 “오늘 120세 메시지는 특별히 감명 깊고 공감이 간다. 우리는 이렇게 오래 살 것이라고 생각을 못하고 산 세대”라며 “오랫동안 경리 일을 했는데 나이 들어 사회에서는 쉴 나이라고만 하지 할 일이 많지 않다. 하지만 기체조를 하면서 나이를 잊는다. 나이는 많아도 마음은 젊고 사람들을 만나는 게 굉장히 즐겁다. 생활 자체를 즐겁게 한다.”고 했다.

정월순(82) 동호회 회장은 “수련한 지 7년 밖에 안 되었다. 국학기공 수련을 하면서 살이 빠졌고 살이 단단해졌다. 근육이 생긴 것이다. 혈압약을 먹은 지 오래되었는데 안 먹어도 된다고 들었다. 무엇보다 이곳에 오면 즐겁다. 집에서는 우울하게 지내다가도 여기 오면 활기를 찾는다. 노인정이나 구청에서도 운동을 하는데 기공이 정말 좋다. 80세 넘은 사람이 해도 무리가 없고 몸에 딱 맞는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1동주민센터 국학기공동아리 회원들. (왼쪽부터) 동호외 윤채화 총무,  정월순 회장, 김귀심 회원, 전윤옥 회원. [사진=강나리 기자]
서울 용산구 이태원1동주민센터 국학기공동아리 회원들. (왼쪽부터) 동호외 윤채화 총무, 정월순 회장, 김귀심 회원, 전윤옥 회원. [사진=강나리 기자]

김귀심(71) 회원은 “50대가 되었을 때 몸이 이곳저곳 아파서 주위의 조언을 받고 기공을 시작했다. 특히 무릎관절이 안 좋았는데 지금은 다 나았고 무엇보다 정신적으로 편안해져서 예민하던 성격도 좋아졌다. 나이 70이면 여기서는 어린 편이다. 80대인 회원들께서 사랑해주고 아껴주니 행복하고 좋았다.”고 했다. 그는 “지난 9일 서울숲에서 열린 제6회 서울국제 생활체육 국학기공 페스티벌에 참석했다.”며 “세계가 하나가 된다는 것이 느껴졌고, 모두가 사랑스럽게 어울리는 게 정말 좋았다.”고 했다.

동호회 윤채화(78) 총무는 “수련을 하면서 여러 면에서 좋아졌다. 원래 남 앞에 서서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지 않던 성격인데, 이젠 누구하고든 대화를 나눌 힘과 용기가 생겼다. 회장님과 호흡이 맞으니까 정말 즐겁다.”며 “남들은 아침에 드라마에 빠진다는데 회장님과 나는 8시 20분이면 나와서 청소를 하고 수련할 준비를 한다.”고 했다. 윤 총무는 120세 교실수련에 관해 “우리나라 여성이 전 세계에서 평균수명 100세를 처음 넘게 될 거라니 놀랍다. 앞으로 120세를 생각하면 봉사활동을 하며 건강하게 살도록 열심히 수련해야겠다.”고 꿈을 이야기했다.

이태원1동 주민센터 120세 교실을 이끄는 이성규 강사와 마윤홍 보조강사는
이태원1동 주민센터 120세 교실을 이끄는 이성규 강사(왼쪽)와 마윤홍 보조강사는 "어르신들이 밝고 건강해질뿐 아니라 용기와 희망을 가지고 앞으로의 인생을 계획하는 모습에서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120세 교실 주강사인 이성규(56) 강사는 “국학기공 전업강사로 이곳은 4월에 인계받았고, 중구 약수노인복지관은 6년째 지도한다. 동작이 잘 안되어도 열심히 따라하려는 어르신들 눈빛을 보면 반짝반짝 하는데 그럴 때 보람을 많이 느낀다.”고 했다. 이 강사는 “몇몇 분은 대충하다 가면 된다고 하는데 건강하려고 출석을 한 것이니 그냥 보내드릴 수는 없다. 앉으려고만 하는 경우에도 일어서서 여러 동작을 하도록 조금 강하게 수련을 지도할 때가 있다. 복지관의 경우 대부분 무료 프로그램인데, 국학기공반은 회비를 받아도 40명 씩 대기자가 있을 정도로 인기”라고 밝혔다.

수련지도를 할 때 우리 민요 아리랑이나 태극기 이야기, 우리 전통육아법인 단동십훈 등 자료를 하나씩 전한다는 이 강사는 “어르신들에게는 120세 메시지로 희망을 전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더불어 사는 정서가 점점 사라지고 나밖에 모르는 세상이 되다 보니 희망을 전해 앞으로 삶을 어떻게 사는지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치매예방을 위한 뇌체조도 안된다고 선택하면 못하지만 할 수 있다고 선택하면 된다는 것을 체험시켜드린다. ‘이 나이에 뭘 하겠어’라고 하던 분들이 용기를 갖고 보람찬 삶을 꿈꾸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뿌듯하다.”고 했다.

마윤홍(54) 강사는 인쇄업에 종사하며 월요일 출근 전에 이태원1동 주민센터 120세 교실 보조강사를 하고 있다. “어르신들 불편한 곳을 보살펴 드리면 몸 건강에 대해 묻기도 하고 감사함을 많이 표현하신다. 뵐 때마다 얼굴도 환해지고 동작도 더 부드러워지는 걸 보면 보람차다. 여기서 수련지도를 하고 출근을 하면 활기차고 웬만해서 스트레스도 덜 느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