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 지정 번호가 어느덧 2000호에 이르렀다. 문화재청(청장 정재숙)은 보물 제2000호로 1801년 당시 화가 김홍도가 그린 8폭 병풍 ‘삼공불환도’를 지정했다.
삼공불환도는 김홍도가 순조의 천연두 완쾌를 기념해 만든 4점의 병풍 중 한 점이다. 경물을 옆으로 비스듬하게 배치한 사선 구도를 활용해 역동감을 준 그림이다. 강을 앞에 두고 산자락에 자리한 큰 기와집과 논밭, 손님치레 중인 주인장, 심부름 하는 여인, 일하는 농부, 낚시꾼 등 여러 요소를 짜임새 있게 그려 넣어 전원생활의 한가로움과 정취를 표현했다.
중국 고전에 기초해 김홍도가 조선 백성들의 생활상으로 재해석한 것으로, 말년의 창작활동을 대표하는 작품이자 인물, 산수 등 여러 분야에 두루 뛰어났던 그의 역량이 유감없이 발휘된 역작이다.
한편, 문화재청은 지난 1962년 문화재보호법이 제정되면서 그해 12월 서울 숭례문(국보 제1호) 등 116건을 국보로, 이듬 해 1월, 서울 흥인지문(보물 제1호) 등 423건을 보물로 일괄 지정한 이후 지금까지 총 336건의 국보와 2,132건의 보물을 지정했다. 그러나 동일 판본에서 인출한 서책 등의 경우 부번으로 지정하기에 실제 지정건수는 2,000건 보다 많다.
한편, 문화재청은 삼공불환도 외 3건을 보물로 지정했다. 보물 제1998호로 지정된 진도 쌍계사 ‘목조석가여래삼존좌상’은 17세기 중엽 전라‧경상지역에서 활동한 승려 조각가 희장(熙壯)을 중심으로 총 9명의 조각승이 공동으로 참여해 1665년에 완성한 작품이다. 제작연대와 제작자, 봉안처(奉安處) 등 조성 과정에 대한 학술 정보를 잘 구비하고 있어 17세기 불교조각사 연구를 위한 중요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보물 제1999호에는 대구 동화사 ‘목조아미타여래삼존상’이 지정되었다. 높이 2m 이상의 대형 불상조각으로, 17세기에 활동한 조각승 현진(玄眞)의 작품이다. 온화한 얼굴과 무게감 있는 신체 표현 등 현진의 개성을 잘 보여주며, 17세기 전반 목조 불상 중 비교적 큰 규모에 속하는 작품이다.
이번에 지정된 네 번째 보물은 제1281-6호에 지정된 ‘자치통감 권129~132’이다. 1436년에 간행한 자치통감의 판본 가운데 권129~132에 해당하는 책이다. 처음 간행 당시에는 금속활자인 ‘초주갑인자(初鑄甲寅字)’로 찍어 총 294권 100책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으로 편찬했다. 특히, 권129와 권130은 처음 확인된 내용이라는 점에서 1463년 간행된 자치통감의 전체 현황을 파악하고, 조선 전기 인쇄술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해 준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이번에 국가지정문화재(보물)로 지정된 문화재가 체계적으로 보존 및 활용 될 수 있도록 해당 지방자치단체, 소유자(관리자) 등과 적극적으로 협조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