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년을 가는 종이’ 한지가 유럽의 권위있는 지류복원 전문기관인 이탈리아 ICPAL(국립기록유산보존복원연구소)로부터 이탈리아 문화재를 복원하는 데 쓰이는 재료로 적합하다는 인증을 받았다. 그간 서양의 문화재 복원에는 일본의 화지가 광범위하게 쓰여 왔는데, 한국의 한지가 이를 대체하는 문화재 복원재료로써 새롭게 부각된 것이다.

이탈리아 국립기록유산보존복원중앙연구소(ICPAL)의 한지 인증서 전달식에 참석한 이동식 문화재보존과학센터장(오른쪽 두 번째)과 ICPAL 소장 마리아 레티지아 세바스티아니(오른쪽 세 번째). [사진=문화재청]
이탈리아 국립기록유산보존복원중앙연구소(ICPAL)의 한지 인증서 전달식에 참석한 이동식 문화재보존과학센터장(오른쪽 두 번째)과 ICPAL 소장 마리아 레티지아 세바스티아니(오른쪽 세 번째). [사진=문화재청]

지난 16일 오후 3시 로마 ICPAL에서는 한지 인증서 전달식과 함께 한지로 복원되었거나 복원 중인 문화재 여러 점이 공개되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의 유럽순방 이탈리아 방문 기간 중에 개최되어 한국과 이탈리아 문화 교류 부문에서 의미가 크다.

이날 행사에는 우리 정부를 대표해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축사를 했고, 이동식 국립문화재연구소 문화재보존과학센터장이 인증서를 받았다. 이탈리아 측에서는 문화유산활동관광부에서 잔루카 바까 차관, 프란체스코 스코폴라 교육연구국 총국장, 죠반나 팔코네 그로타페라타 국립국가유물 도서관장, ICPAL 마리아 레티지아 세바스티아니 소장 등이 자리를 함께 했다.

이탈리아 국립기록유산보존복원중앙연구소(ICPAL)의 한지 인증서 전달식에 참석한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장관(오른쪽 두 번째). [사진=문화재청]
이탈리아 국립기록유산보존복원중앙연구소(ICPAL)의 한지 인증서 전달식에 참석한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장관(오른쪽 두 번째). [사진=문화재청]

인증식 행사장에서 공개된 한지복원 이탈리아 중요 문화재는 카타니아의 학위집과 에티오피아 자필서적, 샤르데냐 가문의 문장집 등 성공적으로 복원한 3점이다. 또한 지금도 한지를 사용해 보존처리 작업 중인 ‘마아모니데스의 의심 가득한 자들을 위한 지침서’, ‘카말돌리 수도사 도서관의 플라비오 비온도 활자 인쇄본’, ‘시리아 카톨릭 성서’ 3점도 선보였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지난 2016년 우리 한지 2종에 대해 이탈리아 문화재 복원의 적합성을 인증 받은데 이어 2017년 상반기에도 우리나라 지역 공방에서 만드는 다양한 복원용 전통한지 8종을 ICPAL에 표본으로 제공하여 문화재 복원력 인증 실험을 요청했다. ICPAL 측에서는 8종 중 경남 의령 신현세 장인의 공방에서 만든 1종에 대한 인증을 추가로 완료하였고, 나머지 7종도 2019년까지 인증 실험을 완료할 예정이다.

한지는 중국, 일본 등과 달리 닥종이로 만들어  매우 품질이 뛰어나  글과 그림, 공예작품 등으로 많이 활용되었다.
한지는 중국, 일본 등과 달리 닥종이로 만들어 매우 품질이 뛰어나 글과 그림, 공예작품 등으로 많이 활용되었다.[사진=괴산한지체험박물관]

국립문화재연구소는 “문화재 복원재료로 한지의 활용 가능성을 새롭게 부각하고 한지의 우수성을 확인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더욱 각별하다. 앞으로도 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 복원 기관에서 문화재 복원을 위한 재료로 한지 사용이 확대될 것”이라고 이번 인증의 의미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