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충청, 강원, 전라, 경남 지역에 있는 ‘조선시대 개인일기’ 172건을 조사하고, 그 목록과 중요일기 27편의 해제(解題)와 시각 자료를 수록한 ‘조선시대 개인일기4 –충청‧강원‧전라‧경남’을 발간했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지난 4년간 전국에 현존해 있는 조선시대 개인일기의 현황파악을 위해 지역별, 소장처별 목록을 조사하였고, 그 결과를 ‘조선시대 개인일기1-대구‧경북’(2015), ‘조선시대 개인일기2–인천‧경기’(2016), ‘조선시대 개인일기3–서울’(2017)로 발간‧배포하였다.
 

조선시대 개인일기4-충청‧강원‧전라‧경남 편. [사진=문화재청]
조선시대 개인일기4-충청‧강원‧전라‧경남 편. [사진=문화재청]

개인일기는 솔직하고 자유로운 문장과 필체로 당시를 보여주는 기록이다. 독자를 대상으로 한 기록이 아니므로 대부분이 정형화되지 않은 필체로 쓴 필사본이다. 내용파악도 어렵고 지극히 개인적인 기록이어서 그 소재 파악도 어렵지만, 저자가 생활한 지역의 명소나 풍속, 만난 사람들과의 교유관계, 관인(官人)의 일상에 나타난 여러 정치 상황 등 다양한 내용이 적혀있어 조선시대의 소소한 부분까지 이해할 수 있는 흥미로운 기록이다.

동일한 사건에 대하여도 일기마다 서로 다르게 나타나는데, 예를 들면 ‘광해군일기(光海君日記)’에서 찾을 수 없는 사건이 ‘감재일기(感齋日記)’에는 자세히 기록된 예가 있다. ‘감재일기’ 1609년 1월 24일조에 이산해(李山海, 1539~1609)가 병이 들어 제대로 업무를 수행할 수 없다는 이유로 사직을 청하자 광해군이 내의원을 보내어 위문하고 사퇴요구를 반려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이 부분은 ‘광해군일기’에는 수록되지 않았고 이산해의 문집에서도 찾을 수 없는 내용으로, 광해군이 이산해를 신임한 정도가 명확히 드러난 사료라고 할 수 있다.

‘조천일기(朝天日記)’는 최응허(崔應虛, 1572~1636)의 유일한 저작으로 추정되는 일기로, 광해군 말년 북경으로 향하는 해로사행(海路使行)이 어떠한 과정으로 진행되었는지를 알 수 있는 기록이다. 한양에서부터 북경에 도착하여 안주로 되돌아올 때까지 9개월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일자별로 날씨, 유숙한 장소, 해당 날짜의 활동이 담겨 있다.

'시언(是言)’은 유제양(柳濟陽, 1846~1922)의 개인일기로, 그는 관직에 나가지 않고 학문에 힘쓰는 구례 지역의 지주였다. ‘시언’에는 그가 7세가 되어 서당을 다니기 시작한 일, 12세가 되어 ‘사기(史記)’를 읽은 일 등의 기록을 통해 당시 향촌 양반가의 교육 상황에 대해서도 알 수 있다. 또한, 여러 가지 물건값이나 인부들의 노임 등의 내용은 농업 경제사 복원에 참고가 될 것이다.

‘경양일기(鏡陽日記)’에는 강릉을 기반으로 한 사족(士族) 김연학의 일상이 구체적으로 기록되어 있다. 새해 첫날의 세배와 성묘, 자녀의 출산과 죽음, 모친의 병구완, 가까운 친족의 장례와 제례, 인편으로 편지를 주고받은 사람들, 직접 대면한 사람들을 통한 교유관계 등 일상생활의 다양한 내용이 담겨 있다. 또 강릉과 인근 지역의 다양한 지명이 등장하고 있어서 지명 연구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번에 발간한 책자는 국공립 도서관과 국내외 연구기관 등에 배포할 예정이며 원문은 국립문화재연구소 누리집(www.neich.go.kr)에서 누구나 열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