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화유산 고구려 고분벽화의 가치와 의미를 조명한 국제학술심포지엄이 열렸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소장 최종덕)는 한성백제박물관(관장 이인숙)과 공동기획으로 '고구려 고분벽화, 남북의 소중한 세계문화유산’ 국제학술심포지엄을 6일 서울 한성백제박물관 강당에서 개최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국립문화재연구소 미술문화재연구실이 한성백제박물관이 소장한 ‘고구려 고분벽화 모사도(模寫圖)’(북한 제작)를 박물관과 함께 조사한 성과를 바탕으로, 세계문화유산 고구려 고분벽화가 갖는 가치와 의미를 조명했다.

고구려 고분벽화 전문 연구자인 울산대학교 전호태 교수가 ‘세계문화유산 고구려 고분벽화의 가치와 의미’를 기조발표를 통해 고구려 고분벽화가 갖는 문화, 예술, 종교, 사상, 사회 전반에 걸친 역사적 가치와 의미를 조명했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는 한성백제박물관과 공동기획으로 ‘고구려 고분벽화, 남북의  소중한 세계문화유산’ 국제학술심포지엄을 6일 서울 한성백제박물관 강당에서 개최했다. [사진=정유철 기자]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는 한성백제박물관과 공동기획으로 ‘고구려 고분벽화, 남북의 소중한 세계문화유산’ 국제학술심포지엄을 6일 서울 한성백제박물관 강당에서 개최했다. [사진=정유철 기자]

 전호태 교수는 "문화사적 측면에서 고구려 고분벽화는 문화적 보편성과 독자성이 구현되고 문화 재창조의 과정이 확인되는 유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고분벽화는 고구려에서 이루어진 문화·예술 교류의 과정과 결과를 담은 작품이기도 하다. 고분벽화는 고구려 생활문화사의 입체적 이해 및 원형에 대한 추적을 가능하게 해주며 과학기술사적 성취과정과 결과도 확인시켜준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종교·사상적 측면에서 고분벽화는 고구려인이 지닌 내세관, 세계관을 형상화한 수단이었다. 이는 내세관, 세계관의 바탕을 이루는 종교·신앙의 전개과정을 파악하게 한다는 의미도 지닌다. 고분벽화는 또한 고구려인이 지닌 내세관, 종교·신앙과 관련된 관념과 형상, 무덤 구조의 연동 관계를 확인시켜 준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사회사적 측면에서 고분벽화는 고구려 역사·문화 복원의 기초 자료를 제공해주는 의미 있는 유적이다. 고분벽화는 고구려 사회질서와 신분 관계의 재구성에도 활용될 수 있다. 고분벽화는 고구려 사회사, 문화사, 예술사, 종교사의 복합적 이해도 가능하게 한다”며 “이처럼 문화사, 예술사, 종교 사상사, 사회사적 측면에서 다양한 가치와 의미를 지니고 있음에도 고구려 고분벽화 연구는 성과의 축적이 여전히 제한되어 있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고분 벽화 연구가 의미 있는 성과로 이어지려면 여러 분야의 연구자들이 팀을 이룬 학제적, 융합적 연구가 추진되고 실현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는 한성백제박물관과 공동기획으로 6일 열린 ‘고구려 고분벽화, 남북의 소중한 세계문화유산’ 국제학술심포지엄에서 고구려 고분벽화에 관해 발표한 전문가들과 주최 기관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했다. [사진=정유철 기자]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가 한성백제박물관과 공동기획으로 6일 개최한 ‘고구려 고분벽화, 남북의 소중한 세계문화유산’ 국제학술심포지엄에서 고구려 고분벽화에 관해 발표한 전문가들과 주최 기관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했다. [사진=정유철 기자]

 이어 1부에서 최근 10여 년간 북한 지역의 낙랑, 고구려, 발해유적 발굴사업에 참여한 정경일(鄭京日) 중국 연변대학교 역사학부 교수(연변대 고구려발해연구센터 부주임) 가 ‘북한 소재 고구려 고분벽화 최신 발굴 성과 및 관리 현황’ 발표를 통해 옥도리 벽화고분, 천덕리 벽화고분, 보성리 벽화고분, 장수원동 벽화고분 등 21세기 들어서 발굴된 벽화고분들의 조사 성과와 북한의 문화유산 보호 및 관리 현황을 소개했다. 정 교수는 “고구려 고분벽화는 2001년 태성리 3호 무덤을 비롯하여 총 10기가 조사, 발굴되었다."며 최근 발굴한 성과를 사진과 함께 생생하게 소개했다.

정 교수는 "2010년 5월부터 6월까지 남포시 용강군 일대에서 역사유적 조사발굴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발굴된 옥도리 벽화무덤은 최근 발굴된 고구려 벽화무덤 가운데 고구려 사람들의 다양한 생활 모습을 보여주는 유적이다. 특히 비교적 양질의 벽화가 남아 있어 가장 풍부한 고구려 벽화무덤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길림성문물고고연구소 왕즈강(王志剛) 부소장은 ‘중국 소재 고구려 고분벽화 발굴 현황과 연구성과’라는 발표를 통해 최근의 고구려 고분벽화 현황을 소개했다. 왕즈강 부소장은 “2003년부터 집안 고구려 세계문화유산 신청과 신청 후 후속 보호 프로젝트가 전개되면서 연구와 유물 보호가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고구려 벽화 고분의 보호 측면에서 중요한 성과를 거두었다”며 “2008년 길림성 문물고고연구소 등 기관은 고구려 세계유산 신청 후 후속 보호 프로젝트와 보조를 맞추기 위해 우산 1041호묘와 마선 1호묘에 다시 한번 수습을 진행하였다”고 말했다.

왕즈강 부소장은 “이 시기 고구려 벽화 고분을 기초로 한 연구 분야는 더욱 광범위해졌다. 전통적인 고고학, 역사 연구 외에 고구려 벽화 고분에 포함된 고구려 물질문화와 정신생활 연구가 더욱 심도 있게 체계적으로 이루어졌으며 기존 연구에서 많이 논의되지 않았던 고구려 복식, 건축, 미술 등에 대한 연구도 점차 늘어나 비교적 큰 학술적 영향력을 지닌 연구 저서와 광범위한 연구 분야와 다양한 방법론을 담은 논문이 발표되었다”고 밝혔다.

2부에서는 박아림 (朴雅林) 숙명여자대학교 교수는 ‘고구려 고분벽화 모사도 가치의 재조명’이라는 발표를 통해 대일항쟁기부터 제작된 고구려 고분벽화 모사도의 현황과 벽화 연구와 보존방안을 소개했다.

박 교수는 “1912년 오사 스네키리와 오타 후쿠조의 강서대묘와 강서중묘의 모사도 제작에서 시작된 고구려 고분벽화 모사는 동양화의 전통적인 회화학습과 보존 방법인 동시에 사라져가는 고대 벽화의 보존과 전시 방안의 하나로서 현재까지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며 “앞으로 점차 사라져갈 벽화에 대하여 해당 모사도가 제작 시기의 벽화의 상태를 타임캡슐처럼 보관한다는 점에서 나름의 문화재적 가치를 지니고 있어 모사도 자체 역시 후대에게 남기게 될 중요한 문화유산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윤희(朴允熙)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는 ‘북한 고구려 고분벽화 모사도의 제작과 활용’이라는 발표에서 광복 이후 이후 제작된 북한 고분벽화 모사도의 제작배경과 벽화 보존 관리를 위한 기록 자료로서의 활용 가치를 소개했다.

1990년대 북한 만수대창작사에서 제작한 강서대묘 ‘백호’, ‘주작’ 모사도 2점이 한성백제박물관에서 전시됐다. [사진=정유철 기자]
1990년대 북한 만수대창작사에서 제작한 강서대묘 ‘백호’, ‘주작’ 모사도 2점이 한성백제박물관에서 전시됐다. [사진=정유철 기자]

박 학예연구사는 “해방 후 고구려 역사의 조명을 통해서 북한 정권의 정당성을 확보하고자 당의 주도 아래 고분발굴사업이 활발히 진행되었고 이 과정에서 벽화 모사에도 각별한 노력을 기울였다. 초창기 모사도 제작에 참여한 정현웅과 손영기는 월북화가 출신으로 한국 전쟁 중 열악한 상황에서도 문양 하나하나를 빠짐없이 기록하는 열정을 보였다. 특히 벽화의 오염과 훼손 상태를 그대로 재현하여 그렸다. 유물에 가해진 손상의 정도를 가감 없이 그려내는 현상모사의 방식은 이후 북한 모사도 제작의 지침이 되었다”고 말했다.

박 학예연구사는 “1950년대부터 고구려 고분벽화의 모사와 복제를 거듭하는 과정에서 모사도는 원본과 차이를 거의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매우 정교화 되었다.”며 “오늘날 모사도는조사 당시 원화의 기록이라는 점에서 중성을 인정받는다. 벽화의 상태를 오랜 세월에 걸쳐 꾸준히 제작한 북한의 모사도에는 문화 유산 기록물로서의 가치도 함께 축적되어 있다”고 말했다.

3부에서는 미야사코 마사아키(宮廻正明) 일본 도쿄예술대학교 명예교수는 ‘고구려 고분벽화의 보존과 공개’에서 2010년 도쿄예술대학이 특허를 취득한 문화재 복제기술 ‘클론 문화재’의 개발 경위와 이를 이용한 고구려 벽화 모사 사업의 성과를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클론 문화재’는 도쿄예술대학이 개발한 특허에 의거, 제작된 문화재의 초고해상도 복원 복제 작품이다.

고구려 고분벽화의 모사는 대일항쟁기 일본인들이 현존 벽화의 보존과 전시 방안의 하나로서 지속적으로 제작되어 왔다. [사진=정유철 기자]
고구려 고분벽화의 모사는 대일항쟁기 일본인들이 현존 벽화의 보존과 전시 방안의 하나로서 지속적으로 제작되어 왔다. [사진=정유철 기자]

미야사코 마사아키 명예교수는 “클론 문화재는 최첨단 디지털 기술과 전통적인 아날로그 기술을 융합하고 사람의 손재주와 감성을 접목하여, 단순한 복제가 아닌 새로운 예술을 탄생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미야사코 교수는 “벽화는 성질상 당연하지만 쉽게 옮겨서 공개할 수 없고 훼손이 진행된다는 문제점이 있고 수작업 모사는 시간이 많이 걸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개발한 기술로 2010년 특허를 취득했다.”며 “먼저 강서중묘 남벽 동측의 주작을 대상으로 2005년부터 2008년까지 모사를 진행하였고, 이 4년에 걸친 성과를 토대로 강서대묘 사신도의 클론 문화재를 2012년에 완성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 강서대묘 클론 문화재를 이날 한성백제박물관 대강당 로비에 전시했다.

일본 도쿄예술대학교가 문화재 복원 특허기술로 재현한 강서대묘 ‘청룡’ 복제품 1점이 6일 한성백제박물관에서 전시됐다. [사진=정유철 기자]
일본 도쿄예술대학교가 문화재 복원 특허기술로 재현한 강서대묘 ‘청룡’ 복제품 1점이 6일 한성백제박물관에서 전시됐다. [사진=정유철 기자]

미야사코 교수는 “화재로 손상된 호류지 금당 벽화(일본), 둔황 막고굴 제57굴 벽화(중국), 바미얀 동대불 불감 천장벽화(아프가니스탄)를 클론 문화재로 복원하여 발표했다”며 “클론 문화재의 보급을 위해서는 위조품이나 가짜와 혼동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클론 문화재의 제작 이념을 명확히 밝히고 복제는 원본보다 뒤떨어진다는 선입견을 해소하며 문화재 보호에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를 호소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탈리아 보존처리 전문가인 로돌포 루잔 런스포드(Rodolfo Luján Lunsford)는 그가 참여한 ‘북한 수산리 고분벽화 보존지원과 성과’ 발표를 통해 문화재 복원으로 새롭게 태어난 고구려 고분벽화의 사례와 북한 수산리 고분 벽화 보존처리 현장의 체험을 생생하게 소개했다. 

이날, 일본 도쿄예술대학교가 문화재 복원 특허기술로 재현한 강서대묘 ‘청룡’ 복제품 1점과 1990년대 북한 만수대창작사에서 제작한 강서대묘 ‘백호’, ‘주작’ 모사도 2점이 한성백제박물관에서 전시됐다.

고구려 고분벽화군은 200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으며, 이는 남북한의 공통된 관심과 노력이 뒷받침되어 이룬 성과였다. 2006년과 2007년에는 남북공동조사단이 북한에 있는 고구려 벽화고분의 상태를 조사하고 보존처리를 지원하기도 하였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이번 심포지엄의 성과와 고구려 고분벽화 모사도의 조사내용을 정리하여 오는 12월까지 책자로 발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