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서책과 불교 조각, 신라시대 금귀걸이 등 우리의 소중한 문화재 4건이 국가 보물로 지정된다. 문화재청은 ‘이익태 지영록’과 ‘경주 황오동 금귀걸이’, ‘남양주 불암사 목조관음보살좌상’, '서울 칠보사 목조석가여래좌상'을 보물로 신규 지정했다.

보물 제2001호 ‘경주 황오동 금귀걸이’는 지난 1949년 경주 황오동 52호분에서 출토된 귀걸이 한 쌍으로, 외형상 주고리, 중간장식, 마감장식의 삼단으로 구성된 전형적인 신라시대 5~6세기 유물이다. 접합 부위가 매우 세밀해 눈으로는 잘 확인되지 않을 만큼 세공 기술이 뛰어나고 작은 구실 장식도 매우 섬세하고 아름답다. 또한, 입체형인 펜촉형 장식물 안팎으로 작음 금 알갱이를 촘촘하게 부착해 시각적인 화려함도 특징적이다.
 

이번에 국가지정문화재(보물) 제2001호로 지정된 경주 황오동 금귀걸이. [사진=문화재청]
이번에 국가지정문화재(보물) 제2001호로 지정된 경주 황오동 금귀걸이. [사진=문화재청]

이 귀걸이는 신라시대 경주에서 만든 전형적인 귀걸이 형태라는 점, 제작기법과 조형성이 우수하고 펜촉형 장식물의 창의적인 형태와 입체감이 돋보이는 점 등에서 신라 고분 금속공예품의 대표작으로 꼽을 만하다. 따라서 신라 장신구의 발전과 변화를 고찰하는 데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

한편, 보물 제455호로 지정됐었던 ‘경주 황오동 금귀걸이’는 ‘경주 노서동 금귀걸이’로 명칭이 변경된다.

보물 제2002호로 지정된 ‘이익태 지영록’은 제주목사를 역임한 이익태가 1694년 7월부터 1969년 9월까지 제주목사 재임기간 중의 업무와 행적, 제주 관련 역사를 기록한 책이다. 서문에 의하면 이익태는 제주목사를 역임하면서 알게 된 제주도의 열악한 생활상과 누적된 폐단을 기록으로 남겨 후세에 참고하기를 바라며 기록으로 남겼다.

수록된 내용은 이익태가 제주목사로 부임하기까지의 여정, 재임기간 중의 공무수행, 제주도 부임시의 행적과 그 과정에서 지은 시‧제문‧기행문 등이다. 특히, 제주와 관련된 여러 기록물과 조선인을 포함한 일본인, 중국인, 서양인의 표류(漂流)에 관한 기록이 비중 있게 다루어졌다. 이 책은 제주도 문화와 지명 등의 연원을 이해하는 데에 실질적이고 중요한 내용이 수록되어 있다. 또한, 외국인의 표류 상황이 기록되어 있어 조선 시대 표류민 정책 등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가치가 높다.

제2003호 보물은 17세기 전반기에 활발하게 활동한 대표적인 조각승 무염(無染)을 비롯해 총 5명의 조각승이 참여해 1649년에 완성한 불상인 ‘남양주 불암사 목조관음보살좌상’이 지정됐다. 높이 67cm의 단아한 규모에 머리에는 연꽃과 불꽃문양으로 장식된 화려한 보관(寶冠)을 썼으며, 전체적으로 비례가 알맞고 신체의 자연스러운 양감이 돋보인다. 얼굴은 이마가 넓고 턱으로 내려가면서 좁아져 역삼각형을 이루었으나, 날렵하고 갸름하게 처리한 턱선, 돌출된 코, 자비로운 인상에 실재감 있는 이목구비의 표현 등 1650년대를 전후로 아담하고 현실적인 조형미를 추구한 무염의 작품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작품은 정확한 제작 시기와 봉안처를 알 수 있고 보존상태도 양호해 17세기 중엽 불교 조각사 연구에 있어 귀중한 자료이다.

보물 제2004호 ‘서울 칠보사 목조석가여래좌상’은 1622년 광해군의 부인인 문성군부인 유씨(장렬왕후)가 왕족들과 친정 부모의 천도를 목적으로 발원해 왕실 원찰인 자수사와 인수사에 봉안한 11존 불상 중 하나로 추정되는 불상이다. 머리와 상반신을 앞으로 약간 숙인 자세에 오른손은 땅을 가리키고 왼손은 다리 위에 둔 항마촉지인(降魔觸地印) 한 모습이다. 상반신은 허리가 짧고 어깨가 넓지만 하반신은 다리가 높고, 턱을 수평으로 깎은 네모진 얼굴에 양 볼이 볼록하게 양감이 살아 있다. 작고 가는 눈에 오뚝한 코, 미소가 있는 작은 입 등 단정하고 인자해 보이는 인상이 특징이다. 기법이 화려하지 않고 비교적 간결하지만 중후한 기품과 위엄이 느껴지며, 17세기 전반 불상 중에서 수준 높은 작품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예술적 가치가 월등히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된다.
 

보물 제2004호로 지정된 서울 칠보사 목조석가여래좌상. [사진=문화재청]
보물 제2004호로 지정된 서울 칠보사 목조석가여래좌상. [사진=문화재청]

문화재청 관계자는 “이번에 국가지정문화재(보물)로 지정된 문화재가 체계적으로 보존 및 활용될 수 있도록 해당 지방자치단체, 소유자(관리자) 등과 적극적으로 협조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