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황후가 시해된 을미사변(1895년) 다음해 고종황제는 일본군의 무자비한 공격에 신변위협을 느껴 러시아공사관으로 피해 약 1년 간 거처했다. 이를 아관파천이라 한다. 122년 전 고종이 세자와 함께 다른 나라 공사관으로 피신할 수밖에 없던 통탄의 길이 시민에게 개방된다.

(위) 고종의 길 위치도. (아래) 복원된 '고종의 길'로 왼쪽이 미대사관, 오른쪽이 선원전 영역이다. [사진=문화재청]
(위) 고종의 길 위치도. (아래) 복원된 '고종의 길'로 왼쪽이 미대사관, 오른쪽이 덕수궁 선원전 영역이다. [사진=문화재청]

문화재청(청장 김종진)은 광복73주년, 경술국치 108주년을 맞아 3년간 복원 공사를 마무리한 ‘고종의 길’을 10월 정식 개방하기 전 8월 한 달간 국민에게 시범 개방한다. 고종의 길은 덕수궁 돌담길에서 정동공원을 지나 러시아 공사관까지 이어지는 총 120m 길이다. 고종의 길과 맞붙은 덕수궁 선원전 영역이 확인되어 2011년 미국과 토지 교환을 통해 우리나라의 토지가 되면서 석축과 담장을 쌓아 복원했다.

덕수궁 선원전은 왕들의 어진과 신주 등을 모시던 장소로, 원래 세종대로변에 있었으나 1900년 화재로 인해 1901년 당시 미국공사관 북쪽 수어청자리로 옮겨졌다. 그러나 광복이후 경기여고와 주한미국대사관저 부지로 사용되었고, 2003년 미국대사관 기숙사 건립을 위한 문화재 지표조사 결과 선원전 영역임이 확인되었다.

옛 러시아공사관에서 바라본 고종이 거처를 옮기 길을 찍은 1900년 대 초 사진.  [사진=문화재청]
옛 러시아공사관에서 바라본 고종이 거처를 옮긴 길을 찍은 1900년 대 초 사진. [사진=문화재청]

이 선원전 터 안에는 ‘조선저축은행 중역 사택’도 있는데 대일항쟁기에 조성된 후 미국대사관에서 쓰던 건물로, 내년에 시행되는 선원전 영역 발굴조사를 위해 올해 모두 철거될 예정이다.

8월 시범 개방되는 ‘고종의 길’은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입장료 없이 관람이 가능하다. 문화재청은 이번 시범 개방을 통해 문제점을 보완, 10월 정식 개방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