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네이티브를 위한 창작 수업 아이디어". 이미지 학교도서관저널
"디지털 네이티브를 위한 창작 수업 아이디어". 이미지 학교도서관저널

경기도 광명시 소하동에 있는 소하중학교는 디지털 수업 잘하기로 소문난 학교다. 2021년 학교 최초로 메타버스에서 수업나눔 콘퍼런스를 시작했고 2024년에는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 선도학교와 디지털 시민성 선도학교, 디지털 창의역량 중심학교 등의 연구과제를 운영했다. 이제는 디지털 플랫폼을 단순한 도구로 사용하는 단계를 넘어, AI와 디지털로 작품을 만들고 메타버스 공간이나 아이템을 직접 디자인하고 판매하는 수업 등 디지털 플랫폼별 특성에 맞는 콘텐츠를 생산하는 데까지 수업이 발전했다.

이렇게 디지털 수업 잘하기로 소문이 나다 보니 소하중학교 선생님들이 어느 자리에 학교를 대표해서 가면 다른 학교 선생님들로부터 디지털 수업이 잘되는 이유에 대해 늘 질문받았다. 그러나 몇 줄의 문장으로 설명할 수 없어 소하중학교 선생님들은 답답했다. 그래서 소하중학교에서 디지털 수업을 해온 지계영, 김현정, 박미진, 박희진, 정찬희, 최정은 선생님 6명이 뭉쳐 《디지털 네이티브를 위한 창작수업아이디어》(학교도서관저널, 2025)를 펴냈다.

이는 “학교 단위 공동체에서 디지털 수업을 위해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떻게 협업하는지, 반대로 디지털 덕분에 일어난 협업과 소통이 학교를 어떻게 바꾸어 가는지 등, 학교 공동체의 움직임과 내밀한 과정을 함께 보여주는 책”이다.

융합수업과 프로젝트 수업 사례가 많다. 여기서 소개하는 수업 사례는 여섯 선생님이 “디지털을 처음 만난 순간부터 좌충우돌하며 함께 만들어 온 협업의 기록이다.”

이 책은 “보통의 선생님들이 디지털을 활용해 창작 수업하는 과정을 날것 그대로 보여”준다. 저자들은 “사실 무엇보다 수업을 기획하기 전, 우당퉁탕 오가던 회의부터 함께 만든 수업을 공유하고 피드백하는 과정의 즐거움을 전하고 싶었다”라고 한다.

《디지털 네이티브를 위한 창작 수업 아이디어》는 크게 1장 ‘수업 내비게이션’과 2장 ‘누구나 크리에이터가 되는 수업’, 두 부분으로 구성하였다. ‘수업 내비게이션’에서는 디지털 콘텐츠 창작 수업의 구성과 필요성을 다룬다. 디지털 콘텐츠 창작 수업의 목적과 주안점, 새로운 플랫폼을 활용하기 앞서 선생님들이 알아두면 좋은 점들을 정리했다. 2장 ‘누구나 크리에이터가 되는 수업’에서는 디지털 콘텐츠 창작 수업 사례들을 교과 융합 수업, 콘텐츠 크리에이터, 학습 아카이브, 메타버스 창작 활동, 건축 및 공간 디자인으로 나누어 18개 항목을 제시한다. 이렇게 나누었지만, 과목을 넘나드는 융합 수업 사례가 많고, 하나의 수업 안에서 여러 콘텐츠를 활용하는 사례도 있어서 단일한 범주에 넘기 어려운 수업도 많았다고 한다. 각 수업은 ‘다가가기-마주하기-돌아보기’순서로 제시하여 수업하게 된 계기, 수업 방법, 자체 피드백의 내용을 담았다. 그래서 읽어 가면서 독자 또한 함께 수업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디지털 네이티브를 위한 창작 수업 아이디어".  이미지 학교도서관저널
"디지털 네이티브를 위한 창작 수업 아이디어". 이미지 학교도서관저널

 

이 책에서 말하는 디지털 콘텐츠 창작 수업의 필요성은 깊이 새겨둘 대목이다. 지금 아이들은 디지털 네이티브다. “아이들은 태어나자마자 디지털 환경 속에서 홍수처럼 넘치는 미디어를 만나 가장 큰 소비자가 되었다. 아날로그로 시작해 디지털을 외국어처럼 단계별로 패치한 시성세대와는 달리, 디지털을 모국어처럼 사용하는 디지털 네이티브다.” 그러므로 “이제 아이들은 디지털 네이티브로서 다양한 디지털 플랫폼에 알맞은 방법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하고 타자의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디지털 콘텐츠를 통해 사람과 세상을 건강하게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의미 있는 디지털 콘텐츠를 제작하고 활용하며 공유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디지털 콘텐츠 창작 수업을 통해 아이들은 “모든 과정에서 디지털 도구를 활용하는 기술을 배울 수 있으며 디지털 플랫폼을 사용하는 능력도 향상된다.” 이것은 아주 기본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들은 디지털 콘텐츠 창작 수업은 ‘창의성과 주도성’을 기르는 수업이라고 말한다.

“다양한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하여 콘텐츠를 창작하는 수업의 목표는 학생들이 배움을 온전히 녹여내어 자신이 이해한 세상을 자신의 방식으로 표현하는 역량을 키우고 스스로 문제에 대한 해답을 구성하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디지털 네이티브들이 스토리텔링 능력, 시각적 문해력, 콘텐츠를 구성하고 이해하는 능력, 디지털 매체를 해석할 수 있는 능력 등을 함양하여 디지털 문화를 향유하도록 하는 것이 이 수업의 또 다른 목표라고 할 수 있다.”

저자들이 경험한 바에 따르면 디지털 콘텐츠 창작 수업은 학생들이 콘텐츠의 생산자와 소비자의 경계를 넘나들게 하며, 특히 공유를 활발하게 한다. 또한 디지털 콘텐츠 창작 수업은 예측 불가한 미래를 살아갈 학생의 주도성과 디지털 역량을 함양하는 동시에 선생님의 다양한 역량도 함양한다. 이 같은 수업에서는 선생님은 전통적인 교실 수업에서 점유했던 지배자 지분을 자연스럽게 내려놓고, 옆에서 가이드하는 역할에 충실해진다. 창작은 학생의 몫이고 디지털 활용 능력 역시 디지털 네이티브를 따라가기 어려우니, 선생님은 ‘학생이 스스로 잘 탐구하고 잘 만들도록 안내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이렇게 되면 교사가 수업을 주도하지 못하는 일이 생기지나 않을까 우려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 우려는 안 해도 된다.  “역설적이게도, 선생님이 주도자 역할을 내려놓음으로써 탄생한 학생의 창의적인 결과물을 통해 새로운 수업을 기획하고 공유하는 교사주도성이 더욱 발휘되기도 한다.”

그런데 소하중학교 교사들은 어떻게 해서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 창작 수업을 할 수 있었을까? 그 답은 아날로그에 있었다.

“하기 싫어하는 사람에게서도 최소한의 변화를 끌어내는 것, 작은 변화도 크게 칭찬해서 업그레이드할 힘을 주는 것, 새롭게 주어진 업무를 혼자 하게 내버려 두지 않는 동료성 문화가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 힘이었다. 때론 멀리서, 때론 가까이서 관찰한 평범한 선생님들의 역할값이었다.”

저자들은 “디지털 수업을 쉴 새 없이 쏟아지는 공문과 연수로 확산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교사 공동체의 관계가 회복되고 학교의 문화가 유연하게 바뀌었을 때 스스로 속도를 내어 달라가는 것을 우리는 함께 목격했다. 최첨단 교육과정을 안착시키기 위해 가장 아날로그한 사람의 마음을 돌보는 것. 위로하고 격려하며 함께 힘을 내는 것, 우리가 전하는 디지털 수업 이야기의 종착점이다.” 교육당국이 귀담아들어야 할 교육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