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아·이상준 지음 "이런 과학 수업은 처음이야" 표지(입체). 이미지 학교도서관저널
최정아·이상준 지음 "이런 과학 수업은 처음이야" 표지(입체). 이미지 학교도서관저널

23년 동안 교육 현장에서 아이들과 만나온 최정아 교사에게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과학을 잘 알지도 못하는데, 덜컥 6학년 과학 전담 수업을 맡게 되어 눈앞이 캄캄해졌다. 차시마다 가르쳐야 할 내용과 개념을 공부하며, 관련 영상도 찾고 재미있는 실험도 준비했다. 그런 덕분에 개념을 가르치고 실험을 하며 과학 수업을 무난히 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허전했다. 그저 개념만 익히고 실험만 하는 과학 시간이 아닌, 삶과 긴밀해 관련된 과학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궁리 끝에 과학과 그림책을 엮어야겠다고 생각했다. 10년 넘도록 아이들과 그림책 수업을 해오던 최 교사는 그림책만큼 아이들에게 삶의 이야기를 나누기 좋은 매개는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림책과 과학을 연계하고 나니 낯설고 엉뚱할 것만 같던 과학 수업은 전혀 엉뚱하지 않은 과학 수업이 되었다. 아이들은 수업을 통해 자신을 바로 세우고, 친구와의 관계도 돌아보고, 이웃과 환경까지 살폈다. 그렇게 교과 수업의 흐름 속에 별책부록처럼 스며든 그림책 과학 수업은 아이들이 반기고 기다리는 수업이 되었고, 모두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넸다.

최정아 교사는 그림책으로 하는 과학 수업에서 얻은 경험을 나누기 위해 카이스트에 재학 중인 아들과 함께 전에 없던 과학 수업 지침서를 집필했다. 《이런 과학 수업은 처음이야 : 그림책과 함께하는 주제별 과학 활동》(최정아·이상준 지음, 학교도서관저널, 2025)가 바로 그 과학 수업 지침서이다.

엄마와 아들, 교사와 대학생, 기성세대와 신세대, 과학을 잘 모르는 사람과 과학을 전공하는 사람과 같이 다양한 관계로 얽힌 두 저자는 서로의 시선과 질문을 공유하며 아이들이 재미와 배움을 동시에 얻을 수 있는 과학 교수법을 고안해냈다.

먼저 과학 시간에 웬 그림책이냐고 의아해할 수도 있는데 저자는 “과학과 인문학은 늘 함께”라고 말한다. “하늘은 왜 파란색일까?” “사람은 왜 태어날까”라는 질문에도 과학과 철학이 함께 녹아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인간의 탄생 과정을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도 있고, 사람이 세상에 존재해야 하는 이유에 관한 철학적 답을 내릴 수도 있다”라며 “아이들에게는 같은 현상을 과학과 철학, 즉 과학과 인문학의 시각으로 함께 생각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만 과학적 개념과 지식만 채우는 사람이 아닌, 인간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과학적 능력을 지닌 사람으로 자랄 수 있다”고 한다. 과학과 인문학이, 과학 수업과 그림책이 함께여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이런 과학 수업은 처음이야》는 과학 수업 지침서에 맞게 2022 개정 교육과정을 반영하여 총 다섯 개 부문으로 구성하였다. 계절이나 낮과 밤의 변화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에 대한 고찰이 담긴 ‘지구와 우주’ 부문을 시작으로 ‘생명’ ‘운동과 에너지’ ‘물질’을 다루고 무분별한 기술의 발전이 가리고 있던 아동권과 동물권의 필요성을 돌아보는 ‘과학과 사회’까지 오늘날 과학기술 시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주제들을 담아냈다.

최정아·이상준 지음 "이런 과학 수업은 처음이야" 표지(입체). 이미지 학교도서관저널
최정아·이상준 지음 "이런 과학 수업은 처음이야" 표지(입체). 이미지 학교도서관저널

 

각 부문을 살펴보면 그림책으로 하는 과학 수업이 어렵지 않게 느껴질 것이다. 주제와 관련된 그림책을 소개하고, 그림책과 연계한 맞춤형 과학 활동을 쉽고 재미있게 안내한다. 이는 오랫동안 그림책 수업을 한 저자의 경험이 밑바탕이 되었다. 글쓰기 활동부터 실험 활동까지, 다채로운 과학 활동이 아이들이 과학과 인문학의 시선을 오가며 세상을 바라보도록 돕는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능동적인 ‘참여자’로서 함께 수업을 꾸려나가도록 이끈다. 각 부문에 둔 ‘함께 질문을 나눠요’에서는 ‘과학 질문’과 ‘가치 질문’을 각각 제시함으로써 과학 지식을 배우고 인문학적인 사고를 하도록 한다. ‘조금 더 나누고 싶은 이야기’에서는 각 부문의 과학 주제를 더욱 세밀하게 들여다 봄으로써 아이들이 한층 깊고 넓은 관점에서 바라보게 한다.

《이런 과학 수업은 처음이야》, 교사 엄마가 쏘아 올린 인문학적 질문에 과학도 아들이 내려주는 명쾌한 과학적 해답. 이 책을 참고한다면 이제 막 과학 전담 수업을 맡게 된 새내기 교사든 과학 수업에 익숙한 경험이 풍부한 교사든 새롭고 알찬 과학 수업을 꾸려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이 반기고 기다리는 수업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