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 선, 면이라는 본질적인 요소의 놀라운 결합으로 완성도를 높여주는 〈기억〉, 〈시선〉, 〈경배〉 3개의 시리즈 신작 20여 점을 보여줄 이내 작가의 개인전 《Beyond Visible - 보이는 것 너머》이 4월 3일부터 갤러리나우에서 열린다.
이내 작가의 〈기억〉, 〈시선〉, 〈경배〉 세 가지 시리즈는 서로 긴밀하게 연결된 작업이다. 이 세 연작에 모두 금색을 사용한다. 이는 금색이 지닌 이중적인 의미에서 비롯된다. 이내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금색은 풍요로움과 안락함, 환희로 해석됨과 동시에 타락, 탐욕스러움, 부패로 해석됩니다. 선과 악의 대립 구도가 금색에 녹아 들어 하나가 된 모습은 신 앞에서 다면적일 수밖에 없을 인간상의 표현이자 제 자신 그 자체이기도 합니다. 저의 작품은 어느 단일한 꿈 이미지를 보여주는 듯하지만, 실은 보는 이 각자의 욕망에 따라 시시각각 다르게 반짝입니다. 욕망은 삶을 추동하는 힘입니다. 저는 제 작품이 관객에게 심적 지지대가 될 수 있기를 욕망합니다. 이것은 제가 작업을 하는 원동력이며, 또한 제 삶이기도 합니다.”

이내 작가의 〈기억〉 시리즈는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기억이 변모하는 과정을 그린다.
“기억은 항상 진실일 수 없으며 오히려 과거의 잔상에 가까운 것으로, 과거가 아닌 현재의 내가 감각하고 기억하는 반 허구의 것입니다. 저는 금색 물감을 사용해 작은 동그라미를 캔버스에 그려 나가는 것으로 작업을 시작합니다. 이는 기억의 잔상을 표현하는 것이며 그 과정에서 디테일한 기억들은 소거되고 어렴풋하고 추상적인 이미지만 남게 됩니다. 저의 모든 작품에는 작업 방식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시리즈 작업 중에서도 가장 많은 시간이 필요한 〈기억〉 시리즈는, 노동 집약적인 작업 방식 때문에 ‘인내’ 시리즈라고도 부를 수 있겠습니다. 시간의 흐름과 함께 변화하는 기억을 시각화하는 제 작업 과정은 한편으로 그 시간을 다시 감내하는 과정과 같습니다. 잔상을 그린다는 것은 결국 어느 찰나를 그리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것도 가장 아름다운 찰나 말이죠. 그러나 순간을 그리는 것과 다르게 작품을 완성하는 과정은 더디고 버겁습니다. 이러한 일이 작가의 숙명이라고도 생각됩니다. 가장 황홀한 순간을 자아내기 위해 인고의 시간을 버티는 것. 제가 그리는 기억 이미지는 그린 이 개인을 넘어 감상자의 기억 속 한 장면이라 할 수 있는 공통의 감각입니다.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많은 분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이내 작가의 〈시선〉 시리즈는 시선을 받는 사람의 인식과 경험에 따라 저마다 다른 표현으로 추상화된 이미지를 그리고 있다. 여러 색깔로 나타나는 시선은 다양한 시각 표현인 동시에 사람마다 가진 가치관이며 그 주위를 둘러싼 황금빛 테두리는 조화로운 사회관계망을 뜻한다.
이내 작가는 “〈시선〉 시리즈는 인간과 인간 사이를 고민한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이전에도 말씀드렸듯 저의 작품에서 작업 방식은 큰 의미를 갖습니다. 저는 물감을 한 겹씩 쌓아 올리는 작업을 열 번가량 반복하여 시선 시리즈를 완성합니다. 물감을 중첩하여 만드는 두께감은 우리 인생의 무게와 같습니다. 과거의 하루하루가 오늘의 나를 만들었듯 물감층 한 겹 한 겹이 그림을 완성합니다. 개인이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과 사회가 개인을 바라보는 시선의 상호 관계 또한 물감을 중첩하는 기법으로 표현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림에는 수많은 눈이 중첩되어 있습니다. 한 겹 한 겹 쌓아 올린 물감층은 시선이 되어, 우리를 응시합니다.”라고 말한다.

이내 작가는 〈경배〉 시리즈는 말 그대로 그의 신앙 고백이라고 한다.
“매일 무너지고 아파하고 힘들어하는, ‘나’라는 약한 존재를 보듬기 위한 고백입니다. 고백은 제 마음을 온전히 꺼내 놓는 과정이기에 <경배> 시리즈는 일기와도 같은 작업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경배〉 시리즈는 보기에 단순해 보이지만 꽤나 까다로운 작업입니다. 고백이라는 주제만큼, 저의 마음과 생각이 오롯이 전달되지 않으면 그 작업을 파기하고 처음부터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작은 점 하나에도 그림의 존폐가 갈리며 만족스러운 한 점을 얻기 위해 수십 차례의 시행착오를 겪습니다. 작업 과정이 고된 그림을 그리다 보면 외로운 순간이 찾아옵니다. 그럼에도 저는 결코 혼자가 아닐 것이며 시련 속에서 솟아날 환희를 기다리며 감사와 경배를 표현합니다. 〈경배〉 시리즈는 불현듯 찾아오는 어려움과 고난 속에서도, 담대하게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이건수 미술비평가는 작업에 임하는 이내 작가를 이렇게 소개한다.
"이내는 노동으로 혹은 수행으로 견줄 수 있는 무한한 반복과 중첩의 그리기 행위를 통해 재현으로서의 그리기가 도달한 회화의 종말을 극복하는 전범을 제시하고 있다. 그려진 대상보다도 그리는 행위, 그 사건의 벌어짐을 증거하는 수많은 시간과 공력의 결과물을 제시하면서 회화의 그리기(drawing, 선)와 칠하기(painting, 면)라는 본질적인 요소의 조화로운 결합을 되살려주고 있는 것이다. 하루 12시간 이상의 작업, 일 년에 12점 정도밖에 산출할 수밖에 없는 절대적 시간의 고된 작업을 실행하고 있는 작가의 구도적 자세는 화면 전체에 오롯이 스며들어 있다. 때문에 그의 그림 앞에 서면 아름다움을 초월한 숭고하고 장엄한 종교화를 마주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게 된다. 겸손한 기도의 그림, 진실한 마음의 풍경화가 주는 고요한 안식과 위로가 금빛 너울이 되어 흘러넘친다. "

이내 작가의 개인전을 개최하는 갤러리나우 이순심 대표는 이내 작가의 작업을 이렇게 소개했다.
“그린 결과물보다 그리는 과정, 그리고 수많은 시간과 행위의 중첩에 의해 완성되는 결과물은 보는 시점, 시간, 빛에 의해 여러 감성의 이미지로 보여지는 초월적 풍경인 〈기억〉 시리즈와 인간과 인간과의 관계를 중첩적으로 물감을 겹쳐 쌓음으로 인생의 무게감을 드러내 주는 동시에 그물망같이 얽혀 있는 현대사회의 상호 관계성을 말하는 〈시선〉 시리즈, 자신의 고백과 일기와도 같은 〈경배〉 시리즈 모두 이미지는 각기 다른 방법으로 완성되며 이미지 또한 한 작가의 작품과 같지 않은 각기 다른 이미지들이다. 이는 이내 작가가 얼마나 놀랍도록 균형 감각을 가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 대표는 아울러 “이러한 세 가지 시리즈 작업 모두 ‘현대인의 공통된 공감대를 형성하는 그 지점을 만끽해 보기’가 기대되는 전시”라고 했다.

이내 작가는 2007년 세종대학교 회화과(서양화전공)를 졸업하고 다수의 개인전을 개최하고, 다수의 단체전에 참가했다.
이내 개인전 《Beyond Visible - 보이는 것 너머》는 갤러리 나우(서울시 강남구 언주로 152길 16)에서 4월 26일까지 열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