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de and Prejudice, 2025,  Oil on linen, 130.3x97.0cm(60F). 이미지 갤러리 나우
Pride and Prejudice, 2025, Oil on linen, 130.3x97.0cm(60F). 이미지 갤러리 나우

갤러리 나우는 8월 6일 최하나 작가의 개인전 《감각의 틈, After Eros》를 개막한다. 이 전시를 하는 최하나는 2003년생의 22세의 젊은 작가이다.

이순심 갤러리 나우 대표는 최하나 작가에 대해 “처음 그의 작품을 접했을 때는 20대 초반의 나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고, 그의 글은 더더욱 믿기지 않을 만큼 많은 철학적인 질문들을 쏟아 내었다”라며 놀라워했다. 그러면서 이순심 대표는 이렇게 덧붙였다.

‘철학을 사랑하는 회화자’로 스스로를 정의하는 최하나는, 회화를 단순한 시각적 표현의 차원을 넘어, 사유의 도구이자 감정의 기록으로 여긴다. 회화가 철학이 되고, 철학이 감각이 되는 교차점에서 그의 질문이 시작된다.

삶을 살아간다는 건 어쩌면, 보이지 않는 균열을 감지하는 일인지 모른다. “무심코 흘려보낸 순간들, 설명할 수 없는 감정, 그 모두는 '나'를 이루는 낯설고도 익숙한 파편들이다”.

최하나의 회화는 설명보다 응시를 요구하며, 언어가 아닌 시선으로 전달되는 사유의 무게가 전달되면서 이성적으로 읽히기보단 감정이 잔향처럼 스며든다. 그리하여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말해지는 것과 침묵하는 것 사이에서 우리는 어느 지점에 서 있는가를 생각하게 한다.

Hopeless Romantic - 1, 2025,  Oil on linen, 130.3x97.0cm(60F). 이미지 갤러리나우
Hopeless Romantic - 1, 2025, Oil on linen, 130.3x97.0cm(60F). 이미지 갤러리나우

이번 전시 《감각의 틈, After Eros》에서 우리는 무엇을 보고 어떻게 느낄까.  이순심 대표는 이렇게 소개한다. 
“전시에서 마주하게 될 풍경은, 그런 질문 앞에 서성이는 존재들이다. 흔들리고, 사라지고, 다시 떠오르는 인물들은 정체성을 고정하지 않고, 오히려 ‘흐름’과 ‘감각’ 속에서 끊임없이 재구성된다. 그래서 그녀의 작업은 서로 다른 감정과 시간들이 층처럼 쌓여 있음이 보인다. 겹겹이 칠해진 붓질, 남겨진 여백, 닿지 못한 연결, 그것은 단순한 조형적 선택이 아니라, 회화로 사유하고자 하는 작가의 태도를 엿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작품을 마주하는 우리는 그것이 무엇을 말하려는지 파악하기보다는, 그 감각이 우리 안에서 어떤 파문을 일으키는지를 먼저 느끼게 될 것이다.”

Hopeless Romantic - 2, 2025, Oil on linen, 130.3x97.0cm(60F). 이미지 갤러리 나우
Hopeless Romantic - 2, 2025, Oil on linen, 130.3x97.0cm(60F). 이미지 갤러리 나우

‘철학을 사랑하는 회화자’ 최하나 작가는 자신의 작업을 어떻게 생각할까?

“내가 추구하는 초현실주의는 경험의 의식적 영역과 무의식적 영역을 완벽하게 결합시키는 수단이며, ‘절대적 실재, 즉 초현실’ 속에서는 꿈과 환상의 세계가 일상적인 이성의 세계와 결합될 수 있다고 한다. 주로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이론을 원용하면서 무의식의 세계를 상상력의 원천으로 간주한다. 인간의 사고는 너무도 복잡해서, 스스로 자신의 마음을 온전히 인식하기 힘들다. 특히 스트레스나 심리적인 불안이 가득한 상태일 때 더더욱 앞을 내다보기 힘들 때도 있다. 하지만 미술은 자아의 기록이 시각적인 이미지 안에 농축된 것으로, 자연스러운 창작활동을 하는것은 자신의 내적 경험을 표면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나는 내 삶을 진정으로 사랑하기 위한 노력을 함으로써 남모르게 철학을 알아가게 되었다. 삶을 사랑하고 그 과정에서 겪는 오만가지의 감정과 사유 모두가 철학의 일환이다.

Hopeless Romantic - 3, 2025,  Oil on linen, 130.3x97.0cm(60F). 이미지 갤러리나우
Hopeless Romantic - 3, 2025, Oil on linen, 130.3x97.0cm(60F). 이미지 갤러리나우

철학적 사유란 내가 만나는 다양한 상황에서 질문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이러한 철학적 사유는 ‘나’에서 시작해서 타자(他者), 그리고 세계로 사유의 원이 확장된다. ‘나’는 ‘너’와 상호 연결돼 있으며 ‘나’와 ‘너’가 살고 있는 이 사회와 세계에 대해 다층적 물음을 묻고, 무엇이 옳은지 옳지 않은지 판단하게 하고, 그 판단에 근거해서 크고 작은 행동을 취하게 한다. 즉, 이러한 사이클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것이 철학적 사유의 그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오늘 밤 잠들기 전 나의 하루를 돌이켜 보고, 내일의 나를 그려보는 일 또한 분명 가치 있는 철학적 사유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철학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한 사유와 고민이 철학적 토론을 한답시고 정답이 없는 세상에서 ‘정답이 무엇이냐’라는 탁상공론보다 훨씬 더 깊이 있다고 생각한다. 갑론을박은 그저 서로를 헐뜯고, 상대의 논리의 빈틈을 찾기 위한 경쟁에 불과하다. 만약 그러한 성취를 통해 본인에 대한 사랑을 얻을 수 있다면 그것 또한 철학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여기서 더하고 싶은 건 정답을 찾으려는 행위에 대한 나의 생각이다. 세상에 정답은 없다. 결론이 없는 세상에 정답이 있을 리 만무하다. 하지만 우리는 이 어려운 순간을 이겨내기 위해 늘 정답을 찾으려 한다. 하지만 그것이 나쁜 건 아니다. 정답이 없는 세상에서 정답을 찾는 ‘과정’ 중에 얻을 수 있는 수많은 경험과 감정이야말로 삶을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들어 주는 건강한 질료라 믿기 때문이다. 나는 누구보다도 철학을 사랑한다. 아리스토텔레스와 니체, 한나 아렌트와 칸트 등 수많은 철학자들이 응집하고 정리해 놓은 기록과 주장 또한 애정하지만 무엇보다 스스로의 삶을 사랑하는 과정을 향한 존경이야말로 내가 진정으로 철학을 사랑하는 이유임을 다시 한번 새기는 바이다.”(최하나 ‘작가노트’)

Hopeless Romantic - 4, 2025, Oil on linen, 130.3x97.0cm(60F). 이미지 갤러리 나우
Hopeless Romantic - 4, 2025, Oil on linen, 130.3x97.0cm(60F). 이미지 갤러리 나우

안현정 미술평론가(성균관대학교 박물관 학예실장 · 예술철학박사)는 “최하나는 지금, 한국 청년회화가 어디로 나아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정교한 모범이다”라고 본다.

이렇게 보는 이유를 안현정 미술평론가는 평론 “초현실과 균열, 감각하는 철학의 귀환”에서 이렇게 설명한다.

(최하나) 작가는 감정의 윤리성과 동양적 여백미를 가미하여 보다 섬세하고 내면적인 감각의 회화를 완성한다. 작가의 회화는 서구 회화의 표현주의와 한국미의 레이어적 감각이 조응하는 드문 경우이다. 붓질의 여백, 감정의 중첩, 비워진 중심-이것은 단지 기법이 아니라 존재에 대한 동양적 태도다. 이는 한국화 전통, 특히 수묵화의 여운과 기억적 구성에서 영향을 받은 조형언어다. 윤리적 여백, 감정의 수습, 절제된 파격은 최하나 회화를 독자적인 언어로 만든다. 특히 작가는 동서양 미감의 중첩을 하나의 시각적 공간으로 융합함으로써, 조형적 실험 너머의 감각적 철학을 구축한다. 한국적인 여백 위에 서구 철학의 무게를 얹고, 물성 위에 서사의 신화를 직조한다. 최하나는 회화적으로도 매우 정교하다. 레이어링의 반복, 터치의 밀도, 색채의 층위는 감정의 무게를 구성한다. 이러한 형식적 성과는 감각적 시성과 철학적 지성의 정합을 이룬다.

The Anti-Hustle Muse, 2025,  Oil on linen, 90.9x65.1cm(30P). 이미지 갤러리 나우
The Anti-Hustle Muse, 2025, Oil on linen, 90.9x65.1cm(30P). 이미지 갤러리 나우

특히 <Posthuman Venus>에서는 이상화된 미의 신화를 해체하고, 기계적 신체와 감정 없는 응시를 통해 비너스 이후의 존재를 상상한다. 또한 <Eyeless Witnesses>에서는 권력 속 비가시성과 윤리적 부재, <Afterimage>에서는 기억 속 잔영이 남긴 자아의 흔적을 시각화한다. <Valhalla>에서는 신화와 영혼의 종말 이후, 파편화된 인간적 명예에 대한 동시대적 우화를 구현한다. <Philosophizing>은 회화 자체가 철학적 사유의 연장선이 될 수 있음을 선언하듯, 언어와 붓질 사이의 거리를 줄인다. 이와 함께 <Blindman’s Bluff>는 무비판적 시선과 집단적 판단 오류를 풍자하며, <Remnant>는 감정의 흔적이 어떻게 존재를 형성하는지를 섬세하게 드러낸다.

미래의 시점에서 도달한 회화: 최하나라는 가능성

최하나는 존재론적 감수성과 윤리적 초현실, 그리고 감각적 기술을 병치할 줄 아는 유일한 작가이다. 한국화의 여백성과 철학적 미감을 동시대의 언어로 전환하고, 서구 철학의 가장 첨단적인 감각적 사유들과 자연스럽게 교직한다. 이는 “회화로 철학을 쓰고, 철학으로 감정을 말하는 작가”라는 자전적 표현에서 드러난다. 작가의 작업은 감각이자 사유이며, 감정이자 질문이기 때문이다. 그 질문은 스스로를 넘어 세계와 사회, 타자와 존재 전체를 향해 있다. 최하나는 지금, 한국 청년회화가 어디로 나아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정교한 모범이다. 아직 작품 세계는 해석 가능한 층위가 많고, 그 본질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하지만 그 미완의 여백과 해석의 다층성은 오히려 동시대 회화가 지닌 확장성의 가능성을 입증한다. 앞으로 작가가 국제 아트 시스템 속에서 체계적이면서도 윤리적인 자기 언어를 지속적으로 정련해 간다면, 그 존재는 단순한 유망 작가를 넘어 시대를 대변하는 목소리로 확장될 것이다.(안현정 평론 일부)

“We’re kinda dating… it’s still in beta.”, 2025,  Oil on linen, 90.9x65.1cm(30P). 이미지 갤러리 나우
“We’re kinda dating… it’s still in beta.”, 2025, Oil on linen, 90.9x65.1cm(30P). 이미지 갤러리 나우

 최하나 작가의 개인전《감각의 틈, After Eros》는 갤러리 나우(서울시 강남구 언주로 152길 16)에서 8월 26일까지 열린다.

We are living for the first time, 2025,  Giclée on Canvas with Mixed Media, 65.1x50.0cm(15P). 이미지 갤러리 나우
We are living for the first time, 2025, Giclée on Canvas with Mixed Media, 65.1x50.0cm(15P). 이미지 갤러리 나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