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player, 2023, Acrylic on linen, 100x100cm. 이미지 아뜰리에 아키
a player, 2023, Acrylic on linen, 100x100cm. 이미지 아뜰리에 아키

영국을 기반으로 동시대 미술의 최전선에서 활약하고 있는 젊은 작가 정수영은 일상적이고 보편적인 현실의 대상을 통해 인간의 감정과 경험을 탐구하며 객관적 시각으로 위트 있게 표현하는 고유의 회화 스타일을 전개해 왔다.

아뜰리에 아키는 11월 23일 정수영 개인전 《Play Station 플레이 스테이션》을 개막했다. 이번 전시는 아뜰리에 아키에서 선보이는 작가의 첫 개인전으로, ‘좋은 어른’에 대한 담론에서 시작된 신작 회화 10여 점과 작가가 꾸준히 선보이는 Biographical object 연작 60여 점으로 이루어졌다. 욕망을 다루는 행위(Play)와 인간의 성숙도에 대한 정수영 작가의 확장 서사를 담아낸 신작을 처음 공개한다.

Game, 2023, Acrylic on linen, 90x85cm. 이미지 아뜰리에 아키
Game, 2023, Acrylic on linen, 90x85cm. 이미지 아뜰리에 아키

정수영 작가는 이번 전시를 이렇게 소개한다. 

“요즘 나의 관심은 ‘좋은 어른이 되는 것은 뭘까?’ 하는 것이다.

‘어른’은 단순히 ‘성인’과는 다르고, 어느 정도 잘 성숙한 대상에게 쓸 수 있는 단어라고 생각한다. 어린아이들이 억제되지 않은 본능으로 똘똘 뭉친 존재라면, 어른은 가득 찬 본능을 억제하고 통제할 수 있어야 하는 존재이다. 내재된 본질적인 욕망을 어떠한 방식으로 다루느냐(play)에 따라 인간의 성숙도가 가늠된다. 그래서 좋은 어른이 되려면 그 본질적이고 매혹적인 본능과 욕심을 이 복잡한 사회적인 구조 안에서 최대한 세련되고 유쾌하게 그리고 아주 적당히 갈망하는 법을 학습해야 한다.

아이들에게 장난감은 순수하고 걱정 없는 즐거움을 주고, 아이들의 놀이(play)는 관찰하는 어른들에게 순수함을 넘어 경험, 감정 및 사회적인 역할을 해석하고 표현하는 수단으로 작용한다. 그래서 장난감과 관련된 순수한 놀이적 요소는 종종 책임, 희망, 사회적인 기대가 교차되어 어른의 자아를 오히려 본질적으로 보여주는 문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어른들의 렌즈를 통한 장난감의 다채로운 본질들은 더 복잡한 동기와 욕망을 갖는 놀이를 생각하게 한다. 대체로 어른들의 놀이는 순수한 상상력과 탐구 정신의 경험을 넘어 물질적 이익, 경쟁, 사회적 지위, 권력 등 다른 동기들이 숨어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어른의 눈으로 본 장난감 놀이는 역설적으로 더욱더 걱정 없는 즐거움을 가증스럽게 증폭시킨다.

이번 전시 <play station>의 작업들은 몇몇 놀이 장면들을 담고 있다. 유년 시절 향수를 갖는 놀이 장면에는 순수한 즐거움과 그 이면의 다른 동기들이 뒤섞여 있다. 걱정 없는 온전한 충족감이 결핍된 성인에 대한 연민이고, 가벼운 위로이자 어쩌면 그 모든 것이 어른이 되는 과정이 일지도 모르겠다. 어른들의 놀이 장면은 이면의 동기들이 조금 더 노골적으로 드러나는데, 각자의 욕망을 유쾌하게 마주하는 것이 그것들을 세련되게 다루기에 앞서 선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정수영 ‘작가노트’)

players, 2023, Acrylic on linen, 100x100cm. 이미지 아뜰리에 아키
players, 2023, Acrylic on linen, 100x100cm. 이미지 아뜰리에 아키

“정물 하나하나를 인물로 생각한다”는 정수영 작가는 인물의 면면에선 드러나지 않는 내포된 이야기를 담아낸 ‘사물의 초상화’ 작업을 해 왔다. 이번 신작에서 작가는 인물에 대한 서사를 넘어 동시대를 살아가는 어른에게 보내는 연민이자 가벼운 위로의 메시지를 담아내며 더욱 확장된 면모를 구축했다. 즉 작가는 욕망을 다루는 행위(Play)와 인간의 성숙도에 대한 담론을 특유의 재치 있는 조형 언어로 풀어내며 작가적 세계관의 외연을 확장해 나간다.

Creater, 2023, Acrylic on linen, 120x120cm. 이미지 아뜰리에 아키
Creater, 2023, Acrylic on linen, 120x120cm. 이미지 아뜰리에 아키

전시 《Play Station 플레이 스테이션》은 ‘좋은 어른’에 대한 작가의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전시 제목에서 엿볼 수 있듯, 정수영은 축구 게임, 건담, 당구, 명품 시계를 리세일하는 등의 놀이 장면을 통해 순수한 즐거움과 그 이면의 욕망과 본능을 담아낸다. 작가의 화면엔 인간의 솔직하고 원초적인 욕망의 감정과 함께 천진한 아이와도 같은 순수함이 녹아있다. 어린아이와 성인, 순수함과 물질적 이익, 본능과 이성 등 작품 속 대비되는 요소들을 서로 공존시킨 작업을 통해 작가는 어른에 대한 정의를 다양한 관점에서 끊임없이 자문한다. 감각적이면서도 은유적인 회화 세계를 보여주는 그의 작품 속 모티브들은 실제 삶을 기반으로 구성된다.

갤러리 한쪽 벽면을 장식하는 Biographical object 작품은 작가가 꾸준히 선보이는 연작으로 일상적이고 보편적인 현실의 대상들을 구성하거나 배치하여 새로운 서사를 구축한 작품이다. 작가는 현실에서 마주하는 대상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는 것을 넘어 화면 속 대상과 관객 간의 새로운 관계를 구축하며 여러가지 해석이 가능한 복잡다단한 회화로서 자신의 작업을 제시한다. 이러한 작업은 우리가 쉽게 지나치는 일상을 복기하고 유희적인 상상을 통해 또 다른 맥락으로 이동하여 동시대의 삶을 조명한다는 점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한다.

untitled, 2023, Acrylic on linen, 150x150cm. 이미지 아뜰리에 아키
untitled, 2023, Acrylic on linen, 150x150cm. 이미지 아뜰리에 아키

정수영 작가는 영국과 서울을 기반으로 국내외에서 개인전 및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하며 활동한다. 작가이다. 작가는 이화여자대학교 회화과 학사 및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영국왕립예술학교(Royal College of Art)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2016년 베니스 Arte Laguna Art prize(Venice), 2017년 영국 The Sunny Art Prize, Shortlisted에 올랐으며, 2017년 Hix Art Award(London), Griffin Art Award(UK), 2018년 Graduate Art Prize(UK) 최종 후보자에 선정된 바 있다.

정수영 작가 개인전 《Play Station 플레이 스테이션》은 2023년 1월 6일까지 아뜰리에 아키에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