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숲 Cloud Forest, 2024, acrylic on canvas, 85×116cm. 이미지 갤러리 아뜰리에 아키
구름 숲 Cloud Forest, 2024, acrylic on canvas, 85×116cm. 이미지 갤러리 아뜰리에 아키

정유미 작가는 자연에 대한 공감각적 기억과 사유를 바탕으로 고유의 추상적 풍경(風景, landscape)을 선보여 왔다.

아뜰리에 아키는 2024년 첫 기획전으로 정유미 개인전 《WHISTLE》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대표 시리즈인 ‘상상풍경(想像風景)’의 연장선에서 우리 눈에 보이지 않지만 느낄 수 있는 청각, 촉감 나아가 내면의 움직임까지 비가시적 영역으로서 존재하는 일체의 감각을 통해 자연을 형상화한 신작 회화 15여 점을 선보인다.

전시명 ‘WHISTLE’은 시각, 촉각 그리고 청각 등의 감각을 아우르는 단어이자, 작가가 작업을 하는 과정으로부터 발현된 공감각적인 심상(心象)을 드러내는 표현이다. 나아가 작가가 자연을 경험한 순간부터 이를 은유하여 캔버스에 담아내 완성하기까지의 과정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단어이다.

포근한 휘파람 Soft Whistle, 2024, acrylic on canvas. 이미지 아뜰리에아키
포근한 휘파람 Soft Whistle, 2024, acrylic on canvas. 이미지 아뜰리에아키

이번 전시는 공기의 미세한 진동과 온도, 촉감뿐만 아니라 내면의 움직임 등 자연으로부터 발현된 추상적 감각을 공감각적인 심상(心象)으로 풀어낸 신작을 집중 조명한다. 정유미 작가는 자연의 풍경을 추상회화로 변환하여 화면에 담는 기존 방식을 넘어 자신이 경험한 자연의 인상을, 시각뿐만 아니라 일체의 감각으로 캔버스에 드러내는 확장된 방법론을 이번 전시에서 제시한다.

작가는 자연을 생명이 있는 대상으로서 의인화하여 붓질을 통해 호흡을 천천히 불어넣어 미세한 움직임을 회화적으로 풀어내어 생명력을 담아낸다. 작품에 등장하는 부드러운 깃털과 같은 고유의 표현 방식은 보이지 않는 소리와 온도, 촉감 나아가 바람의 움직임을 헤아리고 이를 색상과 질감으로 짚어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숨 한 모금 A Sip of Breath, 2024, acrylic on canvas. 이미지 갤러리 아뜰리에 아키
숨 한 모금 A Sip of Breath, 2024, acrylic on canvas. 이미지 갤러리 아뜰리에 아키

작가가 꾸준히 선보이는 ‘상상풍경(想像風景)’ 시리즈는 바다, 섬, 바람, 물, 바위, 산 등 작가가 실제로 경험한 자연에서 발현된 사유의 이미지를 담고 있다. 살아 움직이는 자연에 머물며 느꼈던 감정과 관찰적 대상으로서의 자연에 대한 기억은 연상적 이미지로 작품에 발현된다.

“흘러가는 구름을 손으로 잡을 수 없고, 소리를 볼 수 없을지라도 최대한 그 감각에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몰입한다. 이러한 공감각으로 느껴진 연상적 형상, 즉 마음속의 생각을 담은 사의(寫意)를 표현하기 위해 손과 붓을 즉흥적으로 움직여 추상의 상(象)을 작품 안으로 불러들인다. ”(정유미)

기대어 쉬렴 Lean on Me, 2024, acrylic on canvas, 90×160cm. 이미지 갤러리 아뜰리에 아키
기대어 쉬렴 Lean on Me, 2024, acrylic on canvas, 90×160cm. 이미지 갤러리 아뜰리에 아키

작가의 큰 특징의 하나로 동양화 채색 방식으로 과슈와 아크릴 물감을 올리는 회화적 기법은, 그가 풍경을 경험하며 사유하는 행위이자 추상의 상(象)을 조형 언어로 구현하기 위한 주요한 방법이다.

정유미 작가는 맑은 색으로 이루어진 다층의 층위(layer)를 쌓아 올려 그 위에 미세하고 반복적인 터치로 가는 선을 채워내는 고유의 조형적 방법론을 전개한다. 색채 또한 언어처럼 소통의 기능과 목적을 지닌 기호(sign)라는 맥락에서 섬세히 변화하는 색의 울림을 형상화한다. 시각적이며 촉각적인 감각을 끌어내어 추상적인 감각을 극대화하는 은유적인 조형성을 강조한다.

빛과 휘파람이 마주할 때 The Moment Light and Whistle Meet, 2024, acrylic on canvas,130×194cm. 이미지 갤러리 아뜰리에 아키
빛과 휘파람이 마주할 때 The Moment Light and Whistle Meet, 2024, acrylic on canvas,130×194cm. 이미지 갤러리 아뜰리에 아키

작가는 청각, 촉각, 후각 모든 감각을 통해 자연과 소통하여 보이지 않는 영역에 대한 은유적 상상을 캔버스 화면에 담아낸다. 작가가 마주한 자연에서 추출한 정유미만의 고유한 이상향의 세계는 막연한 상상 속 이미지가 아닌 현실에 실존하는 공간과 같이 친근감 있게 다가오며, 관객에게 자연을 마주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위로가 담긴 예술적 메시지를 전달한다.

정유미 작가는 이화여자대학교와 대학원 석사과정에서 동양화를 전공했으며, 영국 Goldsmiths에서 MFA Fine Art를 전공했다. 이후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동양화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바다에도 길이 있듯이 Where There Is a Will, There Is a Way,  2024, acrylic on canvas. 이미지 갤러리 아뜰리에 아키
바다에도 길이 있듯이 Where There Is a Will, There Is a Way, 2024, acrylic on canvas. 이미지 갤러리 아뜰리에 아키

정유미 개인전 《WHISTLE》은 3월 15일부터 4월 27일까지 아뜰리에 아키 (서울특별시 성동구 서울숲2길 32-14 갤러리아 포레 1층)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