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ol School, 2023, oil on canvas, 116x91cm. 사진 아뜰리에 아키
The Cool School, 2023, oil on canvas, 116x91cm. 사진 아뜰리에 아키

아뜰리에 아키에서 10월 23일 개막한 윤상윤 개인전 《The music of time》에서 선보인 작품들에는 과거와 현재, 우리나라와 외국이 한 화면에 섞여 있다.

윤상윤 작가의 작품들에는 젊은이들이 여럿 등장한다. 인물 중에는 시대를 넘어 가채를 한 여인이 있고 로마인의 옷차림을 한 인물이 있다. 자세히 보면 한 곳에 있지만 제각각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있다. 그리고 얼굴에 감정을 드러내지 않아 표정이 없다. 젊은이들이 모여 있는 아래로 물인지 얼음인지 인물들의 모습이 반사되고 위로는 조각상의 좌대 위에 한 젊은이가 그만의 자세로 우뚝 솟아 있다. 배경이 되는 풍경은 경복궁 향원정 등을 활용하여 친근하게 다가온다.

Be Here, 2023, oil on canvas, 130x162cm. 사진 아뜰리에아키
Be Here, 2023, oil on canvas, 130x162cm. 사진 아뜰리에아키

이번 전시는 작가 윤상윤의 즉흥적이며 감각적인 왼손 회화 연작부터 MZ세대의 등장에 따른 사회구조의 변화를 담아낸 신작까지 총 15여 점을 선보이며 그의 작업 세계를 총체적으로 살핀다.

윤상윤 작가는 동시대 사회 구조와 집단 그리고 인간의 내러티브를 담아내며 독자적 미학과 스타일을 구축해 왔다. 작가는 집단과 개인의 관계성 그리고 사회적 구조 및 흐름을 지속적으로 탐구해 왔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 신작 역시 사회 구조와 개인의 관계성을 가시화한다. 전시 제목 《The music of time》은 17세기 바로크 시대를 이끈 프랑스 작가 니콜라 푸생(Nicolas Poussin 1594~1665)의 ‘세월이라는 음악의 춤 Dance to the Music of Time’ 작품 제목에서 발췌한 문장이다.

Tea for Two, 2023, oil on canvas, 130x162cm. 아뜰리에 아키
Tea for Two, 2023, oil on canvas, 130x162cm. 아뜰리에 아키

윤상윤 작가는 니콜라 푸생의 회화 속 인물의 포즈를 취한 2000년대생의 모습을 담아내어 한 곳에 고전과 현대, 집단과 개인 등이 동시에 존재하는 상반된 패러다임을 공존시킨다. 그래서 작가가 작업한 화면은 시간을 초월한 또 다른 차원의 풍경으로 존재하게 된다.

“모델들은 MZ세대의 학생들로 푸생의 드로잉이 변환되었다. 콜라주 된 이미지들은 고전 문학, 신화, 종교적 서사를 과장된 포즈로 표현한다. 연극적 인물 동선을 병치시킴으로 일상적 의미를 박탈하고 두 가지 패러다임이 공존하는 무의식적인 풍경화이다.” 윤상윤 작가의 말이다.

Soul Station, 2023, acrylic on canvas, 60x72cm. 사진 아뜰리에 아키
Soul Station, 2023, acrylic on canvas, 60x72cm. 사진 아뜰리에 아키

이번 전시 신작들은 세대의 변화와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와 같은 동시대 현상을 통해 발현된 집단 무의식의 새로운 전환을 보여준다. 개인주의를 존중하기에 사적 침해를 허용하지 않으며, 집단 정체성이 확보될 시 개인에게 행사하는 특권 의식인 “텃세”가 사라진 구조. 작가는 MZ세대의 등장과 개인주의적 사고방식의 변화를 복기하며 공정한 관계를 우선시하여 특권이 사라진 사회 구조의 변화를 개인과 집단 그리고 초자아로 체계화된 3단 구조를 화면 안에 구현한다. 초자아는 좌대 위에 홀로 선 인물이 상징한다. 이러한 작업은 분명 구상적인 차원에 남아 현실과 환영 그 사이 어딘가 있을 초현실 세계로 관람객을 초대한다. 보이지는 않지만, 세상에 분명히 존재하는 관계의 흐름에 대한 그 나름의 접근을 엿보게 한다.

Hackney wick, 2023, oil on canvas, 60x72cm.  사진 아뜰리에아키
Hackney wick, 2023, oil on canvas, 60x72cm. 사진 아뜰리에아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가 그간 지속적으로 선보여 온 왼손 회화 연작도 볼 수 있다. 작가는 오른손으로는 사회 구조를 왼손으로는 즉흥을 그리는 독특한 회화적 방법론을 구축하며 기존 회화의 고정관념을 깬, 상반되는 두 개의 회화적 세계를 창조해 왔다. 왼손 시리즈는 작가의 순수한 본능과 감각으로 발현된 작업이다. 동양화의 일필휘지 기법처럼 순간의 호흡과 에너지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전개되는 화면은 즉흥적이며 리드미컬하다.

윤상윤 작가는 자신의 느낌과 본능에 따른 시각적 이미지들의 교류를 촉발하며, 가장 자유로울 수 있는 왼손 작업을 통해 자신의 회화적 언어를 가감 없이 발현한다. 그에 따라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여 현상의 다채로운 의미들을 떠올리게 한다.

르네상스 시대 글레이징(glazing) 기법을 통해 흑백으로 음영을 잡고 색을 엷게 수십 번 칠하며 건축적 구조로 작품을 완성된 오른손 회화와 물감이 두껍게 얹히는 임파스토(Impasto) 기법으로 화면을 구성한 왼손 회화까지 상반된 방법론의 대조는 대비에 대한 작가의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준다. 이러한 윤상윤 고유의 대조적인 방법론은 회화에 고찰과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다각적 시선을 느낄 수 있게 한다.

The Modern Sound, 2023, oil on canvas,  91x116cm. 사진 아뜰리에아키
The Modern Sound, 2023, oil on canvas, 91x116cm. 사진 아뜰리에아키

윤상윤 작가는 추계예술대학교를 졸업하였으며, 영국 첼시예술대학교(Chelsea College of Art & Design)에서 순수예술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회화라는 장르 안에서 다양한 작업 방식을 시도한 작가는 2012년 ‘종근당 예술지상’과 2019년 남도문화재단 전국청년작가 미술공모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재차 인정받았다.

휴+네트워크 창작스튜디오와 난지창작스튜디오 레지던시에 참여하였으며, 서울시립미술관(Seoul Museum of Art. SeMA) 'Emerging Artists' 신진작가 지원프로그램에 선정된 바 있다. 홍콩 아트센트럴(ART CENTRAL), 상하이 아트페어(Shanghai Art Fair), 프랑스 아트엘리제(Art Élysées) 등 외국의 주요 아트페어와 런던, 뉴욕 등 유수 갤러리의 기획전에 참여하며, 국내외에서 왕성하게 활동한다.

윤상윤 작가 개인전 《The music of time》은 11월 18일 아뜰리에 아키(서울특별시 성동구 서울숲2길 32-14 갤러리아 포레 1층)에서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