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희,  La Divina Commedia, 2022-2023, porcelain, 33x29x15(d)cm. 사진 아뜰리에아키
이윤희, La Divina Commedia, 2022-2023, porcelain, 33x29x15(d)cm. 사진 아뜰리에아키

아뜰리에 아키는 5월 18일부터 8월 5일까지 국내외 미술계에서 촉망받는 작가 이윤희, 박효진, 정인혜, 차영석, 이세준 그리고 남다현이 참여한 기획전 《우리가 사랑했던 정원에서》를 개최한다.

전시 제목은 프랑스 작가 파스칼 키냐르(Pascal Quignard)의 동명 작품에서 차용됐다. 파스칼 키냐르의 『우리가 사랑했던 정원에서』, 이 작품의 주인공인 시미언 피즈 체니는 아내와 사별한 뒤, 아내가 사랑했던 사제관 정원의 모든 사물이 내는 소리를 기보하는 것으로 아내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을 승화시키고자 했던 실존 인물이다. 그는 정원에서 지저귀는 온갖 새들의 노랫소리뿐만 아니라 물 떨어지는 소리, 옷깃에 이는 바람 소리 등 생명이 없는 사물의 소리까지 음악의 영역으로 끌어들여 그 지평을 넓히려 했다.

이윤희,  shy afternoon, 2022, porcelain, 34x34x74cm. 사진 아뜰리에 아키
이윤희, shy afternoon, 2022, porcelain, 34x34x74cm. 사진 아뜰리에 아키

파스칼 키냐르는 노 사제의 이야기를 통하여 음악 이전의 음악, 즉 기원의 음악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제시한다. 동시에 사제의 이 같은 노력이 상실한 사랑을 위무하기 위한 애도의 한 방식임을 드러내는 것으로, 음악이 지닌 사랑의 속성을 정제된 시적 언어로 들려주고 있다.

《우리가 사랑했던 정원에서》 전시는 1부와 2부로 진행한다. 이윤희, 박효진, 정인혜 작가가 참여한 1부 ‘우리가 사랑했던 정원에서 Part I’(5. 18 – 6. 17)는 ‘위로’를 통해 발현된 쉼의 순간을 2부 ‘우리가 사랑했던 정원에서 Part II’(6. 23 – 8. 5)에서는 하나의 장르로 규정되지 않은 키냐르와 같이 다양한 장르를 관통하며 형식적 독창성을 구축한 차영석, 이세준, 남다현 작가의 회화 및 설치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윤희,  La Divina Commedia, 2021, porcelain, 38x21x65cm. 사진 아뜰리에 아키
이윤희, La Divina Commedia, 2021, porcelain, 38x21x65cm. 사진 아뜰리에 아키

‘우리가 사랑했던 정원에서 Part I’에서는 파스칼 키냐르의 『우리가 사랑했던 정원에서』에 담긴 애도와 위로의 메시지에 주목하여, 작품으로부터의 위로를 통해 쉼의 순간을 선사하고자 기획되었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작가 3인은 고유의 감수성과 미학적 정교함을 기반으로 고통과 기억, 사랑과 그리움, 그리고 위로의 메시지를 예술 작품으로 승화한다.

박효진,  Wisdom Ed.15, 2020, pigment print, 110x94cm, 110x105cm. 사진 아뜰리에아키
박효진, Wisdom Ed.15, 2020, pigment print, 110x94cm, 110x105cm. 사진 아뜰리에아키

이윤희 작가는 정교하고 섬세한 형태와 화려한 무늬의 도자 조각을 통해 고유한 서사를 구축해왔다. 작가는 생과 죽음 등 삶의 총체적인 단면을 흙으로 빚어내는 원형과 몰드 제작, 채색 등의 과정을 거쳐 소녀와 해골, 동서양 신화에 나오는 다양한 캐릭터와 문양을 조합한 새로운 도상을 만들어낸다. 또한 맑은 백자에 부분적으로 금을 사용하여, 더욱 정교해진 형태와 화려한 색채의 페인팅이 조화를 이루는 작품을 선보이며 작가 고유의 조형 형태와 언어를 구축한다. 작가의 대표 연작인 『신곡 La Divina Commedia』 시리즈는 중세 종교화가 비유나 상징을 통해 성서적인 메시지를 전달했듯, 단테의 『신곡』을 모티브로 소녀가 신탁에 의해 번뇌가 얽매인 삶에서 욕망과 불안을 치유하며 평안을 찾아 떠나는 여정을 가시화한다. 고통과 불안, 번뇌와 함께 평안과 쉼, 치유 등 상징적 형상을 가시화한 그의 작업은 내재된 기억의 잔상을 회기하며 관객을 작품 속으로 더 깊이 끌어들인다.

박효진,  Paradise lost Bouquet, 2023, resin, fake flowers, wood, 53x57x115cm. 사진 아뜰리에아키
박효진, Paradise lost Bouquet, 2023, resin, fake flowers, wood, 53x57x115cm. 사진 아뜰리에아키

작가 박효진은 강렬하고 화려한 색채를 기반으로 서양의 신화에 등장하는 신과 꽃의 형상의 작업을 선보이며, 아름다움에 대한 이상향을 작가 고유의 방식으로 풀어낸다. 작가의 작업에 담긴 아름다움에 대한 찬미는 기록을 통해 아내에 대한 깊은 사랑을 찬미하는 『우리가 사랑했던 정원에서』 속 인물의 이야기와 맞닿아 있다. 이번 전시에서 신화에 나오는 아폴론과 다프네, 비너스를 비롯하여 다비드가 머리에 거대한 화관을 쓴 모습을 볼 수 있다. 작가는 또한 조각을 완성한 후 사진으로 옮기는 작업을 추가하였는데 이는 조각 작품을 확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박효진, Lovers Summer, 2023, resin, fake flowers, wood, 47x60x70cm. 사진 아뜰리에 아키
박효진, Lovers Summer, 2023, resin, fake flowers, wood, 47x60x70cm. 사진 아뜰리에 아키

또한 작가의 작품 세계에서 주요 모티브인 다채로운 색채로 뒤덮인 꽃은 수많은 감정이 뒤섞인 형태 사랑이라는 감정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사랑이 인간의 감정과 의지를 조절하고 있는 구체적 물질인 호르몬 현상임과 동시에 ‘따뜻함’, ‘그리움’ 등 추상적인 의미를 내포한 감정인 것처럼, 작가의 작업은 정제되지 않은 화려함 그 이면에 영원하지 못한 데서 오는 허무함라는 양가적 가치를 담아낸다.

정인혜,  cactus garden 02, 2023, oil on canvas, 45.5x65.1cm. 사진 아뜰리에아키
정인혜, cactus garden 02, 2023, oil on canvas, 45.5x65.1cm. 사진 아뜰리에아키

작가 정인혜는 특정 대상에 대한 고찰을 작업의 주요 기조로 삼아 사실주의 혹은 표현주의 그 경계를 유희하는 작업을 선보인다. 그의 작업에서 가장 주요하게 활용되는 요소인 선인장은 작가의 시선을 통해 구축된 외부적 인상에 의해 작품으로 발현된다. 내적 서사와 감정을 기반으로 구축된 작가 고유의 풍경은 일상 속 풍경을 초월한 또 다른 차원의 풍경으로 존재하며, 이러한 지점은 정인혜의 작품이 단순 묘사 이상의 것으로 느껴지는 이유이다.

정인혜, cactus garden 02, 2023, oil on canvas, 130.3x80.3cm. 사진 아뜰리에아키
정인혜, cactus garden 02, 2023, oil on canvas, 130.3x80.3cm. 사진 아뜰리에아키

그의 화면은 작가가 구축한 위로의 서사를 발현하며, 작가의 눈으로 새롭게 표현된 식물들은 차분한 색채와 안정적인 구도로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독특하고 신비로운 생명력을 자아낸다. 평범한 대상을 고유한 조형언어 일부로 발전시켜 내면의 감성을 표현한 정인혜의 화면은 보는 이에게 익숙함과 신선함을 동시에 선사한다.

정인혜,  cactus garden 01, 2023, oil on canvas, 45.5x65.1cm. 사진 아뜰리에아키
정인혜, cactus garden 01, 2023, oil on canvas, 45.5x65.1cm. 사진 아뜰리에아키

1986년 태어난 이윤희 작가는 홍익대학교 도예ㆍ유리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도예과(석사)를 졸업했다. 2013년 개인전 <백야>를 시작으로 다수의 개인전을 개최하고 단체전에 참가하였다. 박효진 작가는 이화여자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조소를 전공하였고 2011년 런던대학교 골드스미스칼리지에서 MFA(Master of Fine Art)를 받았다. 2003년 관훈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개최한 후 다수의 개인전과 단체전, 아트페어에 참가했다. 90년생 정인혜 작가는 2017년 개인전을 시작으로 다수의 개인전과 단체전에 참가하였다. 

이윤희, 박효진, 정인혜 작가가 참여한 1부 ‘우리가 사랑했던 정원에서 Part I’은 아틀리에 아키(서울특별시 성동구 서울숲2길 32-14 갤러리아 포레 1층)에서  6월 17일까지 관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