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심기 좋은 날 A Good Day to Plant Trees, 2023, Oil on canvas, 75.2x75.2cm. 이미지 아뜰리에 아키
나무 심기 좋은 날 A Good Day to Plant Trees, 2023, Oil on canvas, 75.2x75.2cm. 이미지 아뜰리에 아키

정성준 작가는 작업 초기부터 ‘인간과 자연의 공존’이라는 주제로 심각한 대기오염, 기후위기, 과도한 소비문화, 환경문제에 대한 정치적 방안 등 현대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사회·정치적 논제를 진지하되 해학적인 시각으로 기록해 왔다. 이런 작업을 아뜰리에 아키에서 8월 24일부터 개최하는 개인전 《나의 지구에게; What a Wonderful World!》에서 선보인다.

특히 이번 전시는 지구가 겪고 있는 심각한 환경 위기에 집중하여 정성준의 확장된 서사와 새로운 기법 그리고 시도를 보여주는 신작 회화 및 조각 15여 점으로 구성된다.

Cash Only, 2023, Oil on canvas, 60.6x60.6cm. 이미지 아뜰리에 아키
Cash Only, 2023, Oil on canvas, 60.6x60.6cm. 이미지 아뜰리에 아키

전시 《나의 지구에게; What a Wonderful World!》는 인류에게 자연과의 공생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하는 작가의 세계관에 주목하였다. 정성준은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을 작품의 주요 모티브로 하여 눈앞에 닥친 환경문제를 외면하는 현대인의 냉담함을 보여줌으로써 환경에 대한 현대 인류의 무관심을 작가만의 유쾌한 방식으로 꼬집는다. 이로써 작가는 인간 중심적 태도에 문제를 제기하며, 인류를 포함한 자연이 직면하고 있는 위기에서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해야만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작가의 이러한 메시지는 오랜 시간 축적된 동시대적 고민과 탁월한 사실주의 회화기법이 어우러져 작가 특유의 독자적인 작업으로 완성된다.

No Ice Coffee, 2023, Oil on canvas, 72.7x53.0cm. 이미지 아뜰리에 아키
No Ice Coffee, 2023, Oil on canvas, 72.7x53.0cm. 이미지 아뜰리에 아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신작에서 주목할 점은 단순히 여정을 떠나는 것을 넘어 동물들이 적극적인 행동을 취하는 구성을 새롭게 선보인다는 것이다. 작품 <No Ice Coffee (2023)>, <나무 심기 좋은 날(2023)>을 통해 작가는 동물들이 직접 환경운동 시위에 나서거나 기후변화와 인간의 과도한 개발 등으로 사막화가 진행된 지역을 가꾸는 이야기를 담아냄으로써 더 직관적인 방법으로 환경과 공존의 이야기를 구체화한다. 그리고 인간이 지닌 자연을 대하는 태도와 방식 자체를 적극적인 자세로 전환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를 내포하고 있다.

기우제가 필요해!, 2023, Oil on canvas, 75.2x75.2cm. 이미지 아뜰리에 아키
기우제가 필요해!, 2023, Oil on canvas, 75.2x75.2cm. 이미지 아뜰리에 아키

2014년부터 정성준 작가 작업 세계의 중심이 되는 대표 연작인 <동물들의 도시여행>은 그가 중국 유학 시절 체감한 대기오염과 우연히 시청한 환경 다큐멘터리를 통해 마주한 환경 위기에 관한 사회적 담론을 다룬다.

정성준 작가는 “나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리얼리즘이나, 보통 사람들이 이해하기 힘든 추상적 표현 방법보다는 은유적인 방법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해학적인 작품을 제작하고 싶었다.”라고 말한다. 그는 ‘지구온난화’로 가장 심각한 멸종 위기종이 된 북극곰과 황제펭귄, 그리고 사막여우, 토끼 등의 동물이 유토피아를 찾아 떠나는 여정을 캔버스에 담아낸다. 이처럼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친밀함과 유머러스함을 잃지 않는 것은 작가가 지닌 유쾌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예술가적 기질에서 비롯된다. 특히 작가는 현존하는 도시의 이미지를 무채색(achromatic color)으로 담아내 환경오염을 외면하는 인간의 차가운 시선을 표현하며, 동물과 트램 등 그의 작업에서 주요하게 활용되는 요소는 원색 즉 ‘본연의 색’으로 표현, 회복되는 자연의 서사를 담아낸다. 이러한 극명한 색감 대비 방식은 인류와 자연 간의 거리감을 복기(復棋) 함과 동시에 관람객에게 인간으로서의 시선뿐만 아니라 자연 혹은 동물의 시선으로 오늘날 우리의 환경을 바라보게 한다.

나이스한 세상 It's a Nice World, 2023, Oil on canvas, 116.8x91.0cm. 이미지 아뜰리에 아키
나이스한 세상 It's a Nice World, 2023, Oil on canvas, 116.8x91.0cm. 이미지 아뜰리에 아키

정성준 작가는 자신의 작업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동안 나는 야생동물들이 도시로 뛰쳐나가 여행하는 모습을 그려왔다. 그림 속의 동물들은 사람들이 사는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넘쳐나고 세상사에 관심이 많다. 그들은 세상 곳곳을 누비면서 여행하고 모험을 즐기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들의 행위에는 또 다른 목적이 있다. 그것은   바로 우리 인류를 포함한 모든 생명체가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있는 행복한 유토피아를 찾는 것이다. 나의 그림에는 도시와 트램이 보인다. 동물들은 장소를 이동해 가며 사진을 찍기도 하고, 청소하기도, 여행에 필요한 식량을 구하기도 한다. 그 중에서 어린 북극곰과 황제펭귄은 특히 필사적으로 얼음을 구하는 데 집착하고 이것을 어디론가 옮기는 장면이 작품에 자주 등장한다. 그것은 ‘지구온난화’로 인하여 북극과 남극의 얼음이 녹아버려 자신들의 터전이 사라져가고 있기에, 이 어리숙한 두 녀석은 자신들이 많은 얼음을 구해 북극과 남극으로 옮긴다면 그들의 고향이 예전처럼 다시 돌아갈 수 있을 거라는 믿음 때문일 것이다."('작가 노트(2023)')

8월의 크리스마스, 2023, Oil on canvas, 60.6x60.6cm. 이미지 아뜰리에 아키
8월의 크리스마스, 2023, Oil on canvas, 60.6x60.6cm. 이미지 아뜰리에 아키

또한 이번 전시에서 작가가 선보인 새로운 연작 <사막을 가꾸고 있는 동물들>은 강렬한 원색만으로 채웠다. 이번 연작에 담긴 사막을 채운 선명하고 명료한 주홍색은 작품의 바탕이 되어 나무를 심는 동물들의 모습과 어우러져 역동적인 에너지를 내뿜는다. 작가는 “100년 후 숲은 다시 회복되고 울창해질 거야”라는 희망적 텍스트를 화면에 직접적으로 드러내며 동화적 풍경을 넘어 자연이 회복할 수 있다는 희망적인 순간을 상상하게 한다. 이러한 지점은 작품 속 동물의 이미지를 익숙한 대상에서 환경보호의 메시지를 전하는 상징적 부호로 거듭나게 한다.

지구를 지켜라 Save the Earth, 2023, Oil on canvas, 91.0x91.0cm. 이미지 아뜰리에 아키
지구를 지켜라 Save the Earth, 2023, Oil on canvas, 91.0x91.0cm. 이미지 아뜰리에 아키

이번 전시에서  정성준 작가가 의도하는 바는 무엇일까?  그는 '작가노트'에서 이렇게 말한다.

"이번 전시에서 색다른 점을 찾는다면 작품 속의 이야기가 보다 더 확장되었다는 것이다. 이전 작품에서는 동물들이 단순하게 우리 인류와 함께 공존할 수 있는 그러한 ‘유토피아’를 찾는 내용이었다고 한다면 이제는 동물들이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고 있다. 물론 이전 작품에서도 이러한 요소들이 등장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 작품에서는 좀 더 직관적인 방법으로 이야기를 구체화하고 있다는 것이 이전과는 다른 점이라 하겠다. 작품 속에서 동물들은 직접 피켓을 들고 거리에서 사람을 향해 시위하기도 하고, 몇몇 동물들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유명브랜드의 커피숍에 가서 ‘친환경제품’의 사용을 촉구하기도 한다. 또 다른 그림에서는 잘못된 도시개발이나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급격하게 사막화가 이뤄지고 있는 곳을 찾아 이들이 사람을 대신하여 나무를 심고 사막을 가꾼다. 특히 이 ‘사막을 가꾸고 있는 동물들’ 작품군은 다른 작품들과 대조를 이루고 있는데, 나의 작품들에서 대부분의 배경이 무채색(흑백)인 반면에 이 작품군만이 오로지 원색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비록 사막화가 이루어져 아무것도 없고, 이들이 심은 몇 그루의 나무들이 전부인 곳이지만 자연이 회복할 수 있다는 희망적인 내용을 포함하고 있기에 작품 속 모든 것이 원색 그대로 그려졌다. 그렇다면 이 작품군 외에 ‘도시를 여행하고 있는 작품군’은 언제쯤 원색을 찾을 수 있을까? 그것은 나를 포함하여 오늘을 살고 있는 동시대인의 노력에 달려 있을 것이다. 그러하기에 지금으로서는 그 시점에 대해 아무도 알 수 없다. 하지만 이 역시 우리 모두가 지혜를 모은다면, 그래서 현재 우리가 닥친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면, 나의 작품에서 무채색이 사라지고 바야흐로 그림 속 모든 것들이 자신들이 갖고 있는 본연의 색을 찾지 않을까?"('작가노트(2023)')

오늘의 득템, 2023, Oil on canvas, 116.8x72.2cm. 이미지 아뜰리에 아키
오늘의 득템, 2023, Oil on canvas, 116.8x72.2cm. 이미지 아뜰리에 아키

1981년 태어난 정성준 작가는 러시아 국립상트페테르부르크 미술대학(SPBU: St Petersburg University)에서 연수했으며, 중국 미술교육의 최고학부인 중국 중앙미술대학(CAFA: Central Academy of Fine Arts)에서 창립 100년 이래 최초 외국인 수석 졸업자로 석사학위를 받으며 큰 화제가 되었다.

특히 세계적인 아트 컬렉터인 베르나르 아르노(Bernard Arnault, LVMH 그룹 회장)이 설립한 루이비통 재단 미술관 (Fondation Louis Vuitton, Paris)에 소장되며 국내 미술 현장을 넘어 국제적으로 각광받고 있다. 지난 3월 홍콩에서 개최된 ART CENTRAL을 통해 국제적 학술재단인 ANNA PAO SOHMEN FOUNDATION에 소장되며 작품성을 재차 인정받았다.

100만불짜리 얼음, 2023, Oil on canvas, 60.6x60.6cm. 이미지 아뜰리에 아키
100만불짜리 얼음, 2023, Oil on canvas, 60.6x60.6cm. 이미지 아뜰리에 아키

정성준 작가의 개인전 《나의 지구에게; What a Wonderful World!》는 아뜰리에 아키(서울특별시 성동구 서울숲2길 32-14 갤러리아 포레 1층)에서 9월 23일까지 관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