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필 작가는 비가시적 현상을 페인팅, 조각, 설치, 키네틱아트를 통해 시각적으로 구현한다. 대표적인 매체인 전자기력을 통해 운동성을 이미지로 포착한다. 작가는 단순 심미적인 시각화에 머무는 것이 아닌 세계 속에 내재된 관계·질서·원리를 탐구한다. 이러한 작업을 볼 전시회가 열린다.

윤성필 작가의 개인전 《전자기력 사유 : 블랙 스크린》이 성곡미술관 2관 2층에서 8월 19일 개막했다. 이번 전시는 윤성필 작가가 2010년부터 작업해온 액체 자성 유체를 활용한 전자기력 탐구의 연장선이다. 회화부터 조각, 사운드 설치까지 신작 〈블랙 스크린〉을 포함하여 총 5점의 작품으로 이루어져 있다. 예술과 과학, 철학의 총체로서, 작가, 엔지니어, 프로그래머와 협업하여 다차원적인 결과물을 선보인다. 

블랙 스크린 23-01, 2023, 로봇, 자석, 액체자성유도체, 알루미늄, 스테인레스 각파이프, 동작센서, 알루미늄 판, 288×288×43㎝  ⓒ양승원
블랙 스크린 23-01, 2023, 로봇, 자석, 액체자성유도체, 알루미늄, 스테인레스 각파이프, 동작센서, 알루미늄 판, 288×288×43㎝ ⓒ양승원

신작 〈블랙 스크린〉은 그동안 윤성필 작가가 다뤄온 동양철학과 우주론과 같은 거대 담론에서 질 들뢰즈의 『영화 1 : 운동 이미지』로 구체화하여 순수한 움직임에 집중한다. 특정 전기신호에 의한 반복적이지만 비정형적인 움직임을 통해 전자기력을 가시화하여 세계 속에 내재된 관계, 질서, 원리를 탐구하고자 한다.

들뢰즈는 베르그송의 철학을 바탕으로 물질은 곧 이미지, 이미지는 순수한 ‘운동_이미지’라고 판단했다. 액체 자성 유체로 가득 찬〈블랙 스크린〉은 어떠한 형상을 내포하지도, 의미하지도 않는 화면으로서, 이는 마치 중심을 상정할 수 없고 끝없이 흐르는 순수 운동을 연상시킨다. 들뢰즈가 움직이는 이미지로 새로운 사유를 제시한 것처럼 윤성필 작가는〈블랙 스크린〉을 통해 순수한 사유의 해방을 관람객에게 제시하고자 한다.

왜 전자기력인가. 우주에 존재하는 4가지 힘인 전자기력, 중력, 강력, 약력. 그중 일상생활에 가장 밀접한 전자기력을 보편적 언어로 선정했다.

“우리가 지식이나 지혜로 알 수 있는 것은 한정적이며 많은 부분은 아직 추론이나 유추를 통해 알 수 있을 뿐입니다. 저에게 있어 전자기력이 그렇습니다. 보이지 않고 들을 수 없으며 느낄 수 없습니다. 작품 어디에도 궁극적인 실재는 보이지 않습니다. 다만 그 힘에 이끌려 움직이는 물체 즉, 현상만 있을 뿐입니다.”

윤성필 작가는 이렇게 전자기력 탐구에 대한 이유를 밝혔다.

윤성필 작가 개인전 '전자기력 사유 : 블랙스크린' 전 포스터. 이미지 윤성필
윤성필 작가 개인전 '전자기력 사유 : 블랙스크린' 전 포스터. 이미지 윤성필

윤성필 작가는 보이지 않는 전자기력의 운동을 액체 자성 유체를 통해 구현해낸다. 1960년대 초 나사에서 연료 이동을 위해 개발된 액체 자성 유체는 현재 스피커, 터치스크린 패널, 자동차 스트랩 등 반도체·전자산업에서 사용되고 있다. 액체 자성 유체는 프로그래밍된 전기 신호를 받고 특정한 요철을 만들거나 순환 운동을 지속하다가도 전자기력의 힘이 약해지면 본래의 원형으로 회귀하거나 하강하는 특징이 있다. 윤성필 작가는 이처럼 전자기력에 반응하면서도 가변적이고 비정형적인 요소에 주목했다.

이밖에도 이번 전시에서는 액체 자성 유체로 조각의 범주를 확장하는 〈액체 조각 프로젝트〉부터 우주의 생성과 순환 원리를 탐구하는 〈넓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다〉시리즈까지 새롭게 제작되어 선보인다. 모든 작품에는 모션 인식 센서를 부착하여 관람객이 접근하면 구동된다. 이러한 관객과의 상호 네트워크성은 작품과도 밀접하게 관계된다.

작품에 다가가야만 구동되는 방식은 윤성필 작가에게 “관람객이 작품의 일부로서 동화同和하는 행위”로 기능한다.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객이 비가시적 힘인 전자기력을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는 경험이 되길 기대한다.

《전자기력 사유 : 블랙 스크린》전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과기술융합지원 사업의 지원으로 제작되었다. 이외에도 협력으로 현대제철, 후지필름 코리아, 페로텍 코리아, 케이트가 참여하였다. 현대제철은 윤성필 작품의 철과 순환성에 주목하여 인터뷰 영상 제작을 지원하였고 후지필름 코리아는 프로젝터FP-Z8000-W를 지원하여 전시장 내 인터뷰 영상을 영사할 예정이다. 액체 자성 유체Ferrofluid를 수입 및 판매하는 페로텍 코리아에서는 액체 자성 유체 일부를, 종합 아트 플랫폼 케이트에서는 온라인 홍보를 지원하였다.

윤성필 작가 개인전 《전자기력 사유 : 블랙 스크린》은 9월 10일(일)까지 성곡 미술관(서울특별시 종로구 경희궁길 42 )에서 관람할 수 있다. 관람시간은 화-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입장료는 무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