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코로나가 한참이던 때 관객을 만나지 못하고 공연기록으로만 남아 깊은 아쉬움을 남겼던 2022년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낮은 칼바람>(작/연출 신안진 공동 연출 정승현)을 드디어 무대에서 만나 볼 수 있다. 극단 미픽은 이 연극을 11월 16부터 26일까지 총 10회 여행자극장에서 공연한다.

연극 '낮은 칼바람' 포스터. 이미지 극단 미픽
연극 '낮은 칼바람' 포스터. 이미지 극단 미픽

<낮은 칼바람>은 ‘창작산실 대본공모’와,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에 최종 선정된 수작으로, 대본 창작 이후 약 5년의 기다림 끝에 관객을 찾아간다. <낮은 칼바람>은 마치 미국의 서부극 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구조이다. 대일항쟁기의 만주를 배경으로 마적과 일본군, 독립군, 협객들이 판치는 무법지대를 그리는 ‘만주 웨스턴’. ‘만주 웨스턴’에서는 정통 서부극과 달리 선과 악이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고, 정의감에 바탕을 둔 영웅 같은 주인공도 등장하지 않는다. <낮은 칼바람>은 그 시대의 영웅이 아닌 가장 아래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날카로운 칼바람을 이겨낸 이들의 신화이다.

<낮은 칼바람>은 작가 신안진의 외조부의 실제 이야기와 ‘나카무라 신타로’ 사건을 배경으로 한다. 나카무라 신타로 사건은 1931년 6월 27일, 관동군 소속 스파이였던 나카무라 신타로 대위가 농업기사로 위장하고 대흥안령 일대에서 임무를 수행하다가 봉천군벌에게 억류되어 살해당한 사건을 말한다.

신안진 작가는 “개인적으로 외조부님의 파란만장한 삶이 녹아있지만, 결국에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밑바닥 삶을 사는 사람들의 생명력에 대해서이다. 역사적으로는 주목할 만한 큰 사건만 전면에 나타나지만 한번도 나서본 적이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 역사적 사건 주변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픽션이 따라올 수 없는 논픽션만의 진정성과 생생함으로 무대를 1931년 만주로 순간이동한다. 입체감있는 캐릭터들은 이 극이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 역사임을 알리고 몰입감을 높인다.

김태훈(맹포수 역), 김조운(종수 역), 박창순(용막 역), 이승현 (하사 역), 김현 (금석 역), 박진호 (수염 역), 김슬기 (복녀 역), 장승연 (부근 역), 오윤정( 중위 역), 백진철(움직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