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노동계급 세계사" 입체 표지  이미지 오월의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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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일은 ‘근로자의 날(노동절)’이다. 왜 이날이 노동절일까?

“1886년 5월 1일 '임금삭감 없는 하루 8시간 노동'을 내걸고 미국 전역의 30만 명에서 50만 명의 노동자가 파업과 집회를 개시했다. 시카고는 이 운동의 중심지로, 고용주와 정부는 운동을 진압하기로 결정했다. 5월 3일, 경찰이 피켓라인을 넘어서는 파업 대체 인력을 보호하는 과정에서 노동자 1명이 사망하고 여러 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튿날, 아나키스트 노동자들은 헤이마켓광장에서 대규모 항의 집회를 열자고 호소했다. 광장에서 정체불명의 사람이 폭탄을 던지자 경찰이 총을 쏘았다. 현장에 있던 경찰관 7명과 민간인 몇 명이 사망했다.

이후 '하루 8시간 노동' 운동을 벌인 아나키스트 8명이 기소됐는데, 그중 일부는 헤이마켓 시위와 아무 관련이 없었고 현장에 있지도 않았으며, 어느 누구도 폭탄을 던진 혐의를 받지 않았다. 그럼에도 7명이 사형을 선고받고 1명이 15년 징역형을 받았다. 4명은 실제로 사형이 집행되었고, 다섯 번째 사형수는 자살로 교수형 집행을 피했다. 훗날 피고인 8명 전원이 사면을 받으면서 남아 있던 3명은 석방되었다.

후에 사회주의와 공산주의 단체들이 헤이마켓 열사들과 '하루 8시간 노동' 운동을 기념하기 위해 5월 1일을 세계 노동자의 날로 지정했다. 오늘날 세계 곳곳의 여러 나라에서 이날을 공휴일로 기리지만, 많은 사람이 그 급진적인 기원을 알지 못한다.”

이처럼 잘 알지 못하는 노동계급의 저항과 반란의 역사를 쉽게 알 수 있도록 한 책이 워킹클래스히스토리가 펴낸 《노동계급 세계사》(유강은 옮김, 오월의봄, 2023)이다.

이 책은 다양한 노동계급의 사람들과 그만큼 다양하고 국제적인 '투쟁적 오늘'을 담고 있다. 왕이나 정치인, 소수의 자본가들이 아니라 평범한 우리가 만든 역사를 이야기한다.  《노동계급 세계사》는 여성, 청소년, 유색인, 이민자, 원주민, 성소수자, 장애인, 노인, 실업자, 가사노동자 등 다양한 노동계급 사람들이 조직을 이루어 행동에 나섰던 ‘오늘’을 보여준다.

신간 "노동계급 세계사" 표지. 이미지 오월의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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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시대순이나 연대기 방식이 아니라 매일 두 가지 역사를 다룬다. '노엄 촘스키'의 서문 이후 <1월>부터 <12월>까지 그날그날의 역사를 소개한다.

예를 들어 <1월> 장에서는 1804년 1월 1일 노동과 관련한 역사 현장 두 개를 다룬다. 이날 12년 전 노예제와 프랑스의 식민 지배에 맞선 반란으로 시작된 혁명 이후 아이티가 독립 공화국이 되었다. 1994년 1월 1일 멕시코 치아파스의 원주민들이 들고일어나 지역을 장악하고, 권력을 재분배하고 새롭게 직접민주주의적인 방식으로 사회를 운영하면서 사파티스타 봉기가 시작되었다.

이렇게 1월 1일에서 12월 31일까지 연도와 세기를 오가며 노동 관련 주요 사건 두 가지를 소개한다. 날마다 두 가지로 보는 노동투쟁의 역사이기도 하고 달력 같기도 한 점이 재미있다. 그래서 소설을 읽듯 하지 않아도 된다. 즉 순서에 상관없이 언제든 아무 쪽을 펴서 읽어도 된다. 사전을 찾듯 필요한 대목을 찾아볼 수도 있다. 부제 ‘날마다 읽는 저항과 반란의 역사’가 말하는 것처럼 ‘날마다 읽기 좋은’ 책이다. 5월 1일이면 5월 1일 날짜에 소개한 내용을, 다음날 5월 2일에는 5월 2일의 내용을 읽으면 된다. 이런 방식으로 읽으면 5월 1일 오늘 하루가 홀로 존재하는 5월 1일이 아니라 과거의 무수한 5월 1일과 이어지게 된다. 그래서 이 책을 보면 “노동계급의 역사적 오늘로 채운 365일 우리의 ‘오늘’은 끊임없는 투쟁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노동계급 세계사》에는 아프리카에서 한국까지 세계 각국의 여성, 청년, 유색인, 이주민, 원주민, 성소수자, 장애인, 노인, 실업자, 재택근무자 등 전 세계에서 조금이라도 더 나은 노동 환경을 위해 조직화하고 행동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역사상 세계 최초의 파업은 10월 13일에 나온다. 기록으로 남아 있는 최초의 파업은 기원전 1157년 10월 13일로 추정되는 날짜에 일어났다. 이 분쟁은 오늘날 데이르엘메디나라고 불리는 고대이집트 도시에서 필경사가 쓴 파피루스에 설명되어 있다.

1912년 미국의 로렌스 파업(빵과 장미 파업)처럼 매우 유명한 순간도 있지만 1935년 세인트키츠섬의 사탕수수 플랜테이션 농장 노동자들이 앞마당에 모여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파업에 돌입한 날처럼 거의 알려지지 않은 순간도 있다. 비단 노동운동뿐만 아니라 식민 지배, 인종차별, 성차별, 장애인차별, 성소수자 혐오에 맞서 싸운 이들의 저항과 반란도 무수히 기록되어 있다. 

신간 "노동계급 세계사" 표지. 이미지 오월의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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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와 관련있는 내용을 보면 1919년 조선에서 일어난 3.1운동, 1948년 제주 4·3사건, 1960년 4·19의거, 1980년 5월 18일 광주민주화운동과 같은 큰 사건뿐만 아니라 1980년 5월 7일 강원도 정선군 사북읍에서 일어던 ‘사북 사태’를 비롯하여 단채 신채호 선생의 서거에 관한 것으로 1936년 2월 21일 조선의 아나키스트 신채호가 옥중에서 사망했다는 내용, 1927년 2월 22일에는 일본에서 일하는 조선인 일용직 노동자들의 첫 번째 노동조합인 조선자유노동자조합이 결성되었다고 각각 해당 날짜에 소개했다. 또 1950년 7월 26일 미군이 한국 민간인 100~300명을 학살한 노근리 사건, 1987년 8월 17일 울산 현대중공업 조선소 점거 노동자 대투쟁도 다루었다. 9월 12일에는 1945년 일본이 전쟁에서 패배한 뒤 조선건국준비위원회가 조선인민공화국을 선포했다(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일명 북한과 혼동하지 말 것)는 내용도 소개한다. 10월 1일에는 1946년 대구에서 일어난 대구 10·1 사건을 소개한다. 10월 19일에는 청산리 전투를 소개한다. “1920년 10월 17일 만주에서 아나키스트 장군 김좌진이 이끄는 대한독립군을 주축으로 청산리 전투가 시작되어 일본 제국군 1개 사단을 쓸어버렸다.”

11월 18일에는 1967년 베트남 주둔 미군에 저항한 한국노동자들의 투쟁을 담았다. 당시 베트남 주둔 미군에 고용된 한국 노동자들이 형편없는 식사에 불만을 표출하여 폭동을 일으켰다. 이들은 식탁을 뒤집어엎고 미국인을 공격하고, 미국인 사업 관리자에게 얼마나 맛없는 음식인지 직접 먹어보라고 강요했다. 미군 민간인 1명이 한국인 3명을 총으로 쐈고 헌병이 몰려왔지만, 한국인 노동자들은 불도저와 트럭으로 반격하면서 트레일러와 건물을 들이받고 보트를 탈취했다. 파업과 폭동은 4일이 지나서야 진압되었다.

이처럼 《노동계급 세계사》는 지금의 세상이 어떻게, 왜 지금과 같은 모습이 되었는지, 어떤 사람들이 무엇을 이루기 위해 어떤 행동을 했는지, 권력자와 부자들이 자신의 부와 영향력을 지키고 늘리기 위해 무슨 짓까지 할 수 있었는지를 낱낱이 적었다.

노동계급의 저항과 반란이 항상 성공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성공한 반란과 저항은 드물고 실패한 반란과 저항이 대부분이다. 실패했다고 안 한 것만 못한 것도 아니다. 실패에서 배울 점이 많다. 실패를 통해서도 우리는 무언가를 배울 수 있다는 점과 투쟁의 시도들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보여준다는 것이 이 책의 특징이기도 하다.

이 책 《노동계급 세계사》는 역사상 수많은 사람이 착취, 차별, 식민화, 억압 등에 맞서 일으킨 일상적인 저항과 반란 행위를 보여주면서 삶과 노동조건의 개선이 너무나 많은 폭력적인 투쟁과 희생 위에 있었음을 우리에게 일깨워준다. 오늘 우리의 삶은 이들의 저항과 반란, 희생에 적지 않게 빚지고 있다.

5월 1일 휴무를 한다면 《노동계급 세계사》를 읽는다면 후회없는 하루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