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선비의 케렌시아, 정자". 사진 이승준
신간 "선비의 케렌시아, 정자". 사진 이승준

16세 고등학생 이재은이 8년간 주말에 경상북도 봉화의 정자(亭子)를 답사하고 이를《선비의 케렌시아, 정자》(교보문고, 2023)라는 책으로 펴냈다.

작가 이재은은 미국과 한국에서 절반 절반의 세월을 보냈다. 출생 1년 후 부모의 이민으로 시작된 미국 생활 7년, 다시 돌아온 한국 생활이 8년이다. 다시 만난 한국을 알아가는 최선의 방법이 지난 8년간 경상북도 봉화 외가로의 주말여행이었다. 초중고 시절 그 많은 주말을 학원이 아닌 여행, 봉화 그리고 외할머니와 보냈다.

봉화군에는 100여 개의 정자가 남아 있고, 이재은은 봉화를 여행하면서 자연스럽게 정자와 만나게 되었다. 그러는 사이 조선의 선비들은 이 봉화에 왜 그렇게 많은 정자를 세웠을까, 몹시 궁금했다. 그렇게 세운 정자들에는 도대체 어떤 사연과 이야기가 있을지, 호기심을 멈출 수 없었다. 이에 이재은은 이 두 가지 궁금증을 풀기 위해 직접 찾아보기로 했다. 주말마다 봉화의 정자를 답사하고 조사하여 선비들의 정자를 알게 되면서 이재은은 정자를 ‘케렌시아(Querencia)’로 해석했다. 스페인어 케렌시아는 ‘애정,’ ‘애착’ ‘귀소본능,’ 그리고 ‘안식처’를 의미한다. 굴곡진 세상을 피해 봉화를 찾은 선비들에게 정자는 제3의 공간, 피난처인 ‘케렌시아’였다. 단순히 물리적 공간으로서의 안식처만이 아닌 느낌과 정서, 공간과 환경 모든 것을 아우르는 ‘케렌시아’ 말이다.

정자 야옹정을 답사하고 있는 이재은.  사진 이승준
정자 야옹정을 답사하고 있는 이재은. 사진 이승준

이재은은 수많은 정자를 공부하고 연구하면서 그 정자의 역사 배경, 사람들을 이야기, 스토리텔링을 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중심 메시지, 핵심을 8개 각각의 정자 이야기로 뽑아냈다. 그 중심 메시지와 정자를 묶어 1 인생책을 담은 공간, 청암정 2 자연과 교감하는 공간, 한수정, 3 자기다움이 있는 공간, 경체정 4 창조적 놀이의 공간, 도암정 5 세대간의 배움이 이어지는 공간, 야옹정 6 어머니의 은혜를 기억하는 공간, 몽화각 7 우정으로 절망을 이겨낸 공간, 와선정 8 이웃사랑으로 행복했던 공간, 종선정으로 정리했다.

이렇게 정리하여 펴낸 책 《선비의 케렌시아, 정자》는 저자가 8년간의 외가 여행을 통한 한국 적응기이자 지난 1년간 봉화정자 탐방의 성찰과 비전을 담은 우리문화유산답사기이다.

“지금 우리에게 정자와 같은 공간은 어디에 있을까?” 이재은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청소년, 학부모, 수험생, 취업준비생, 경쟁에 지쳐가는 사회인에게, 쉼과 안식처를 찾아 방황하는 현대인에게도 이같은 질문을 하며 함께 이 시대의 ‘케렌시아’를 찾아가자고 제안한다.

이 책은 저자의 외할머니 권경숙 씨와 협업으로 펴내 더욱 특별하다. 86세 할머니는 정자 그림을 그렸고, 열 손주 가운데 제일 어린 열 번째 손녀 이재은은 사진을 찍고 글을 썼다. 할머니와 손녀가, 세대를 뛰어넘어 대화와 소통으로 함께 책을 펴낸 드문 사례이다.

정자 한수정을 답사하는 이재은. 사진 이승준
정자 한수정을 답사하는 이재은. 사진 이승준

저자 이재은이 답사와 책을 펴낼 수 있게 부모 또한 많은 노력을 했다.

아버지 이승준 씨는 “아이가 책을 많이 읽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려고 노력했고, 특히 엄마가 애를 많이 썼다”며 “책을 읽고 독후감을 담아보도록, 일기에 기록하도록, 성찰저널로 소화하도록 격려했다”고 말했다.

이승준 씨는 “딸과 여행을 함께 많이 했다. 그리고 그 여행에 대해 성찰 일기, 여행기로 적도록 격려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선비의 케렌시아, 정자》도 지난 8년간의 봉화 외가 주말 방문과 봉화역사문화탐방여행이 발전해 지난 1년간의 정자탐방조사연구, 문화유산답사기로 발전하게 되었다고 했다.

이재은은 소년조선일보 어린이 기자로 활동했고, 중학교에 들어가서는 세대간 소통과 배움을 확산하기 위한 협동조합 GIVE(Generations Interact & Value Each other)의 홍보팀장으로 봉화지역의 문화유산 관련 영상콘텐츠를 제작하는 프로젝트를 계속 했다.

또한 이승준 씨는 할머니와의 협업을 높이 평가했다. 승준 씨는 “조부모 세대와 열 명의 손주가운데 막내 열 번째 손주 세대의 협업, 우리 가족은 이를 기브정신이라고 한다. GIVE(Generations Interactive & Value Each other) 말이다. 이 GIVE 프로젝트의 누리집도 운영한다”며 “그런 대한민국 미래에 대한 도전도 하는 중이다. 재은이와 할머니가 그 정신을 구현해갈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답사와 공부, 책을 펴내면서 이재은은 얻은 것이 적지 않았다. 먼저 우리 역사와 전통, 선비정신의 가치, 우리 문화 유산의 가치를 배웠다. 또한 외할머니 마을, 엄마의 고향, 재은이 자신의 뿌리(Roots)에 대한 깊은 성찰과 공감을 하게 되었다.

이제 이재은은 이번 책 작업과 북토크, 강연활동 등을 통해 입시경쟁이라는 매우 좁은 경쟁 문화에 젖은 청소년이나 한국사회가 긴 호흡을 하면서 나갈 수 있도록 정자, 선비문화와 정신, 우리의 케렌시아를 찾아가는 운동을 하고 싶다.

8년 전 한국으로 돌아온 이재은은 충남 천안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진학하여 공부하던 중 신종감염증코로나19로 자퇴하고 서울에 있는 실험학교 ‘거꾸러캠퍼스’에서 1년간 수학했다. 지금은 경기도 판교 소재의 한국외국인학교(Korea International School) 10학년 재학 중이다.

교보문고 POD 주문형으로 출판한 이재은의 《선비의 케렌시아, 정자》는 인터넷 혹은 모바일교보문고에서 구입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