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이 시작되면 어느새 웃음이 터지고 박수가 이어진다. 강연이 끝나면 객석에서 모두 일어나 강사에게 환호와 박수를 보내며 아쉬워한다. 이런 반응, 강연자라면 모두 바라는 바가 아닐까.

《강연자를 위한 강연》(학교도서관저널, 2023)을 펴낸 권오준 저자가 바로 청중을 열광하게 하는 강연자이다. 권오준 강연자는 유치원에서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등 전국의 학교에서 열리는 ‘작가와의 만남’ 최다 강연자(연간 300회 이상), 공공도서관 작가와의 만남 강연과 성인 인문학 강연까지 다양한 레퍼토리로 강연장의 청중을 열광시키는 강연자로 유명하다. 특히 피아노와 가야금, 성악이 어우러진 북콘서트는 저자만의 독특하고 차원 높은 강연으로 손꼽힌다.

권오준 지음
권오준 지음 "강연자를 위한 강연". 사진 학교도서관저널

 

저자의 첫 데뷔 강연은 지금과는 달랐다.  동네책방에서 초등학교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생태 강연이었다. 그의 강연에 동네책방 대표는 만족스럽다고 했지만, 저자는 마음이 개운하지 않았다. 밤새도록 행사를 복기해 보았더니, 점수를 얻을 만한 구석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저자는 실망하지 않았다. 동네책방의 첫 공식 강연에서 문제점들이 고스란히 드러났지만 그건 되레 저자를 자극했고 강연자로서의 목표를 만들어 주었다. 그런 점에서 동네책방에서 첫 경험은 저자에 디테일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 소중한 첫 강연이었다.

강연이 하나하나 늘어갈수록 저자가 깨닫고 얻는 교훈이 늘어갔고 이를 다음 강연에 반영하여 걍연의 수준과 재미가 더해져 그를 다시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 그래서유치원생에서 중고등학생, 그리고 성인까지 작가와의 만남에서 북콘서트까지 대상 불문, 형식 불문, 강연 공간을 재미와 감동으로 채우는 학교 강연 전문가가 되었다.

그가 얻은 노하우를 강연자들과 나누다 이를 정리해 책으로 펴냈다. 《강연자를 위한 강연》이 그것이다. 저자가 생태작가로 데뷔한 뒤 베테랑 전문 강연자가 되기까지의 경험과 고민 그리고 실전 경험에서 얻는 노하우를 《강연자를 위한 강연》에 온전히 제시한다. 이 책을 보고 우선 ‘이래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고 활용하는 학교 강연자가 많아지면 저자의 입지가 좁아지는 것 아닐까. 그만큼 저자가 쌓은 실전 강연 노하우, '영업 비밀'을 죄다 공개했다.

권오준 저자가 전문 강연자가 되기 위한 마음 자세부터, 부족한 실력을 쌓아간 훈련의 과정, 강연에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재미의 요소를 넣고, 이색 사인회와 적절히 몰입도를 높이는 선물 증정, 분위기 전환과 참여도를 높이는 체험활동을 비롯하여 순발력과 격의 없는 소통으로 감동을 전하는 강연의 디테일을 깨알같이 제시한다.

특히 ‘강연의 감칠맛, 선물’에서 소개하는 내용은 모든 학교 강연자가 일독할 만하다. 저자의 경험에 따르면 학교 강연에서 선물을 적절하게 잘 활용하면 제한된 시간의 강연에서 효과를 크게 높일 수 있다. 선물은 많이 준다고 능사는 아니다. 비용 지출도 감안해야 한다. 선물을 주는 것도 전략적으로 연구해야 한다. 그래서 저자는 말한다. “강연 선물에 대한 고민이 끝나야 비로소 강연의 궤도에 올라선 거라고...... 다른 강연은 몰라도, 초등학교에서는 그렇다.”

권오준 지음
권오준 지음 "강연자를 위한 강연" 사진 학교도서관저널

이 책 3부 “청중을 알아야 강연이 즐겁다!”는 학교 강연 청중을 이해하는 노력과 내용을 담았다. 많은 경험을 쌓으면서 꾸준히 해오지 않으면 모를 내용이 수두룩하다. 저자에 따르면 유치원생은 가장 자기중심적인 청중이고, 초등 저학년은 무엇을 해도 느리고 어설프다. 초등학교 3학년과 4학년은 초등 중학년이다. 뭐든 잘하고 즐긴다. 강연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대상이 초등하교 중학년이다. 교사들도 중학년을 선호하여 담임 경쟁이 치열하다.

초등 고학년, 즉 5~6학년은 몸은 청소년인데 마음은 어린이다. 강연을 해도 아이들이 돌부처처럼 앉아있다. 청소년들은 무심하지만 자신의 관심사에는 적극적이다. 이런 학생들에게 어떻게 강연을 해야 소기의 성과를 거둘까?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한다면 이 책을 읽어 보고 특히 강연 대상에 관한 내용을 집중해 읽고 준비하면 재미있고 유익한 강연을 하게 될 것이다.

아울러 “강연자를 위한 강연”이 강연자에게 매우 유용하다. 저자가 오프라인에서 이미 수차례 진행된 ‘강연자를 위한 강연’에서 자주 나오는 8가지 질문을 FAQ의 형태로 정리해서 답변하였다. 강연과 강의의 차이부터, 초보 강연자가 가장 먼저 노력하고 해결해야 할 과제를 비롯해서 코로나 상황에서 비롯된 40분 초단시간 강연과 학교 강연 체크 리스트까지 강연자들의 궁금증을 상세히 풀어준다.

또한 책 전체에서 강연자에게 전달하고자 한 내용을 18가지 체크 리스트로 정리하여, 자칫 재미난 경험담으로 흐르지 않도록 요점을 정리하였다.

이처럼 저자는 청중과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연령대별로 청중을 분석하고, 대면 강의와 비대면 강의에 이르기까지 강연 무대에 오르는 강연자라면 알아야 할 거의 모든 것을 이 책에 담아냈다. 초보 강연자라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알려주는 길잡이로, 전문 강연자라면 한 차원 높은 강연을 위해 이 책을 활용하면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