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잘 띄는 노란색 조끼는 프랑스 시골 지역 자동차 운전자들의 유류세 항의 시위인 ‘노란 조끼gilets jaunes 운동’ 이후로 시위의 상징이 되었다. 모든 운전자는 노란 조끼를 차에 지니고 다닐 것을 강제했던 프랑스 법 때문에 노란 조끼는 정부의 운전자 통제를 상징하기도 했다. 또한 조난 신호로도 사용되는 노란 조끼는 시위의 긴급성을 나타내기도 한다. 또한 대중 운동의 일부로서 통일성을 나타낼 수 있는 저렴하고, 편리하며, 즉시 인식이 가능한 방법이다.”

이처럼 인간이 입는 옷은 옷으로 기능할 뿐만 아니라 메시지를 전한다. 캐롤라인 영이 쓴 《패션, 色을 입다》(명선혜 옮김, 리드리드출판, 2023)는 색의 메시지에 주목한 책이다. 색의 탄생과 역사를 만든 패션을 종으로 횡으로 다루며 “10가지 색을 주제로 인류 문화를 관통하는 매혹적인 패션 이야기”를 한다.

캐롤라인 영 지음 "패션, 色을 입다"표지. 사진 정유철 기자
캐롤라인 영 지음 "패션, 色을 입다"표지. 사진 정유철 기자

열 가지 색은 검은색, 보라색, 파란색, 녹색, 노란색, 주황색, 갈색, 빨간색, 분홍색, 흰색이다. 이 열 가지 색상 뒤에 숨겨진 상징성과 고대 이집트에서 중세, 르네상스와 빅토리아 시대를 거쳐 지난 세기의 대중문화에 이르기까지 의상과 의복에서 컬라가 지닌 중요성을 탐구한다.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색으로 파란색을 자주 언급한다. 그 이유를 저자는 이렇게 설명한다.

“파란색은 슬픈 감정과 연관성이 있지만, 하늘과 바다 사이의 공간을 나타낸다. 충성스럽고 진실하며 차분하게 여겨지는 색이다. 그렇기에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색으로 파란색을 자주 언급하는 것 아닐까.”

그런데 색에도 계급이 있었다. 중세에 의복을 규제하는 사치금지법이 색에 계급을 부여했다. 자주색과 붉은색, 금색 등 화려한 색상의 비단이나 고급 직물은 왕족과 귀족의 전유물이 되었다. 그래서 유럽의 상인 계층에서 블랙, 검은색이 점차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또 고대부터 보라색은 가장 힘 있는 사람들만이 가질 수 있는 색이었다. ‘황실’ 또는 ‘왕실’ 보라색으로 명명된 옷들은 부와 권력을 상징했으며 황제, 왕족, 교회의 수장만이 입을 수 있었다. 로마의 네로 황제는 보라색 예복을 너무나 아끼고 소중히 여긴 나머지 보라색 옷을 입은 시민을 추방하거나 죽이기까지 했다. 보라색의 진귀함은 그 희귀성 때문이다.

이제는 이러한 제약이 없어지면서 컬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 2021년 1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이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조용히 치러졌지만, 단연 눈에 띄는 것은 보라색 옷차림이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짙은 보라색 코트와 아프리카계 미국 디자이너 크리스 토퍼 로저스의 드레스를 입었다. 미셸 오바마는 색 조합이 매우 뛰어난 와인 컬러의 코트와 터틀넥에 와이드 레그 트라우저를 입었다. 힐러리 클린턴은 보라색 바지 정장을, 질 바이든은 따뜻한 보라색 코트에 액세서리를 매칭시켰다. 이날 이들은 왜 이렇게 보라색 옷을 입을 입었을까.

파란색은 민주당을 상징한다. 공화당은 빨간색이다. 이 두 색을 섞은 보라는 통합을 뜻하는 색이 되었다. 도널드 트럼프가 펼친 격동의 정치 이후 들어선 바이든 정권의 낙관을 뜻한다. 이처럼 보라색은 애잔하며, 신비롭고 영적이며, 기발하고 풍부한 표현력으로 한 나라를 통합할 희망까지 주는 색이다.

그런데 주의해야 한다. 색이 주는 메시지가 전 세계 공통이 아니라는 점이다. 문화마다 컬러의 의미가 다르다. “빅토리아 시대에는 배우자가 죽으면 검은 옷을 입었지만 인도에서는 흰옷을 입었다. 아일랜드에서는 녹색이 행운을 의미하지만, 중국에서는 매춘부와그 가족임을 나타내는 색으로 녹색 모자나 두건을 쓴다. 또한 서양의 결혼식 신부는 순백색 옷을 입고, 힌두교의 신부들은 다산과 번영을 상징하는 빨간색 드레스를 입는다.”

이처럼《패션, 色을 입다》는 읽다 보면 색의 역사를 종횡으로 알게 된다. 이러한 역사를 알게 되면 더는 패션에 무감각할 수 없다. 어떻게 때와 장소에 맞는 색깔의 옷을 찾아야 할지 고민하게 될 것이다. 그 장소에서 당신이 주인공이라면 더욱 그렇다. 모든 사람의 이목을 단숨에 끌 옷차림을 해야 할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