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시대-유랑1,  105x175x215cm,  stainless steel, objet, 2022  [사진 삼정갤러리]
사라진 시대-유랑1, 105x175x215cm, stainless steel, objet, 2022 [사진 삼정갤러리]

소현우 작가의 '버니 걸'에서 루이스 캐럴의 판타지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떠올랐다. 앨리스가 토끼 굴에 빠져 처음 만난 토끼는 양복 조끼를 입고 있었다. '버니 걸'은 얼굴은 토끼 모습이지만 턱 아래는 사람이다. 사람 얼굴 토끼? 소현우 작가를 우리를 판타지의 세계로 초대한 것이다.

Bunny girl,  100x60x255cm,  2022   [사진 삼정갤러리]
Bunny girl, 100x60x255cm, 2022 [사진 삼정갤러리]

부산 서면에 있는 삼정갤러리에서 현실과 판타지를 담은 소현우 작가의 개인전 <사라진 시대>가 10월 22일부터 열린다. 이번 작품은 작가의 5년 동안 고뇌와 통찰이 담긴 신작들이다. 고뇌와 통찰이 반복된 5년의 시간, 그 시간의 증거와 산물로 이번 개인전이 이루어졌다.

이번 전시에 소현우 작가는 다수의 신작를 전시하며 높이 4.5m에 달하는 대형 조각 작품들이 선보인다. 작품의 크기도 크기지만 그가 해온 작업이 더 의미가 있다. 조각 조각을 이어붙인 작가의 '스틸퀼트' 방식은 비교 불가한 노동집약적인 과정으로, 작가에게는 잔혹하고 치열하기까지 한 고뇌이며 그만큼 형태와 의미에 대한 고귀한 접근이다.

"자르고 두드리고 이어붙인 형상들은 현실과 마주하는 우리의 모습과 닮아 있다. 우리는 현실의 결여된 부분을 메우기 위해 상상하며,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간다.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한 동경은 부정 의식을 가지는 희망에서 비롯되며, 이러한 희망은 동화에서 시작하여 현실과 비현실 사이의 판타지로 이어진다. 판타지는 새로운 세상과의 만남이며 우리가 기억하고픈 꿈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소현우 ‘작가노트’ 중)

인간의 시대가 가고 '인공지능'의 시대가 온 것인가? '사라진 시대- 공존의 숲1'에서 인간의 모습이지만, 로봇처럼 보인다. 외양에서는 차가운 느낌을 주는데, 그의 모습에서 따뜻함이 피어난다. 그 로봇이 아마도 어린 사슴인 듯한 동물을 두 손으로 안고 있다.

사라진 시대-공존의 숲1,  2022   [사진 삼정갤러리]
사라진 시대-공존의 숲1, 2022 [사진 삼정갤러리]

어린 사슴은 뒷 다리 하나를 잃었다. 어린 사슴은 어떻게 다리를 잃었을까? 다리를 대신한 금속 의족에서 가슴을 찌르는 듯 통증을 느낀다. 파괴하고 생명을 헤치는 시대는 사라졌는가? 총, 기관총, 그로 인한 살상은 사라지고 옛 시대의 유물이 되어야 할 터. 그리고 그 자리에 생명의 꽃이 피어야 한다.

꿈의 판타지- 대지의 여신 레아,  2021  [사진 삼정갤러리]
꿈의 판타지- 대지의 여신 레아, 2021 [사진 삼정갤러리]

이번 전시를 기획한 삼정갤러리 주승재 관장은 "소현우 작가의 전시를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한 작가의 통렬한 통찰을 우리는 그의 작품을 마주함으로써, 직간접적인 체험을 할 수 있다. 작금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많은 귀감을 보여줄 소중한 전시이다"고 말했다. 

소현우 작가 개인전 <사라진 시대>는 삼정갤러리(부산시 부산진구 중앙대로72 삼정타워 8층)에서 11월 20일까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