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지민(Chae Jimin), Companions or Competitors, oil on canvas, 130.3x130.3cm, 2022  [사진 아뜰리에 아키]
채지민(Chae Jimin), Companions or Competitors, oil on canvas, 130.3x130.3cm, 2022 [사진 아뜰리에 아키]

채지민 작가는 회화에서 가장 중요한 소실점(vanishing point)을 역설로 이용, 캔버스의 평면성을 불안정한 구조로 사용하며 평면 작업에 새로운 시각을 구축한다. 캔버스 안에 일상생활에서 발견되는 이미지의 파편들을 기반으로 형성된 구상적 대상들을 소실점에 의거하여 치밀하게 계획된 구조 안에 배치한다. 예술과 일상, 현실과 비현실을 오가는 그의 화면 속 인위적으로 배치된 평면과 색의 조합은 작가가 설정한 명확한 구조로부터 발현된 공간감을 다시금 2차원으로 회귀하며 끊임없이 시각적 괴리감을 생산해낸다.

채지민은 자신이 창조한 화면을 일정한 거리에서 관조적 시선으로 바라보며, 평면 회화 그리고 이미지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에 천착함과 동시에 회화적 공간의 가능성을 탐구한다. 이런 작업을 이번 개인전에서 보여준다. 

아뜰리에 아키는 11월 10일부터 12월 17일까지 채지민 작가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아뜰리에 아키에서 선보이는 작가의 첫 번째 개인전. 브랜드 쿠어(COOR)와의 협업을 통해 실존 인물을 중의적 요소로서 화면 안에 담아 새로운 관계적 내러티브를 구축한 신작 시리즈 및 회화 15 점을 선보인다.

채지민(Chae Jimin), Through the Strange Structure, oil on canvas, 130.3x162.2cm, 2022 [사진 아뜰리에 아키]
채지민(Chae Jimin), Through the Strange Structure, oil on canvas, 130.3x162.2cm, 2022 [사진 아뜰리에 아키]

신작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의 서사는 결코 그곳에 속하지 않는 이방인으로서 존재하는 인물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실존 인물인 제임스 리 맥퀀(James Lee McQuown)을 형상화한 그의 화면 속 인물은 주인공이자 관찰자라는 중의적 역할을 내포한다.

"남자는 광활한 들판 위에 놓여있는 인위의 평면과 구조물 사이를 지나간다. 자연을 구획하는 압도적인 평면들은 기로를 만들고, 그 목적을 잃은 채 버려진 듯한 불완전한 구조물들은 긴 여행의 길에 잠시 멈출 구실을 준다. 남자는 묵묵히 걷고, 또 걷는다. 그러다가 잠시 멈춰서 한 없이 어딘가를 바라본다. 그리고 다시 걷는다. "(채지민)
‘걷고, 멈춰서서 바라본다’ 라는 작가가 부여한 특정한 행위자로서 존재하는 인물의 등장은 개별적 형태로 존재하고 있는 각각의 캔버스 속 장면을 인물이 지나가는 하나의 거대한 공간으로 연결하며 작품 안의 모호한 경계를 생성함과 동시에 해체한다.

채지민(Chae Jimin), Go Separate Ways, oil on canvas, 130.3x130.3cm, 2022 [사진 아뜰리에 아키]
채지민(Chae Jimin), Go Separate Ways, oil on canvas, 130.3x130.3cm, 2022 [사진 아뜰리에 아키]

이번 전시 작품은 작가 채지민과 자연스러움을 담아낸 컨템포러리 브랜드 쿠어(COOR), 모델 제임스 리 맥퀀(James Lee McQuown)과의 협업을 통해 발현된 작업이다. 작가는 미니멀한 디자인의 의류 본질에 충실한 브랜드 쿠어(COOR)가 지닌 고집스럽게 의도된 단조로움과 작가가 자신의 화면 속 인물에게 기대하는 요란스럽지 않은 존재감의 동일함에 주목한다. 이번 작업을 위해 작가는 작품활동을 시작했던 시절부터 눈여겨 봐왔던, 모델 제임스 리 맥퀀(James Lee McQuown)에게 작가가 직접 선정한 쿠어(COOR)의 착장을 입히며 작가의 화면 속 인물을 구현하였다. 말 그대로 걷고, 멈춰서서 바라보는, 어느 때보다 확실히 계획되고, 의도된 인물의 형상은 아이러니하게도 그동안 시각적인 괴리감을 추구해 온 작가의 화면에 투영된 조화로운 협업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작가는 기하학적 질서에 따라 정확하게 짜인 구조, 평면 그리고 색채 사이의 조화와 충돌로부터 발현된 그의 화면 속 ‘고요한 괴리감’을 관람객이 함께 느끼며 화면 속 인물의 여정에 관람객이 잔잔히 스며들기를 기대한다. 

작가 채지민은 서울대 미술대학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런던 첼시 대학(Chelsea College of Art & Design)에서 서양화과 석사과정을 졸업하였다. 지난 2018년 Art Basel에서 출품작 전체 매진을 기록하며 작품성을 인정받고, 국제 미술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한국, 영국 런던, 미국 뉴욕 등 다수의 기획전을 통해 국내외에서 왕성하게 활동한다. 

채지민 작가의 개인전은 아뜰리에 아키(서울특별시 성동구 서울숲2길 32-14 갤러리아 포레 1층)에서 12월 17일까지 관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