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성, 임봉호, 조정현 작가가 부산 금정구 제이무브먼트 갤러리에서 9월 22일부터 전시 〈Please Mind The Gap〉을 선보였다. 

전시의 제목인 “Please Mind The Gap”은 “틈을 조심하세요”이라는 의미로 번역할 수 있는데 “승강장과 열차 사이의 간격이 넓으니 주의하라”는 지하철의 안내방송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문장이다. 전시를 기획한 한수정 큐레이터는 “‘물질과 비물질 사이의 틈을 주의하라’는 의미로 제목을 붙였다”고 전했다.

이들 작가는 유한한 세계와 그 세계의 갈라진 틈을 다룬다. 조정현 작가는 물질적 세계에서의 죽음, 김태성 작가는 비물질 세계의 죽음, 그리고 임봉호 작가는 두 세계 사이에 있는 기억의 죽음에 관심을 두고 작업한다. 또한, 세 작가가 보여주는 죽음의 세계는 불투명하고 촉지가 가능한 물건의 형태로 기념되고 있다.

조정현,  박제된 까치, blind zone, 우레탄폼에 도색, 110x80×75cm, 2019 [사진 제이무브먼트갤러리]
조정현, 박제된 까치, blind zone, 우레탄폼에 도색, 110x80×75cm, 2019 [사진 제이무브먼트갤러리]

조정현 작가는 박제된 동물의 형상과 관련된 작업을 이어왔다. 박제된 동물은 우레탄폼 덩어리 등의 ‘물건들’과 함께 배치되어 틈의 저편으로 넘어가기 전, 마지막으로 다시 이 세계에 붙잡힌다. 물론 박제 또한 유한하기에 이 세계에 영원히 머물 수는 없다.

임봉호, 콘크리트맛 솜사탕, single channel video, 10min57sec, 2016 [사진 제이무브먼트갤러리]
임봉호, 콘크리트맛 솜사탕, single channel video, 10min57sec, 2016 [사진 제이무브먼트갤러리]

임봉호 작가의 ‘콘크리트맛 솜사탕’은 사라진 장소에 얽힌 추억이 얼마나 오랫동안 유지되는지를 탐구한다. 또렷하지 않은 기억을 추적하며 기억을 이정표 삼아 두꺼비집 화분이라는 ‘물건’을 만들지만, 그것은 결코 사라진 기억과 장소를 대신할 수는 없으며, 사라진 장소를 조금 더 유예하기 위해 소환한 사물 또한 유한하다.

김태성, 1652161137238.jpg,  캔버스에 과슈,  260.6×162.2cm , 2022 [사진 제이무브먼트갤러리]
김태성, 1652161137238.jpg, 캔버스에 과슈, 260.6×162.2cm , 2022 [사진 제이무브먼트갤러리]

김태성 작가의 작업은 물질과 비물질을 오간다. 작가는 비물질(사진 데이터)을 다시 물질의 세계로 소환하는 과정을 통해 비물질의 죽음을 선언하는데, 이는 ‘데이터 제사’나 ‘회화 쌓기’ 같은 작품들에서 더욱 심화된다. 특히 ‘회화쌓기’는 회화의 평면성을 거부하고 입체성과 물성을 강조하며 비물질의 세계를 재구성한다.

<Please Mind The Gap>전은 11월 30일까지 제이무브먼트갤러리(부산 금정구 동부곡로 5번길 101 J부곡빌딩 B1&1F)에서 관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