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조 곡예비행2,  oil on canvas, 130x162cm, 2022. [사진 우석갤러리]
김민조 곡예비행2, oil on canvas, 130x162cm, 2022. [사진 우석갤러리]

서울대학교 예술계복합교육연구동 우석갤러리에서 10월 27일부터 11월 3일까지 열리는 전시 〈테제 투 테제〉에서는 도시탐구자들의 테제와 작품을 볼 수 있다. 이 전시는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김민조, 박소담, 오동환, 이한나를 도시 사회를 관찰하고 탐구하는 연구자로 보고 그들이 제시하는 테제와 작품을 선보인다.

이들 작가 네 사람은 개인과 그 주변, 더 나아가 사회를 관찰하고 탐구하는 연구자이다. 모든 창작 활동은 연구를 기반으로 한다. 호기심에서 관찰을 시작하여 수집과 독해, 탐구의 과정을 거치면서 하나의 논지를 만들어낸다. 이렇게 만든 논지는 글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결과물로 생산되며 여기에는 연구자의 창조적인 사유인 ‘테제'를 내포한다. 미술가의 작업도 이와 다르지 않다. 미술가의 ‘테제'가 하나의 결과물로 나올 때까지 다양한 차원의 사유와 문제에 대한 탐색을 거친다. 작가는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재료 연구, 자료 수집, 스케치 등을 작가만의 방식으로 한다. 작가의 ‘테제'는 작품 이전에 존재하면서 작품 자체에서도 이끌어 낼 수 있는 것이다.

"테제 투 테제" 전시 모습 [사진 우석갤러리]
"테제 투 테제" 전시 모습 [사진 우석갤러리]

 김민조 작가는 도시 속 일상적 모습을 포착하여 작가의 시점으로 각색한 이미지를 생산한다. 그는 자신의 일상 속에 있는 순간들을 사진으로 포착하여 평면으로 옮기는 작업을 한다. 작가는 현대인의 흔한 일상을 파편적인 이미지로 만들고 그 장면을 관람자가 낯선 시선으로 보게 한다.

김민조 작가의 '곡예비행2'에서 두 기의 비행기가 가깝게 붙어 비행한다. 곧바로 충돌하지 않을까, 불안감을 준다. 조정석이 아래로 뒤집힌 상태에서 조종사는 세상을 거꾸로 보고 날아간다. 항상 긴장 속에 살아가는 도시의 일상이 이러한 곡예비행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것일까. 바로 우리의 눈앞에서 펼치는 곡예비행 모습은 우리 일상에서 곡예비행이 늘 있는 일임을 보여주는 듯하다.

박소담 작가는 행복이라는 키워드를 바탕으로, 감정과 관계를 시각화하고자 한다. 그는 흙 안료와 콩즙, 우유 등 자연적 재료를 이용하여 얻어지는 우연한 결과들을 화면 위에 쌓는다. 반복되는 실험적 과정들은 여러 가지 에피소드를 통해 구체화되는 관계를 시각화하는 의식처럼 보인다.

오동환 작가는 현대 사회에서 나타나는 ‘오류’들을 시각미술의 언어로 생산한다. 원료로 활용되지 않는 닭 가죽을 고급 가죽 공예 방식으로 생산하고 이를 개인적 내러티브와 함께 풀어낸다. 그는 작업자의 조작과 통제의 범위가 최소화되는 스캐너로 현실을 복제한다. 스캐너의 매커니즘에 의해 촬영된 결과물은 뭉개진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를 통제하여 완성한 카메라 촬영 사진보다 현실에 가까운 재현으로 본다.

"테제 투 테제" 전시 모습 [사진 우석갤러리]
"테제 투 테제" 전시 모습 [사진 우석갤러리]

이한나 작가는 평면과 입체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활동한다. 도시 주변부로 밀려난 자연을 다시 도시 중심으로 가져오는 작업을 한다. 작가는 사회의 유연하고 여린 것들을 견고한 작업으로 재생산하여 관람자를 비자연적 자연환경에 초대해 그들의 존재를 환기하게 한다.

<테제 투 테제>는 네 작가가 탐구하는 일상과 그들이 생산해내는 시각적 테제를 탐구하고 테제와 작품의 유기적 관계를 말하고자 한다. 작품과 테제를 통해 ‘이미지’와 이미지가 되기 이전의 ‘텍스트'를 나란히 놓아 중첩되는 지점과 그 사이의 간극을 살피며 네 작가의 연구물이 보여주는 시각적 논제를 탐구한다. 연구자로서 작가에 대한 하나의 실험으로 작가의 테제와 작품을 병치했을 때 테제가 작품 이전에 존재하는지, 작품 이후에 도출된 것으로 존재하는지 그 관계성을 탐색하게 하며 관람자를 새로운 연구 생산의 과정으로 이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