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지훈, 배송일지,  택배상자, 모션플랫폼, 나무, 유리, 54x64x56cm, 2023. 사진 제이무브먼트갤러리
민지훈, 배송일지, 택배상자, 모션플랫폼, 나무, 유리, 54x64x56cm, 2023. 사진 제이무브먼트갤러리

민지훈 작가와 양나영 작가가 4월 6일부터 5월 27일까지 부산 제이무브먼트 아트스페이스 & 갤러리에서 《초월된 위계들》을 연다. 제이무브먼트 갤러리의 2023년 첫 기획전이다. 

이번 전시에서 민지훈(미디어), 양나영(회화, 설치) 작가가 이 세계를 바라보고 사유하는 방식에 주목하여, 이들이 어떻게 미술 작품을 통해 일상 속의 숨겨져 있는 위계를 드러내고 극복하는지를 조명한다.

인터넷 네트워크가 발전하면서 ‘하이퍼링크’ 기능을 통해 정보와 지식에 대한 접근 장벽이 무너지고, 기존의 권력구조가 점차 해체될 것으로 예견됐으나, 오늘날 계급은 여전히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며, 위계의 파괴는커녕 오히려 데이터 독점과 인프라 집중으로 정보격차가 가속화되고 불평등과 인간 소외가 발생하고 있다.

민지훈, 상자의 기억, 싱글채널 비디오, 스테레오 사운드, 11min, 2021. 사진 제이무브먼트갤러리
민지훈, 상자의 기억, 싱글채널 비디오, 스테레오 사운드, 11min, 2021. 사진 제이무브먼트갤러리

이번 전시에서는 미술을 또 다른 하이퍼링크로 간주한다. 미술은 그 비평적 작용을 통해, 가려지고 보이지 않는 것들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린다.

올해 홍티아트센터 11기 입주작가로 부산에 발을 내디딘 민지훈 작가는 주로 움직이는 기계장치를 사용한 설치, 미디어, 평면 등의 매체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민지훈의 기계들이 움직이는 모습은 마치 폴터가이스트(Poltergeist)처럼, 보이지 않는 자들이 존재를 의탁하여 만들어내는 춤사위처럼 보이기도 한다. 작가는 기존 질서 속에서 사물에게 부여된 목적성을 철저히 배제하고, 새로운 규칙을 제시한다. 상상력이 가미된 그의 세계에서 기존의 권력구조는 뒤집히고, 주체와 객체의 구분이 무너진다.

양나영, 겹과 층, oil on linnen, variable size, 2023. 사진 제이무브먼트갤러리
양나영, 겹과 층, oil on linnen, variable size, 2023. 사진 제이무브먼트갤러리

양나영 작가는 도시 공간을 거닐며 우연히 마주치는 삶의 흔적들을 관찰하고 그것을 포착하여 회화와 오브제로 표현한다. 흔히 ‘달동네’라고 불리는 소외된 도시 공간은 작가의 주요한 작업 주제가 된다. 양나영 작가는 도시 공간을 거닐며 우연히 마주치는 흔적들을 관찰하고 전유함으로써 위계를 벗겨낸다. 그의 사유는 상황주의자들이 스펙터클을 파괴하고자 도시를 ‘표류’했던 방식으로 나타나는데, 그들은 현대의 도시를 ‘단편적으로 분리된 공간들의 단순 집합’으로 보았다. 표류는 이러한 잘 짜인 합리적 도시 공간을 비의도적이고 우발적으로 배회함으로써 그 속의 삶을 드러내는 행위이다. 양나영 작가가 공간과 사물을 포착하는 방법은 이와 유사하다. 그의 회화와 오브제는 필연적으로 신체적 걷기(표류)에서 모티브를 얻어 도시 공동체 속 삶의 흔적을 이미지로 포착한다. 공간의 정치가 무력화된 속도정치의 시대에서, 작가의 이러한 표류-이미지 포착 행위는 다시 한번 공간의 정치학을 수면 위로 끌어올려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려는 시도로 읽을 수 있다.

양나영, 경계계단, mixed media, 46x77x112cm, 2022. 사진 제이무브먼트갤러리
양나영, 경계계단, mixed media, 46x77x112cm, 2022. 사진 제이무브먼트갤러리

민지훈 ㆍ양나영 작가의《초월된 위계들》전은 부산 제이무브먼트 아트스페이스 & 갤러리(부산 금정구 동부곡로5번길 101) 1층과 지하1층에서 진행된다. 전시 기간 오후 1시부터 7시까지 무료로 관람이 가능하다. 일요일과 월요일은 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