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도끼다》 《여덟 단어》 저자 광고인 박웅현이 그가 손수 기록해온 문장과 주목했던 순간을 직접 담아낸 첫 번째 에세이 《문장과 순간》(인티앤, 2022)에서 펴냈다.
그는 글을 읽을 때 읽고 밑줄 치고 문장들을 기록했다. 기억하기 위해서 옮겨 적은 것이었고 좋아서 손수 써본 것이었다. 누군가에 선물하기 위해 써둔 것도 많았다. 강연 때 사용하려고 썼던 것도 많았다. 코로나19로 세상이 멈추었을 때 저자는 지금까지 읽고 밑줄 친 문장들을 기록한 파일을 열었다. 그 몇십 년의 흔적들을 뒤적이다 고(故) 박맹호 민음사 회장의 말이 떠올랐다.
![박웅현 "문장과 순간" [사진 정유철 기자]](https://cdn.ikoreanspirit.com/news/photo/202210/68881_95086_3518.jpg)
“공중에 흩어지는 말을 붙잡아두는 게 책이다.” 이 말에 자극받아 지금까지 축적해놓기만 한 활자들을 정리해 기록해두는 것은 의미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하여 나온 책이 《문장과 순간》이다.
정리하고 기록해두는 것뿐만 아니라 《문장과 순간》에는 기대와 바람, 믿음, 다짐도 들어 있다.
“이 흔적을 엮어서 내는 것은 책 속 한 문장이, 한 편의 시가 세상과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꿔 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넘어졌다가도 일어나 다시 앞으로 나아가게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 때문이다. 오늘을 견디고 버틸 힘이 되어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더불어 나에게는 남은 시간을 어떻게 채울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자, 고민으로 그치지 않겠다는 나름의 다짐이기도 하다.”(저자의 말 “몸으로 읽는다”)
《문장과 순간》에는 모두 32개로 되어 있는데, 각 글에는 제목이 없다. 책에서 읽은 문장과 저자가 쓴 문장이 시(詩)가 되어 우리는 마주한다. 그러니 눈에 잘 들어오는 대신 여운이 길게 남는다.
32개 글이 각각 독립적이어서 차례에 따라 처음부터 읽지 않아도 된다. 매일 한 편씩 읽어도 좋다. 읽다보면 인용한 책도 보고 싶어질 것이다. 그것도 좋은 일 아닌가.
그렇다고 저자가 글을 읽으면서 느낀 감정이나 감동을 강요하는 것도 아니다. 어떤 글에서는 자기 반성, 성찰의 모습도 보인다. 다음 글이 그런 예이다.
“기성세대라 불리는 우리는 늘
새로운 세대를 가르치려고 하고,
그들이 말하게 하기보다
우리가 말할려고 한다.
답이 정해진 질문을 할 뿐,
그들의 생각이 정말 궁금해서
묻는 것이아니다.
그렇게 우리는 ‘꼰대’가 된다.
방향이 잘못되었다.
그들에게 질문하라고 다그치지 말고
우리가 먼저 물어야 한다.
입을 열기 전에 귀를 먼저 열어야 한다.
그들을 관찰하고 분석하려고 하는 대신
애정을 갖고 포용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렇게 대화를 나누다 보면 서서히
마음이 열리기 시작한다.
대화를 위한 노력을 먼저 해야 하는 사람은
힘이 있는 쪽이다.
결국, 어른은 우리가 아닌가?
힘을 가진 쪽은 우리가 아닌가?”
![박웅현 '문장과 순간" [사진 정유철 기자]](https://cdn.ikoreanspirit.com/news/photo/202210/68881_95087_367.jpg)
저자는 “앎이 곧 길은 아니다”며 “배운 것을 체화하고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그렇게 마주하는 모든 것을 몸으로 읽어야 한다”고 다짐하듯 강조한다. “그렇게 몸으로 읽고 나면 문장은 활자에 멈추지 않는다. 그렇게 순간은 온전히 나에게 머물고 삶의 방향성은 조금 더 명료해진다.”
방향성이 조금이라도 더 명료해지기 바라는 이들에게 《문장과 순간》은 훌륭한 길라잡이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