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애니메이션 제작 30주년을 맞이한 안재훈 감독이 첫 에세이집을 새로 출간했다.

윌링북스에서 펴낸 《홀로 견디는 이들과 책상 산책》(2022)이 그것이다. 지난해 평창국제평화영화제에서 출간한 《연필로 명상하기 애니메이션 by 안재훈》에 이은 신간이다.

《홀로 견디는 이들과 책상 산책》은 오래 전부터 감독이 사람과 작품을 만나며 남겨온 생각의 기록을 엮은 책이다. 1992년부터 애니메이션의 길을 오롯이 걸어온 작업자로서의 시간과 기록이다. 안 감독은 오래전부터 일기 대신 글을 남겼다.

안재훈 지음 "홀로 견디는 이들과 책상 산책" [이미지 윌링북스]
안재훈 지음 "홀로 견디는 이들과 책상 산책" [이미지 윌링북스]

하얀 공백의 종이 앞에 앉아 연필을 쥐고 시작하는 애니메이션 작업은 자리에 앉아 오롯이 홀로 견뎌내야 하는 인내의 작업이자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을 다채로운 시야로 그려내야 하는 작업이다. 안 감독이 매일 작업실에 앉아 있으면서도 세상과 사람과 만나기 위해 애쓰는 이유이다.

안 감독은 주변의 사물들을 비롯해 이웃들과도 교감하고 그들에게서 영감을 받는다. 연필, 지우개, 파스텔, 낡은 LP판, 화분들, 유기견 나동이…… 건물 경비아저씨의 응원을 받고 동네 목욕탕에서 피로를 풀고 허름한 단골 식당 주인은 좋아하는 반찬을 내어준다. 극장을 찾은 관객의 얼굴을 직접 그려주고 소통하며, 그들의 모습을 통해 필름 속 인물들을 창조해 내기도 한다. 이 모든 순간을 기록하고 담아내는 따스한 시선이 그의 작품 속에도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다.

매일 책상에 앉아 홀로 견디고 있는 일, 그리고 하루라는 쳇바퀴를 달릴 수 있도록 힘을 더해준 사람과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홀로 견디는 이들과 책상 산책》에 담았다.

안 감독은 1992년 애니메이터로서 활동을 시작하며 전통 셀 애니메이션 기법으로 제작한 첫 감독작인 단편 <히치콕의 어떤 하루>(1998)와 중단편 <순수한 기쁨>(2000)을 선보였다. 이후 <관&운>과 <그랜드 체이스>, <어스토니시아 스토리> 등 게임과 뮤직비디오의 장르를 넘나들며 왕성하게 제작했다.

또한 안재훈 감독은 당시 국내외에서 신드롬을 일으켰던 드라마 <겨울연가>의 TV 시리즈 애니메이션화와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OVA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며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

이후 안재훈 감독의 시대 3부작 프로젝트 중 ‘과거’에 해당하는 <소중한 날의 꿈>(2011)으로 관객과 만난 뒤 최근 오늘날 대한민국의 모습과 청년의 삶을 그리고 있는 3부작 프로젝트의 ‘현재’ <살아오름: 천년의 동행>을 제작 완성 및 개봉 준비 중이다.

한편, 관객의 지난 기억을 메워주지 못한 한국 애니메이션의 공백을 고민하던 안재훈 감독은 한국단편문학 프로젝트를 통해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2014), <소나기>(2017), <무녀도>(2021)를 연이어 개봉하며 또 다른 가치와 의미로 제작된 애니메이션으로 관객과 꾸준히 만나오고 있다.

스테디셀러 소설 《홀로 견디는 이들과 책상 산책》(구병모 저)의 애니메이션 제작을 발표하며 많은 이목을 집중시켰다. <아가미>는 2023년 하반기 개봉을 앞두고 있다.

《홀로 견디는 이들과 책상 산책》을 펴낸 안재훈 감독은 “이 책이 말뿐인 위로를 주는 것이 아닌 오늘도 견뎌내고 있는 모든 분에게 ‘산책’과도 같은 책이 되어주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