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희숙의 책 《살다 사라지다》 (아트북스, 2022)는 ‘삶과 죽음으로 보는 우리 미술’이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삶, 죽음을 실마리로 우리 미술을 본다. 미술뿐만 아니라 조각, 고분, 도자기 등을 포함하고 문학까지 아우러 우리 문화를 삶과 죽음을 매개로 새롭게 해석한다.

임희숙 지음 "살다 사라지다" (아트북스, 2022)  [사진 정유철 기자]
임희숙 지음 "살다 사라지다" (아트북스, 2022) [사진 정유철 기자]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하였다. 1부 탄생에서 죽음으로, 2부 소멸에서 영원으로. 각각에는 어떤 이야기가 들어있을까?

“예술을 통하여 사람들이 죽음에 대한 불안과 고통을 극복해왔다는 점에서 우리 미술을 삶과 죽음의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이 책의 1부 「탄생에서 죽음으로」에서는 태어남과 사라짐 그리고 떠난 이의 부활을 기원하는 마음과 죽음을 초월하려는 의지가 예술 행위로 드러났음을 이야기했다. 2부「소멸에서 영원으로」는 죽음이 있어서 오히려 우리의 인생이 더 아름답고 살 만하다는 생각으로 썼다. 산수 자연을 노닐고 주어진 생을 통해 이름을 남기며 죽음 앞에 당당했던 예술가들의 삶에 관한 이야기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한 가지. 인간의 곁에서 벗이 되어준 미술 속 동물들의 삶과 죽음도 기억하고 싶었다.” 저자의 말이다.

이렇게 엮으니 시대를 초월하여 서로 다른 것들이 한 곳에서 만난다. 그 색다른 만남이 신선하다. 이를테면 1부 2장 ‘죽음을 애도하다’에서는 범종, 백제 왕흥사지 목탑 터의 사리 안치석에서 나온 운모 꽃, 고려 제17대 임금 인종의 무덤인 장릉(長陵)에서 나온 청자가 한 곳에 모인다. 시대마다 장소마다 그들만의 방식으로 애도했고, 우리에게 전하는 예술로 우리 또한 애도에 동참한다.

조선 시대 선비들은 뱃놀이를 자주 하였다. 송강 정철의 ‘관동별곡’에서 보듯 또한 산수 유람도 즐겼다. 저자는 이는 수양의 한 방법이었다고 소개한다.

“조선시대 문인들의 산수 유람은 성리학이 지배하던 시대에 군자로서 행하던 수양의 한 방법이었다.《논어》의 <술이述而>편에 나오는 유어예遊於禮를 보면, 주자가 ‘유자완물적정지위遊者玩物適情之爲’라고 하여 ‘노닌다(유)’다는 것은 사물을 좋아하여 마음을 주는 일‘이라고 했는데, 이는 ‘사물을 좋아하여 마음을 잃는다(玩物喪志)’라는 의미와는 구별되었다. 여기서 ‘노닌다’는 것은 물상과의 대면에서 이치를 깨닫는다는 뜻에서 여가餘暇와 연관되고 문인들의 예술활동과 연결되는 개념이다. 결국 예禮에 노니는 것은 수양의 한 방편이며 산수 유람 역시 이러한 예의 한 가지였다.”

조선시대 김명국의 ‘달마도’을 익히 아는 이라면 이제 그가 남긴 ‘죽음의 자화상’을 관심있게 볼 일이다. 오랫동안 ‘은사도隱士圖’라고 불렀는데, 그림 상단의 초서를 해독한 결과 이 그림이 죽음을 이야기하고 있음을 밝혔내 지금은 ‘죽음의 자화상’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찾아온 죽음 앞에 잠시 멈춰선 발걸음. 그림은 그 망설이는 모습을 담았다. 우리의 모습도 그러지 않을까.

개를 사랑한 연산군과 개 그림을 남긴 사도세자는 ‘개’를 인연으로 만난다.

“연산군이 죽은 어머니를 생각하며 개와 강아지를 사랑했다면, 사도세자는 아버지의 따뜻한 사랑을 간절히 원하는 마음으로 그림을 그렸을지도 모른다. 그림의 해석이 감상하는 자의 몫이라면 어린 사도세자의 마음이 드러난 ‘마음의 그림’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저자는 두 사람의 마음을 이렇게 헤아렸다.

이렇게 《살다 사라지다》를 읽다 보면 옛 선인들의 삶과 죽음을 이야기하지만, 그것이 곧 우리의 삶과 죽음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그림 하나하나가, 도자기 하나하나가 이렇게 묻는 것 같다. “너는 어떻게 살 것이냐” “너는 어떻게 죽을 것이냐”

《살다 사라지다》는 우리 미술을 새롭게 해석하고 안내하는 책으로, 우리의 삶을 돌아보는 계기를 제공하는 책으로 너무나 훌륭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