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선 지음 《느린 학습자를 위한 문해력》(학교도서관저널, 2022)은 천천히 생각하는 아이가 읽고 이해하고 쓸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방법을 제시한다. 많은 부모님과 선생님들이 느린 학습자의 문해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들을 어떻게 지도해야 할지 몰라 학습지를 반복해서 풀게 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더 없이 소중한 지침서라고 해도 될 것이다.

느린 학습자는 기본적으로 학습이 더디고 한 번에 많은 내용을 배우지 못하는 학생들을 의미한다. 이 책에서 말하는 느린 학습자는 경증 지적장애, 경계선 지능(IQ 70~84 정도), 학습장애를 겪는 사람을 의미하며 ADHD(주의력 결핍 및 과잉행동장애) 증상이 있는 사람들도 느린 학습자의 범주에 포함된다.

박찬선 지음 "느린 학습자를 위한 문해력" [사진 정유철 기자]
박찬선 지음 "느린 학습자를 위한 문해력" [사진 정유철 기자]

문해력은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과 글 내용에 관한 자기 생각과 말과 글로 드러낼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나아가 주변에 있는 각종 글과 기호가 의미하는 바를 이해하고 학습과 생활 속에서 활용하고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왜 느린 학습자에게 문해 지도를 해야 할까?

“느린 학습자에게 문해 지도가 중요한 이유는 그들이 문해력 부족이라는 큰 장벽 앞에서 좌절하고 고통받고 있기 때문이다. 느린 학습자도 다른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열심히 마음껏 공부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글을 소리 내어 읽어도 하나하나의 낱말들이 의미 있게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고, 문단으로 구성된 글들이 도무지 복잡하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상황에서 학습이 제대로 이루어지기란 매우 어렵다. 특히 초등학교 고학년 즈음부터 이들이 정면으로 맞닥뜨리게 되는 문해력의 벽은 혼자 힘으로 넘기 힘든 커다란 장애물과 같다. 이 벽을 제대로 넘지 못하면 더 나은 학습으로 나아갈 수 없으며, 인지적인 성장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저자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문해 지도를 하면 무엇이 좋은가? 첫째 생각하는 지구력이 길러진다. 둘째 언어능력이 향상된다. 셋째, 사회인지능력이 향상된다. 넷째 평생 배움의 길이 열린다.

과장이 아니다. 독해 지도와 다르게 문해 지도는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뿐만 아니라 이해한 것을 활용하고 표현하는 능력까지 포함한다. 읽고 이해한 것을 활용하기 위한 기술로서의 글쓰기, 자기 생각을 논리적이고 비판적으로 드러내기 위한 글쓰기 지도를 함으로써 진정한 의미의 독립적인 문해자가 되도록 이끌 수 있다.

《느린 학습자를 위한 문해력》을 읽다 보면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 단순히 문자만 알면 되는 것이 아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글을 읽고 이해하는 데도 여러 단계에 걸쳐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느린 학습자는 글자를 익히고 막힘 없이 읽게 되기까지 상대적으로 오래 걸린다.

이 책은 생각하는 힘이 부족하거나, 책을 읽어도 읽은 내용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숙제를 대충대충 하거나, 조그만 어렵다고 느껴지면 강하게 거부감을 표현하는 아이들이 왜 그렇게 하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느린 학습자가 앞서 읽은 내용을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나무라지 말자. 건성으로 읽거나 일부러 그러는 것이 아니며, 야단친다고 더 잘 기억하게 되는 것도 아니다.”

박찬선 지음 "느린 학습자를 위한 문해력"  [사진 정유철 기자]
박찬선 지음 "느린 학습자를 위한 문해력" [사진 정유철 기자]

 이 책은 느린 학습자가 스스로 읽고 이해하는 능력과 자기 생각을 글로 쓸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하여 독립적인 학습자가 되는 데 도움을 준다. 느린 학습자가 독립된 학습자가 되어 자기 삶에 꼭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배워나가려면 읽고 이해하는 능력과 글 쓰는 능력을 적어도 중학교 시기까지는 꾸준히 연마해야 한다. 그러므로 초중학생 자녀가 있는 부모나, 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이라면 《느린 학습자를 위한 문해력》이 매우 유용할 것이다.

특히 이 책의 <Part 5 문단 단위로 생각하기> <Part 6 읽기를 위한 이해의 틀> 부분은 책을 더 잘 읽고 더 잘 이해하고 싶은 이들이라면 누구나 꼭 읽어 볼만한 내용이다. 문단이란 문장이 모여서 하나의 주제를 설명하는 기본 단위이다. 교과서 내용이나 지식 위주의 글을 읽고 이해하려면 문단 단위로 생각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책이 문단 단위로 생각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이해의 틀’은 글을 이해하기 위한 구조를 말한다. 이해의 틀은 전체를 보게 한다. 이해의 틀은 중요한 것과 덜 중요한 것을 알게 한다. 이해의 틀을 알면 글의 위계를 논리적으로 구성할 수 있게 된다. 생각하는 순서를 알게 된다. 내용들을 서로 연관 지어 생각하게 된다.

많은 사람이 이 책을 읽어서 저자의 바람대로 느린 학습자들이 독립적인 학습자가 되기 위해 읽기와 쓰기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꾸준히 노력하는 환경을 조성하고 격려하는 분위기를 만들어갔으면 좋겠다. 그래서 책만 펼치면 한숨 쉬거나 기가 죽던 느린 학습자가 어느새 글의 내용을 파악하고는 당당하고 멋지게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을 말하는 모습을 보게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