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방 윤석열 정부가 부르짖는 가치 중 하나가 ‘자유’이다. 자유란 무엇인가? “자유는 보편적 가치”(윤석열 대통령 취임사)이다. 보편적 가치, 이것만으로는 자유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충분히 알기 어렵다. 그리고 또 왜 지금, 자유인가? 이런 궁금증을 푸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이 영남대 박홍규 명예교수가 옮긴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문예출판사, 2022)이다. 이 책은 2009년 출판한 초판을 개정한 것으로 이번에 문예인문클래식으로 출간했다. 

존 스튜어트 밀 "자유론"   [사진 정유철 기자]
존 스튜어트 밀 "자유론" [사진 정유철 기자]

‘옮긴이의 말’에서 박 교수는 "이 책은 163년 전인 1859년에 영국에서 나왔으나, 지금 우리에게도 여전히 중요하다는 점에서 초판 번역을 십삼 년 만에 개정한다. 당시 영국 사회를 비판하기 위해 쓰인 이 책이 지금 우리에게 더욱 중요하게 다가온다는 점을 새삼 다시 느끼면서 고전의 가치를 실감한다"고 했다.

이처럼 번역자에게 고전의 가치를 실감하게 한 《자유론》은 어떤 책인가? 다시 ‘옮긴이의 말’을 보자. 

"《자유론On Liberty》에서 ‘자유’란 국가 권력에 대한 개인의 자유를 말한다.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1806~1873)은 그 자유를 막는 권력이 정당한 경우는 자유의 행사가 타인에게 해를 주는 경우뿐이라고 하면서, 그 이유를 문명의 발전을 위해서는 개성과 다양성이 보장되어야 하고 다수파인 대중이 전제를 초래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라고 ‘논’한다."

밀이 말하는 자유는 기본적으로 국가권력으로부터의 개인의 자유이다. 밀은 인간 자유의 본래 영역을 세 영역으로 본다. 첫째, 의식의 내면적 영역을 포함한다. 즉 가장 넓은 의미의 양심의 자유를 요구한다. 사상과 감정의 자유, 과학ㆍ도덕ㆍ종교의 실제적 또는 사색적인 모든 문제에 관한 의견과 감각의 절대적 자유를 요구한다. 둘째, 취향과 탐구의 자유이다. 즉 우리의 생활을 우리 자신의 성격에 맞도록 계획하는 자유, 그 결과를 감수하면서 우리가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하는 자유, 비록 동료가 우리의 행동을 우둔하고 편협하며 틀렸다고 생각한다고 해도 우리가 그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한 그들에게 방해받지 않는 자유를 요구한다. 셋째, 이러한 개인의 자유로부터, 역시 동일한 한계 내에서 개인들의 단결 자유를 요구한다. 즉 타인에게 해를 끼지지 않는 어떤 목적을 위해서도 단결하는 자유다. 그것은 강제되거나 기만당하지 않는 성년에 이른 사람들의 단결이다.

밀은 “이러한 자유가 없는 사회는 그 통치 형태가 어떤 것이든 자유롭다고 할 수 없다. 그리고 그 자유가 절대적이고 무조건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는 완전한 자유가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리고 “자유라고 불릴 수 있는 유일한 자유는, 우리가 타인에게 행복을 뺏으려 하지 않는 한, 또는 타인이 행복을 얻고자 노력하는 것을 방해하지 않는 한, 우리 자신의 방법으로 우리의 행복을 추구하는 자유”라고 천명했다.

《자유론》은 1장 서론 2장 사상과 토론의 자유 3장 복지의 요소인 개성 4장 개인에 대한 사회적 권위의 한계 5장 원리의 적용으로 전개된다. 이 가운데 사상과 토론의 자유를 다룬 분량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밀은 사상과 토론의 자유가 위기에 처했다고 진단했다. 그래서 《자유론》에서 사상과 토론의 자유에 관해 심도깊게 논한 것이다.

그런데 밀의 《자유론》은 독자에게 그렇게 친절한 책이 아니다. 명료한 주장과는 별개로 난해한 서술로도 유명하다. 이런 난해한 서술을 박홍규 교수는 《자유론》에 충실한 옮긴이주와 새로운 해설을 더하고 특히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긴 문단과 문장을 짧게 나누고, 소제목을 새로 붙여 번역했다. 또한 각 장 앞에 간단한 해설을 넣었다. 아울러 초판과 개정판 ‘옮긴이의 말’은 《자유론》에 다가가는 발걸음을 한결 가볍게 해줄 것이다.

존 스튜어트 밀 "자유론" [사진 정유철 기자]
존 스튜어트 밀 "자유론" [사진 정유철 기자]

특히 지금 왜, ‘자유’인가라는 궁금증이 있는 독자에게는 ‘옮긴이의 해제’ 일독을 권한다. 박 교수는 1. 지금 여기서 왜 《자유론》이 문제인가? 2. 밀의 생애와 사상 3. 밀의 《자유론》 4. 맺음말로 ‘옮긴이의 해제’를 구성하였다. 1. 지금 여기서 왜 《자유론》이 문제인가?에서 박 교수는 △《자유론》 번역의 역사 , △‘자유’의 뜻, △밀의 ‘자유’, △지금 여기 우리는 자유로운가? △연고와 물질의 사회에서 자유란 무엇인가? △연고와 물질의 사회에 자유와 권리란 없다라는 제목으로 동아시아에서 《자유론》를 받아들인 역사를 간략하게 소개하고 우리 사회에서 자유를 살폈다. 뒤의 3. 밀의 《자유론》과 연결지어 읽어볼 대목이다.

《자유론》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무엇일까? 옮긴이의 의견을 빌리면 ‘다양성의 회복’이다.

“신자유주의라는 이름으로 대두된 자유주의의 변태와는 관계없이 자유 자체는 세계적으로도, 우리나라에서도 여전히 문제다. 밀이 《자유론》에서 언급한 사상의 자유를 비롯한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를 비롯한 모든 자유가 문제다. 특히 사상의 자유는 여전히 국가보안법에 의해 제한되고 있고, 언론의 자유도 독점적인 대언론사의 경영 자유로 오해되고 있고, 그런 언론에 의해 밀이 가장 우려한 자유의 적대적 상태인 획일적이고 보수적인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또한 다양성을 민주국가의 원리로 삼아야 하거늘 우리의 현실, 특히 교육 현실은 다양성을 죽이는 획일성으로 치닫는다. 정치도, 경제도, 사회도, 문화도 모두 개성과 다양성을 잃고 있다. 여기서 우리가 밀의 《자유론》에서 배워야 할 논점이 확실해진다. 다양성을 회복하는 것, 그것이 밀이 말하는 자유의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