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사 핍스의 《스타 피시》(강나은 옮김, 북이십일 아르테, 2022)는 주인공 엘리가 뚱뚱한 여자아이로 살아가면서 겪는 일상을 운문으로 쓴 소설이다. 시를 읽는 것처럼 읽히지만 한 줄 한 줄을 쉽게 읽지 못하는 건 뚱뚱한 여자아이에게 가해지는 무형의 폭력, 아이의 고통이 그대로 전해지기 때문일 것이다.

어느 날 엄마는 엘리에게 이렇게 말한다.

“내일부터 다이어트 좀 해야겠다. 너, 뚱뚱해.”

그 말을 들은 엘리는 그 순간을 이렇게 회상한다.

“그때까지는 내 몸이 큰 것에 대해서도 별 생각이 없었고, 몸이 큰 게 나쁘다는 생각도, 부끄러워할 일이라는 생각도, 숨기거나 혐오할 만한 일이라는 생각도 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날 이후로 나는 그런 생각을 멈출 수 없었다.”

리사 핍스 "스타 피시" 앞 표지. [사진 북이십일 아르테]
리사 핍스 "스타 피시" 앞 표지. [사진 북이십일 아르테]

엘리는 뚱뚱한 아이가 되면서 일기장을 ‘뚱뚱한 여자아이가 지켜야 하는 규칙’으로 채운다. 누구도 말로 하지 않지만, 어기고 나면 어긴 대가를 아프게 치르고 나면 그제야 알게 되는 규칙들이다. 엘리가 여섯 살 때 배운 ‘뚱뚱한 여자아이의 규칙’은 수영장에서 다이빙하지 않기, 물튀기지 않기, 물결 일으키지 않기다. 이 규칙을 지키느라 여섯 아이는 제대로 놀지도 못했다. 뚱뚱한 여자아이의 규칙은 맨 처음 배울 때 가장 아프다. 전갈에 쏘이듯이, 영혼이 따귀를 맞듯이. ‘뚱뚱한 여자아이의 규칙’은 날이 갈수록 늘어가고 그에 따라 엘리가 겪는 고통도 커진다. 그 규칙들을 잘만 따르면 사람들이 엘리를 괴롭히지 않을 줄 알았는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엘리를 가장 사랑해야 할 엄마는 왜 그렇게 가혹한지! 단지 뚱뚱하다는 이유로!

“정말 배우고 싶어?”

“너무너무 배우고 싶어.”

“배우게 해 줄게.”
엄마는 일어서서 피아노 뚜껑을 탁 닫고 덧붙였다.

“네가 살만 빼면.”

엘리가 엄마를 통해 알게 된 뚱뚱한 여자아이의 규칙 또 하나.

“뚱뚱하면 가질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이 책 《스타 피시》는 거의 모든 대목이 실제 일어난 것처럼 생생하고 엘리의 고통이 그대로 전달된다. 실제 일어난 일? 맞다. 저자인 리사 핍스가 실제 겪었다. 이 소설에서 엘리가 겪고 듣는 모든 말과 행동이 리사 핍스가 어릴 때 직접 겪은 일들을 바탕으로 하였다. ‘뚱뚱한 여자아이의 규칙’은 실제로 존재한다. 뚱뚱한 이들을 괴롭혀도 괜찮다는 규칙은 어디에서도 없는데 말이다.

《스타 피시》는 여자아이가 뚱뚱하다는 이유로 받는 괴롭힘, 차별 이야기지만, 인종, 키, 외모, 장애, 빈곤 등 다른 이유에도 적용해도 될 것이다. 남과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받는 모든 이들의 이야기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이 책은 뚱뚱한 것을 이유로 하는 괴롭힘을 비롯한 모든 괴롭힘이 없어져야 한다는 보여준다. 그리고 누구도 그러한 괴롭힘을 당할 이유가 없다.

《스타 피시》에서 엘리를 괴롭히는 사람도 있지만 도움을 주는 이들도 있다. 정신과 의사 우드 선생은 엘리에게 마음을 터놓는 법을 알려준다. 느끼는 감정을 모두 말로 표현하게 한다. 그리고 엘리가 선택해야 한다는 것, 부모가 명명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려준다. 엘리는 상대를 공격하지 않고 자신을 방어하는 법을 배운다. 모든 이에게는 팔다리를 쭉 펴고 자신만의 자리를 차지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이후 엘리는 친구에게서 선물로 전신 거울을 받게 된다. 아주 오랜 시간만에 처음으로 자신의 모습을 마주한 엘리의 눈에서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곱슬곱슬한 갈색 머리카락, 밀크초콜릿 빛깔 눈동자, 둥글고 부드러운 몸. 엘리는 너무나 아름다웠다.

엘리는 말한다.

"내가 나여서 자랑스럽다고.

세상의 한 공간을

당당히 차지할 것이라고. 

나는 세상에 모습을 보이고, 

눈에 띄고, 

목소리 내고, 

사람답게 대우받을

자격이 있다."

저자는 말한다. “당신은 몸의 크기와 상관없이 사랑받을 만한 자격이, 귀한 한 명의 인간으로서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다는 것을요. 정말로 그러하니까요.”

아울러 이런 말을 기억하자.

"남들이 뭐라 하건 

너를 너답게 하는 것들을 사랑하도록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