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초인의 신작 '베니스의 상인' 공연 장면  [사진 극단 초인]
극단 초인의 신작 '베니스의 상인' 공연 장면 [사진 극단 초인]

극단 초인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을 집단 이성을 믿는 사람들의 집단 광기에 관한 이야기로 풀어낸다. 한 인간을 경제적으로 몰락하게 하고 그의 정신세계마저 강제로 부정하게 만든 400년 전 이야기. 이를 바탕으로 만든 연극 〈베니스의 상인〉(각색연출 박정의 이상희)을 오는 10월 21일부터 30일까지 세종문화회관 꿈의숲아트센터에서 선보인다. 출연 배우는 이상희, 주선옥, 김영건, 이동인, 김민규, 임요한, 장희정, 한다희, 김민정, 박현숙, 최예은.

이번 작품을 연출한 박정의 연출가는 “ 〈베니스의 상인〉은 집단 이성을 믿는 사람들의 집단 광기에 관한 이야기이다. 많은 것이 달라진 것 같아도 인간의 정신작용은 그때나 지금이나 비슷한 범주 안에 있으니 언제나 비슷한 상황은 반복되는 것 같다”며 “정체성을 찾지 못하고 부유하는 인간들의 분노, 그 방황하던 분노가 공격 목표를 발견했을 때 이성이라는 제동장치는 얼마나 작동될 수 있을까? 베니스로 새 삶을 찾아 모여든 사람들과 베니스에서의 삶을 지키려는 사람들, 그 다양성과 정체성. 대립이 아닌 보완이 되기 위한 고민을 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하는 간절한 마음을 담은 작품이다”고 말했다.

극단 초인 신작 '베니스의 상인' 공연 장면 [사진 극단 초인]
극단 초인 신작 '베니스의 상인' 공연 장면 [사진 극단 초인]

박정의 연출은 이 작품의 연출의도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 작품을 통해 던지고 싶은 질문은 ‘정체성이란 무엇인가? 나는 누구인가?’이다. 스스로 ‘내가 누구인지’ 정의 내리지 못할 때, 타인의 정의, 또는 국적, 직업, 누구의 아버지, 어머니, 누구의 아들, 딸, 누구의 남편, 부인과 같은 객관적 정의에 의지하게 된다. 그리고 대한민국 국민, 서울시민, 성북구민, 연극인, 극단초인 등 집단의 정체성은 타 집단에 대해 배타적 정체성을 부각하기도 한다.”

극단 초인의 〈베니스의 상인〉에서는 열두 개의 벤치를 활용한 독특한 움직임과 새롭게 해석된 캐릭터들을 만나게 된다. 절제된 동작과 몸짓 안에 정체성을 찾아 떠도는 불안한 영혼들의 분노를 담고자 한다. 폭이 좁은 열두 개의 벤치가 오브제로 활용된다. 벤치는 집이 되기도 하고 길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바다로, 때로는 무대 안의 무대로 배우들의 움직임과 함께 새로운 심리적 공간을 창조한다. 가면으로 자신의 진짜 정체성을 가리기도 하고, 정체성을 찾지 못해 부유하는 자신을 가면으로 가리기도 한다.

극단 초인은 연극 '베니스의 상인'을 10월 21일부터 30일까지 세종문화회관 꿈의숲아트센터 퍼포먼스홀(북서울꿈의숲 공원 서문에 위치)에서 공연한다. [포스터 극단 초인]
극단 초인은 연극 '베니스의 상인'을 10월 21일부터 30일까지 세종문화회관 꿈의숲아트센터 퍼포먼스홀(북서울꿈의숲 공원 서문에 위치)에서 공연한다. [포스터 극단 초인]

2003년 창단 후 꾸준히 연극무대만의 특별한 언어를 만드는 데 집중해온 극단 초인의 작업은 영화나 TV드라마와는 다른 연극만의 표현방식과 상상력을 찾는다. 무대라는 공간적 시간적 제약이 오히려 더 매력적인 이미지를 제공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배우의 움직임과 영상, 오브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새로운 무대언어를 창조하는 데 매진한다. 초인의 배우들이 분장부터 소품, 의상, 무대장치까지 기술 스태프와 함께 끊임없이 연구하여 만들고 사용하며 수정하는 과정을 거치는 이유이다. 무대 위에서 연기만 하는 배우에서 벗어나 작품을 함께 창작하는 예술가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초인의 초기 작품인 <기차> <우리 엄마는 선녀였다> 등은 움직임 중심의 피지컬 연극으로 세계적 공연예술축제인 영국 에든버러 페스티벌에 참가해 자력으로 티켓판매율 상위 5% 이내에 진입하였으며 이후 세계 10여 개국에서 초청공연을 하는 저력을 보였다.

중기 작품 <특급호텔> <게르니까> <기찻길>등은 아픈 역사에 짓밟힌 왜소한 존재들, 거대한 폭력에 무참히 희생당하면서도 끝내 사랑과 인간성을 잃지 않았던 인간의 숭고함을 다룬다. 최근작 <스프레이> <99%> <원맨쇼 맥베스> 등은 신자유주의를 표방하는 현대사회에서 일그러져가는 개인의 고립을 들여다본 작품이다. 특히 <스프레이>는 2019년 영국 에든버러 페스티벌에서 <아시안 아츠 어워드> 기술작품상과 연출상을 수상해 한국 작품 최초로 2관왕을 달성했으며, 영상을 입체적이고 예술적으로 활용하는 새로운 연극의 길을 열었다.

연극 〈베니스의 상인〉은 10월 21일부터 30일까지 세종문화회관 꿈의숲아트센터 퍼포먼스홀 (북서울꿈의숲 공원 서문에 위치)에서 평일 저녁 8시, 주말 오후 3시(월요일 공연 없음) 공연한다.

더불어 문화나눔으로 휠체어석 2석에 장애인, 한부모, 다문화 가족을 무료로 초대한다(전화예약 필수, 02-929-6417). 또한 65세 이상 노인, 24세 이하 청년, 학생, 예술인은 관람료 15,000원(정가 4만원)으로 할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