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경계없는 삶이란 어디까지 가능한 걸까요? 세계의 전통 문화 속에 내려오는 풍습을 통해 서로를 위하며 더불어 함께하는 미래문화의 가능성을 살펴봅니다.

신종코로나감염병(코로나19)의 팬데믹이 우리에게 가르쳐준 것 중 하나는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나의 건강이 다른 사람에게 달려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또한 인류는 하나이며, 지구 또한 인류와 분리할 수 없는 하나라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 이렇게 인간과 지구가 하나라고 믿고 살아왔던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 부족 중 하나인 오스틀로이드이다. 그들 스스로는 ‘참사람 부족’이라 일컫는다. 이 원주민들은 자연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생명체들인 동물, 나무, 풀, 구불거리는 샛강, 심지어 바위와 공기조차도 우리와 한 형제이며 누이라고 믿고 있었다.

말로 모건 지음 "무탄트 메시지"  [사진 정유철 기자]
말로 모건 지음 "무탄트 메시지" [사진 정유철 기자]

 이 오스틀로이드, 참부족 사람이 ‘무탄트’에게 메시지를 남겼다. ‘무탄트’는 ‘돌연변이’라는 뜻이다. 어머니 대지를 파헤치고 강을 더럽히고, 나무를 쓰러뜨리는 문명인들을 보면서 원주민들은 그들을 ‘돌연변이’로 여겼던 것이다. 이 무탄트에게 남긴 메시지는 참사람 부족과 함께 사막 도보 횡단여행을 한 말로 모건이 쓴 《무탄트 메시지》(류시화 옮김, 정신세계사, 2003)에 담겨 있다. 《무탄트 메시지》에서 ‘참사람 부족’이 인류, 문명인에게 한 호소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겪는 우리에게 더욱 절실하게 와닿는다. 무탄트 메시지는 우리에게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며 더 나은 세계로 나아갈 길을 알려준다.

참사람 부족 원주민들은 땅이 소유의 대상이 아니라고 믿는다. 땅은 만물의 것이다. 서로 합의하여 함께 땅을 공유하는 것이야말로 진정으로 인간적인 방식이다. 소유는 한 개인의 만족을 위해 남들을 배척하는 극단적인 방식이다.

 참사람 부족이 자연을 대하는 방식에서도 우리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사막 바위 틈에서 물웅덩이를 발견한 원주민들은 인간의 냄새로 그 지역을 오염시키지 않고 물웅덩이에 접근한다. 동물들을 놀래키지 않기 위해서다. 어쨌든 그 물은 동물들의 물이기도 했다. 사람 못지 않게 동물들도 그 물을 마실 권리를 갖고 있었다. 원주민들은 현재 갖고 있는 물의 양이 아무리 부족해도 발견한 물을 몽땅 떠가는 법이 없었다. 언제든지 조금은 남겨 두었다.

이들 원주민 부족은 어떤 식물을 한꺼번에 몽땅 뽑아먹는 법이 결코 없었다. 다시 번식에 필요한 만큼은 언제나 넉넉히 남겨 두었다. 그들은 말 없는 흙의 노래를 놀라울 정도로 잘 알아들었다. 또한 그들은 주변 환경이 어떤 정보를 입력해 주면 금방 그것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특별한 능력으로 그 정보를 해독해, 거기에 따라 깨어 있는 의식을 갖고 행동했다.

그들은 수백 년 동안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과일과 구근들, 딸기류, 딱딱한 열매, 씨앗 등을 자유롭게 따 먹었다. 그들은 주로 곡물을 갈아 먹었다. 때론 물고기와 새알을 식단에 추가하기도 했다. 그것들이 인간에게 먹이가 되어 주기 위해 자진해서 그들 앞에 모습을 나타낼 경우에 한해서였다. 이들 부족은 ‘얼굴’을 가진 동물은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잡아먹지 않았다. 육식을 하게 된 것은 해안에서 내륙의 오지로 쫓겨 들어온 다음부터였다.

원주민들은 아침에 모두 동쪽 태양을 향해 반원으로 모여 노래를 부른다. 그것은 일종의 아침 기도이자 명상이고 대지에 있는 모든 것들과 대화였다. 풀과 나무들은 우리 인간에게 소리 없는 노래를 불러주고 있다. 그것에 대한 보답으로 그 풀과 나무들이 바라는 것은 인간 역시 그들에게 노래를 불러주는 것이다.

참사람 부족은 텔레파시로 의사소통을 한다. 인간은 원래 텔레파시로 의사소통을 하도록 창조되었다는 것이 이들의 믿음이다. 사람이 입을 통해서가 아니라 마음에서 마음으로 생각을 전달한다면 문자와 언어의 차이가 대화에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는다고 그들은 말한다. 참사람 부족이 텔레파시를 주고받을 수 있는 것은 그들이 전혀 거짓말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은 아무리 사소한 거짓말도 하지 않으며, 조금이든 많이든 결코 남을 속이지 않는다. 거짓말을 하지 않기 때문에 숨길 것도 없었다. 따라서 그들은 남이 자신의 속마음을 아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며, 자신이 가진 정보를 남에게 기꺼이 전해 주었다.

참사람 부족은 우리가 자신들의 행동과 가치관을 좀더 자세히 관찰하고, 너무 늦기 전에 모든 생명이 하나라는 사실을 깨닫기 바란다. [사진 정유철 기자]
참사람 부족은 우리가 자신들의 행동과 가치관을 좀더 자세히 관찰하고, 너무 늦기 전에 모든 생명이 하나라는 사실을 깨닫기 바란다. [사진 정유철 기자]

참사람 부족은 목소리란 말을 하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고 믿고 있었다. 말은 마음이나 가슴으로 하는 것이다. 목소리를 통해 말을 하면 사소하고 불필요한 대화에 빠져들기 쉬우며, 정신적인 대화로부터는 아득히 멀어진다. 목소리는 노래와 축제와 치료를 위해 있는 것이다.

참사람 부족은 이 우주 안에 모든 것은 저마다 존재 이유가 있다고 믿는다. 일시적인 변덕이나 부적합한 일, 우연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인간의 머리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들이 있을 뿐이다. 문명인들은 덤불 파리가 해롭고 나쁜 존재라고 믿는다. 그 결과 그들에게는 파리가 해롭고 나쁜 존재들이다. 하지만 그것은 단지 문명인들의 이해와 지혜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파리를 실제로는 꼴 필요하고 이로운 생물이다. 불유쾌하다는 이유만으로 제대로 이해하지 않고 모조리 없애버린다면 인간은 존재할 수 없다고 참사람 부족은 말한다.

참사람 부족은 자신의 기준으로 남을 판단하지 않고 각자 스스로 선택한 길로 가는 것을 진심으로 축복해준다. 그들은 결코 백인이 나쁘다고 판단하거나 자기네 부족이 옳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그들은 왼쪽 신발을 오른발에 신으려고 애쓰는 어린아이를 애정 어린 눈으로 지켜보는 어른과 비슷했다.

참사람 부족은 피부색 때문에 사람을 차별하지 않았다. 우리 인간은 처음에는 모두 똑같은 피부색을 갖고 있었으며, 이제는 모두에게 어울리는 한 가지 색깔로 돌아가고 있다고 그들은 믿고 있다.

참사람 부족은 인간이 아직도 지구촌 가족으로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배워 가는 단계에 있다고 믿었다. 인간은 우주에 대한 완벽한 지식을 갖고 있지 않으며, 아직도 그 비밀을 밝히는 과정에 있다는 것이 그들의 판단이었다. 하지만 인간은 사는 것만으로도 너무 바빠서 존재를 생각할 겨를이 없다고 그들은 말했다.

참사람 부족은 자신 속에 있는 무엇인가를 바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굳은 결심을 하는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사람은 원한다면 자신의 성격 중에서 무엇이라도 바꿀 수 있다고 그들은 말했다. 인간은 끝없이 버리고 또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또한 오직 자신의 삶을 통해서만 타인에게 진정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믿었다. 자신이 어떤 행동을 하고 무엇을 하는지에 의해서만 남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 믿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참사람 부족은 날마다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그래서 참사람 부족에게는 해마다 열리는 축제가 없었다. 그들은 일 년 중 아무 때나 서로를 축하하는 행사를 열었다. 생일을 축하하는 행사가 아니라 누군가 자신의 재능을 발휘해 공동체에 기여하거나 정신적 성장을 이루었을 때 그것을 인정하기 위한 행사였다. 그들은 단지 나이를 먹는 것이 아니라 나날이 나아지는 것을 축하했다.

참사람 부족은 무탄트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당신이 남을 해치면 그것은 자기 자신을 해치는 일입니다. 남을 도우면 그것은 바로 자신을 돕는 일입니다. 모든 사람들은 똑같이 피와 뼈를 갖고 있습니다. 다만 생각과 마음이 다를 뿐입니다. 무탄트들은 고작해야 백 년을 생각하고, 남들과 분리된 자기 자신만을 생각합니다. 하지만 참사람 부족은 영원을 생각합니다. 우리 선조들, 아직 태어나지 않은 후손들, 그리고 지금 지구별에 살고 있는 모든 생명은 하나입니다.”

그들에게 세상의 모든 것이 신성했다. 바윗돌, 언덕, 골짜기, 심지어는 물이 말라 버린 웅덩이까지도 신성했다. 무덤도 그들에게는 성스런 장소이다. 무덤에서 그들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자신들을 돌아보거나 신과 인간의 관계, 그리고 모든 생명체의 관계에 대해 다시금 확인해볼 기회를 갖는다. 그럼으로써 더 나은 존재가 되는 것이다.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키는 일은 참사람 부족에게 언제나 의식적인 창조 행위였다. 이 세상에 태어나는 새로운 생명은 모두 환영받고 사랑받아야 한다고. 아무런 계획 없이 우연히 생명을 탄생시켜서는 안 된다는 게 그들의 신념이었다. 그들에게 아이를 낳는 것은 그들과 동등한 영혼에게 지구상에서 살아가 육체를 제공하는 것을 의미했다.

그들은 육체가 항상 완전무결하게 태어난다고는 믿지 않았다. 완전무결한 것은 육체가 아니라 육체라는 집 속에 깃든 눈에 보이지 않는 보석이라고 그들은 믿었다. 그리고 한 영혼은 다른 영혼들과 도움을 주고받으며 진화라는 영혼들의 공동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는 것이 그들의 신념이었다.

참사람 부족은 모든 인간은 이 세상을 잠시 방문한 영혼들이라고 믿는다.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모든 영혼은 영원한 존재입니다. 다른 사람과의 모든 만남은 하나의 경험이고, 모든 경험은 영원히 연결됩니다. 우리 참사람 부족은 모든 경험의 순환 고리들을 그때그때 완성시킵니다. 우리 참사람들은 무탄트들처럼 경험을 마무리하지 않은 채로 놓아두진 않습니다. 만일 당신이 어떤 사람에게 나쁜 감정을 품고서 그와의 경험을 마무리 짓지 않고 그냥 떠난다면, 훗날 당신의 인생에서 그 일이 되풀이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고통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당신이 깨달음을 얻을 때까지 끊임없이 계속될 겁니다. 삶에서 경험하는 일들을 잘 관찰하고 거기서 깨달음을 얻어 전보다 현명해지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어떤 경험이 끝나면 그것을 축복하듯 고맙다고 말하고 평화롭게 떠나는 게 좋습니다.”

참사람 부족에 따르면, 삶과 생명이라는 것은 운동이고 앞으로 나아감이고, 변화이다. 화를 내거나 우울하고 절망스런 기분에 빠져 있을 때,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을 때 그 사람은 살아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숨을 쉬고 있다고 해서 다 살아 있는 것은 아니다. 숨쉰다는 것은 그를 아직 땅에 묻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일 뿐이다. 세상에는 숨을 쉬면서도 살아 있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고 그들은 말한다.

인간의 삶을 경험한 영혼이 인간의 몸 밖으로 나가는 가장 자연스런 방법은 자유 의지로 그것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참사람 부족은 믿고 있었다. 120세나 130세쯤 되었을 때 ‘영원’으로 돌아가야겠다는 마음이 들면, 그들은 이 세상을 떠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일인가를 신에게 먼저 물어본 뒤 자신의 생애를 축하하는 잔치를 열었다. 참사람 부족은 세상에 태어나는 모든 아기에게 오랜 세월 동안 전통적으로 똑같은 말을 해왔다.

“우리는 너를 사랑한다. 새로 시작된 너의 여행을 우리가 도와주마.”

마찬가지로 생애를 마감하는 잔치라 열리면, 모든 사람이 잔치의 주인공을 껴안고 다시 한번 그 말을 되풀이했다. 우리는 당신을 사랑하며, 이제 새롭게 여행을 시작한 당신을 도와주겠노라고. 이 세상에 왔을 때 처음 들은 말을 세상을 떠날 때 다시 듣는 것이다.

참사람 부족은 죽은 사람의 몸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기 때문에, 거창한 장례식을 거행하지 않고 보통 얕은 모래 구덩이 속에 시신을 파묻었다 우주의 모든 것들이 그렇듯이, 시신도 겨룪에는 흙으로 돌아가 순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그들은 믿었다. 어떤 원주민들은 자신이 죽거든 시신 위에 아무것도 덮지 말고 사막에 그냥 놓아두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그리하여 생명의 순환 과정에서 그토록 충실하게 음식을 제공해 주었던 동물들의 먹이가 될 수 있기를 원했다.

참사람 부족은 우리의 현대적인 발명품들을 비판하지 않는다. 그들은 인간이 자신을 표현하고 창조성을 꽃피우고 모험에 뛰어드는 특성을 가진 존재라는 사실을 존중한다. 하지만 그들은 무탄트들이 지식을 추구할 때 반드시 생각해야 할 것이 있다고 믿는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들에게 이로울 때만’ 그것이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문명인들이 물질의 소유에 대한 관념을 다시 살펴보고 기존의 생각을 바꾸기를 바란다.

그들은 또한 인류가 과거 어느 때보다 낙원에 가까이 접근해 있다고 믿는다. 우리는 전 세계의 모든 사람들을 먹여 살릴 수 있는 훌륭한 과학 기술을 갖고 있다. 그 뿐만 아니라 세계의 모든 사람이 자신을 표현하고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고 편안한 안식처와 그 이상의 모든 것을 누릴 수 있게 해주는 지식을 갖고 있다. 우리가 원하기만 하면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참사람 부족은 무탄트들에게 간절히 바랐다.

“우리는 무탄트들을 심판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우리 자신을 위해 기도하고 스스로 자유를 얻듯, 우리는 그들을 위해 기도하고 그들 스스로 자유를 얻기 바랍니다. 그들이 자신들의 행동과 가치관을 좀더 자세히 관찰하고, 너무 늦기 전에 모든 생명이 하나라는 사실을 깨닫기 바랍니다. 그들이 지구를 파괴하고 서로 해치는 짓을 어서 빨리 중단하기 바랍니다. 참다운 무탄트들이 더 많이 나와 사태를 바로잡을 수 있게 되기 바랍니다.”

과학자들은 호주 원주민들이 적어도 5만 년 이상 그곳에서 살아왔으니라 추측한다. 그 오랜 세월 동안 그들은 어떤 숲도 파괴하지 않고, 어떤 강물도 더럽히지 않고, 어떤 동식물도 멸종 위기에 빠뜨리지 않고, 어떤 오염 물질도 자연 속에 내놓지 않으면서 풍부한 식량과 안식처를 얻을 수 있었다. 그들은 창조적이고 건강한 삶을 오래도록 산 뒤 영적으로 충만한 상태에서 이 세상을 떠났다고 기록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