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경계없는 삶이란 어디까지 가능한 걸까요? 세계의 전통 문화 속에 내려오는 풍습을 통해 서로를 위하며 더불어 함께하는 미래문화의 가능성을 살펴봅니다.

지구의 나이 46억 살, 인류는 4~5백만 년 출현해 수많은 생물종 중 최상위층에서 고도의 문명을 이루어 살고 있다. 코끼리나 악어처럼 힘이 세지도, 치타처럼 빠르지도, 사자처럼 날카로운 이빨을 갖지도 않은 인류가 어떻게 지구 위에 문명을 이루며 번성해졌을까?

4~5백만 년 전 출현한 인류는 지구 위 생물종 중 최상위층에서 고도의 문명을 이루어 살고 있다. 사진은 고대 그리스 문명을 일으킨 아테네 아크로폴리스. [사진 Pixabay 이미지]
4~5백만 년 전 출현한 인류는 지구 위 생물종 중 최상위층에서 고도의 문명을 이루어 살고 있다. 사진은 고대 그리스 문명을 일으킨 아테네 아크로폴리스의 현재 모습. [사진 Pixabay 이미지]

이를 설명하는 흥미로운 일화가 있다. 세계적인 문화인류학자 마가렛 미드(Margaret Mead, 1901~1978)는 강연 중 한 학생에게서 “인류 문명의 첫 징조로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학생은 그가 점토항아리나 낚시바늘과 같은 사냥 도구, 돌 갈기 또는 종교적 유물이라고 답할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나 미드의 대답은 달랐다. “부러졌다가 나은 대퇴골(大腿骨)”이라는 것이다. 그는 1만5천 년 전 부러졌다 치유된 사람의 대퇴골을 고대 문명의 첫 징후로 이야기했다.

세계적인 문화인류학자 마가렛 미드. [사진 Smithsonian Institution Archives]
세계적인 문화인류학자 마가렛 미드. [사진 Smithsonian Institution Archives]

대퇴골은 고관절과 무릎을 연결하는 넓적다리뼈로, 성인의 몸 속 200여 개 뼈 중 가장 큰 뼈이다. 대퇴골이 부러졌을 경우 다시 붙어 회복하는데 최소 6주가 걸린다.

미드는 동물의 세계에서 다리가 부러지면 죽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위험으로부터 도망칠 수도 없고, 강으로 가서 물을 마실 수도, 먹이를 사냥할 수도 없다. 다친 동물은 포식자를 위한 고깃덩이에 불과해 뼈가 치유될 만큼 오랫동안 부러진 다리로 살아남지 못한다.

부러진 대퇴골이 치유된 흔적은 누군가 다쳐서 쓰러진 사람의 상처를 묶고 그 사람을 안전한 곳으로 옮겼으며, 함께 머물며 회복할 수 있도록 그 사람을 돌봤다는 증거이다. 누군가 자신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다친 그들을 버리지 않고 도왔다는 의미이다.

마가렛 미드는 “어려운 상황에 처한 다른 사람을 돕는 것에서 인류의 문명이 시작되었다”라며 “사려 깊고 헌신적인 소수의 시민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절대 의심하지 말라”고 했다.

이 일화는 권위있는 의학상인 앨버트 래스커상을 받은 폴 브랜드((Paul Brand, 1914~2003) 박사가 그의 저서에 소개하면서 유명해졌다.

폴 브랜드 박사가 1980년 필립옌시와 공저한 〈두렵고도 놀랍게 만들어진: 인간의 영적인 몸을 보는 외과의사(Fearfully and Wonderfully Made: A Surgeon Looks at the Human and Spiritual Body)〉에 소개하면서 유명해졌다. [사진 아마존]
폴 브랜드 박사가 1980년 필립옌시와 공저한 〈두렵고도 놀랍게 만들어진: 인간의 영적인 몸을 보는 외과의사(Fearfully and Wonderfully Made: A Surgeon Looks at the Human and Spiritual Body)〉에 소개하면서 유명해졌다. [사진 아마존]

지금 전 세계 인류는 코로나19 팬데믹 3년째에 접어들었고 종식 선언을 기대하기보다 풍토병 중 하나로 삼은 ‘위드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더 큰 위기가 우리 앞에 놓여있다.

많은 과학자는 기후변화와 함께 인간의 끊임없는 개발로 인한 서식지 파괴, 생태계 파괴로 인해 야생동물이 사람이 사는 거주지와 가까워지면서 인수공통 감염병은 더욱 확산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인수공통 감염병으로, 2019년 말 발생해 여전히 진행 중이다. [사진 Pixbay 이미지]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인수공통 감염병으로, 2019년 말 발생해 여전히 진행 중이다. [사진 Pixbay 이미지]

지난 5월 미국 조지타운대 생물학과와 국제 보건과학·안전연구센터,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대 아프리카 기후·발전 이니셔티 등 미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 공동연구팀의 발표는 그 위험성을 경고했다. 과학저널 ‘네이처’에 실린 연구결과에 의하면, 지구 평균기온이 2도 상승할 경우 2070년까지 최소한 1만5천 종의 새로운 이종간 바이러스성 전염병이 나타날 것이라고 한다.

현재 기후위기의 징조는 세계 곳곳에서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폭염으로 인해 유럽 전체 지역 중 64%가 가뭄 주의 또는 가뭄 경고 상태이며, 유럽의 가뭄은 500년 만에 최악이라 평가되고 있다. 또한, 중국도 국토 전반에서 이상 고온과 가뭄 속에 농작물 피해 등 몸살을 앓고 있으며 식량 생산 차질이 예상되고 있다.

기후위기의 징조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현재 유럽의 가뭄은 500년 만의 최악이라 평가되고 있다. [사진 Pixabay 이미지]
기후위기의 징조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현재 유럽의 가뭄은 500년 만의 최악이라 평가되고 있다. [사진 Pixabay 이미지]

한편, 세계기상기구(WMO)는 지난해 북극권지역에서 기록된 최고 기온이 38도였다고 발표했다. 그린란드의 대륙빙하 소실은 역대 최대 기록을 갱신해 북국권 바다 해빙이 30년 안에 사라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기후학자들은 영구동토층이 유실되어 균열이 지속되면 내부에 매장된 메탄과 이산화탄소가 대기에 방출되어 기후변화가 걷잡을 수 없이 가속될 수도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감염병과 기후 위기, 뒤를 이을 식량 위기를 인류는 어떻게 헤쳐나갈 수 있을까?

다시 돌이켜 인류가 문명을 일으켰던 최초의 징조, 서로를 보살피고 돕는 사려 깊고 헌신적인 사람들 간의 연대에서 그 변화가 시작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