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중국, 러시아, 미국, 일본에 둘러싸인 우리의 상황을 생각해 보게 됩니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면서 역사적 교훈을 얻고 우리가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고려해야 합니다. 1991년, 구소련 해체 당시 우크라이나는 미국 러시아에 이은 세계 3위 규모의 핵보유국이었습니다. 구소련이 미국과 서유럽을 겨냥해 우크라이나에 핵무기를 배치했기 때문인데, 당시 보유했던 핵탄두만 1700여개,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도 170여 개에 달했습니다.

이화영 계산공고 교사
이화영 계산공고 교사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1994년 러시아, 미국, 영국과 ‘부다페스트 각서’를 체결하여 비핵화하고 핵무기를 포기하는 대신 안전보장과 경제원조를 약속받았습니다. 하지만 정작 지난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합병할 당시, 조약에 서명한 미국, 영국 등 서방 국가들은 아무도 연합군 파병을 하지 않았고 ‘부다페스트 각서’는 휴지 조각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2022년 또다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가 핵을 포기하면서 안전보장 약속을 받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각서는 종이에 불과할 뿐으로 힘을 앞세운 러시아의 침략에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보면서 비핵화 요구를 받고 있는 북한이 과연 비핵화를 할지 의문이 듭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제물이 된 것은 자강(自强)도 하지 못하고 NATO 가입이나 EU 가입으로 서방의 동맹도 얻지 못한 터에 러시아와 서방 사이에서 지혜로운 대처를 하지 못한 외교적 무능 탓도 큽니다. 그런 무능의 중심에는 분열과 갈등의 정치가 있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경제 궁핍이 가속화되자 친러, 반러로 국론이 분열되어 NATO 가입이나 EU 가입에 확실한 결정을 못 하고 갈등 상황에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국가 생존이 달린 문제에도 국론을 모으지 못해서 위기에 처한 우크라이나를 보면서 우리 정치권도 정파적 진영논리에 빠져 똑같은 우를 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 보아야 합니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4강 중에 중국과 러시아는 대륙 세력이고 미국과 일본은 해양 세력입니다. 우크라이나가 서방 세력과 러시아가 충돌하는 지정학적 위치에 있는 것과 같이 우리도 대륙 세력와 해양 세력이 충돌을 하는 지정학적 위치에 있습니다. 더구나 우리는 남북으로 갈라져 북한은 대륙 세력에, 남한은 해양 세력에 속해 있습니다.

대륙 국가는 언제라도 지상군이 자유를 추구하는 반군을 잠재울 수 있지만, 해군은 그런 일을 할 수 없습니다. 역설적으로 해군이 강한 해양 국가는 이웃 나라와 무역을 통하여 경제를 발전시켜야 하므로 상업적 가치의 중요성을 잘 압니다. 따라서 해양 국가에서 시장경제의 뿌리인 사유재산권, 정치적 자유, 대의 민주주의, 법치주의 등이 확고하게 뿌리를 내리게 되었고 계약중심 문화가 발달하게 되었습니다.

지구상에 대륙 국가의 전통과 관습이 남아 있는 거의 유일한 나라가 러시아와 중국입니다. 대륙 국가는 지상군 투입이 쉬워 계약보다는 힘의 논리가 좌우하는 관습이 있습니다. 러시아 중국은 또한 사회주의 국가라서 의사 결정이 빠르다는 위험성도 안고 있습니다.

우리는 중국, 북한과 국경을 맞대고 있습니다. 우리는 해양 국가 형태의 계약의 신성함을 오랫동안 지켜왔기 때문에 중국, 북한도 그렇게 하리라 믿습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침공과 같이 대륙 국가는 계약보다는 힘의 논리가 우선하는 경향이 있기에 주의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북핵의 위협이 제거되지 않은 상황에서 종전선언은 시기상조입니다.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를 통해서 두 가지를 알 수 있습니다. 하나는 우크라이나가 친서방 노선으로 기울어지자 러시아가 침공한 것처럼 지정학적으로 두 세력이 충돌하는 지역에서 급작스럽게 외교 노선을 변경하면 굉장히 위험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러므로 외교적으로 한미동맹이 약화되는 일은 위험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하나는 국내 정치적으로 분열하면 외부세력에 의해 이용당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미중 패권 전쟁이 가열되고 있어서 앞으로 양국의 경쟁은 격화되고 우리는 선택을 강요당하는 상황이 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국내 정치적 분열을 어떻게 해결하고 국민통합을 이룰 수 있는지가 매우 중요합니다. 국민통합을 위해서는 국민이 좌우 진영논리에서 벗어나서 홍익의 관점과 국익의 관점으로 의식이 바뀌어야 합니다. 이번 제20대 대통령선거를 통해서 국민 의식이 홍익 정신에 기반을 둔 통합적 큰 의식으로 바뀌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 본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관련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