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콘스탄티누스 황제는 이 종교 저 종교가 여러 민족 사이에 퍼져나가자 로마제국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데 전통적 다신교보다는 ‘유일신’을 섬기는 그리스도교가 훨씬 더 적합하다고 생각해서 A.D. 313년에 그리스도교를 공인하고 분열된 로마제국을 하나로 재통일했습니다. 그 후 A.D. 379년에 황제로 즉위한 테오도시우스는 A.D. 380년에 그리스도교를 국교로 삼았습니다. A.D. 395년에 테오도시우스 황제가 사망하자 동로마와 서로마로 분열해서 서로마는 A.D. 476년에 멸망합니다.

영국의 역사가 에드워드 기번(Edward Gibbon·1737~1794)은 『로마 제국 쇠망사』에서 로마제국 멸망의 주요인으로 그리스도교를 지목했습니다. 로마의 사상이 그리스도교화됨으로써 투쟁보다는 이웃 사랑을, 현세보다는 내세의 삶과 행복을 강조하는 경향이 우세해지면서 로마인의 전통적인 애국심과 상무 정신이 쇠퇴해 결국 멸망으로 이어졌다는 논리였습니다.

서양사상의 뿌리에는 헬레니즘 사상과 헤브라이즘 사상이 있습니다. 로마의 전통적인 사상은 헬레니즘 사상이고 그리스도교의 뿌리는 헤브라이즘 사상입니다. 헬레니즘 사상은 다신론, 인간 중심적, 현세 지향적인 데 반해서 헤브라이즘 사상은 유일신론, 신 중심적, 내세 중심적입니다. 로마가 그리스도교를 국교로 정하면서 헬레니즘 사상의 가장 큰 장점이었던 현실주의를 훼손하는 결과를 가져와서 애국심과 상무 정신이 쇠퇴하게 된 것으로 에드워드 기번은 보았습니다. 여기서 로마에서는 외래사상인 그리스도교가 국교가 됨으로써 헬레니즘에 바탕을 둔 로마의 전통사상이 급격히 쇠퇴하여 로마의 뿌리 정신이 약해진 결과 로마가 멸망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역사에서도 이와 유사한 경우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우리의 전통사상은 단군 조선 건국이념인 홍익인간 사상입니다. 고구려는 전통사상이 강해서 외래사상인 불교가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했기에 또 다른 외래사상인 도교를 수입하는 등 전통사상과 외래사상의 대립으로 혼란이 일어나게 됩니다. 따라서 강력한 권력으로 통치하던 연개소문이 죽자 사상이 분열 되어 있는 고구려는 내분으로 멸망하게 됩니다.

백제는 미륵불교를 받아들임으로 임금이 곧 미륵불이라는 등식을 만들어내어 강력한 왕권 강화를 이루나 뿌리 깊은 전통사상과의 융합이 없는 불교의 독주로 사상의 뿌리는 허약해지고 뿌리 약한 나무가 쉽게 뽑히듯이 백제도 또한 내부 분열로 망하게 됩니다.

신라는 전통사상의 뿌리가 강해 삼국 중에서도 가장 늦게 불교를 도입하였으며 왕권 강화를 위한 불교공인과정에서도 이차돈의 죽음이 일어날 정도로 전통사상의 반발이 심했습니다. 그러나 초기의 어려움을 잘 극복하고 원광법사의 세속오계 중 살생유택(殺生有擇)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전통사상과 외래사상인 불교와의 융합이 잘 이루어집니다. 따라서 사상의 뿌리가 튼튼해져 삼국의 싸움에서 이기고 불완전하지만 삼국통일을 이루게 됩니다.

국가가 건국되고 세월이 지나면서 새로운 사상이 유입되면 전통사상과 새로운 사상의 융합이 과제가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융합보다는 새로운 사상으로 대체를 하려고 하거나 융합을 거부하고 전통사상만 고집할 경우에는 내부 분열이 일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역사를 보면 모든 국가의 패망 원인에는 항상 내부 분열이 자리를 잡고 있으며 내부 분열의 원인으로는 언제나 사상의 분열이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지금의 우리나라도 남한과 북한으로 분열되어 있습니다. 로마와 우리나라의 삼국시대 역사에서 보듯이 전통사상과 외래사상의 조화로운 융합이 중요함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전통사상인 홍익인간 사상이 탄탄하게 기본이 된 상태라면 그 위에 민주주의, 사회주의, 자본주의 등과 같이 어떤 사상을 접해도 홍익 민주주의, 홍익 사회주의, 홍익 자본주의로 융합이 될 수 있습니다.

지금 대한민국 정치에서 여당, 야당의 대립뿐만 아니라 여당의 내부 분열, 야당의 내부 분열 근본 원인을 보면 우리나라의 전통사상인 홍익인간 사상 함량이 부족한 것이 그 원인이라고 생각됩니다. 홍익인간 사상 함량이 높아지면 대한민국 정치도 분열이 아닌 통합과 상생의 정치가 될 것이고 대한민국의 정치가 통합과 상생의 정치가 되어야 남북통일도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홍익인간 사상과 융합된 사상으로 남북이 통일되면 통일 한국은 지리적으로 미·중 패권전쟁의 완충지대가 될 수 있고 국력과 사상적으로도 미·중 패권전쟁의 조율자 역할을 할 수 있어서 인류평화에 기여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