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왜 이리 고된 가요/ 이게 맞는 가요 나만 이런 가요/ 고운 얼굴 한 번 못 보고서/ 이리 보낼 수 없는데” (드라마 ‘백성의 마음을 훔친 도적’ OST 《상사화》 中)

한국적인 색채가 짙은 독보적인 음색으로 애절한 한의 정서를 표현하는 싱어송라이터 안예은 씨. [사진=더블엑스엔터테인먼트]
한국적인 색채가 짙은 독보적인 음색으로 애절한 한의 정서를 표현하는 싱어송라이터 안예은 씨. [사진=더블엑스엔터테인먼트]

우리소리에 담긴 애절한 한恨의 정서를 표현하며 독보적인 음색으로 사랑받는 젊은 아티스트 안예은 씨. 그의 노래를 들으면 마치 우리 민요나 판소리를 듣는 듯하다. 한국적인 음색과 자신만의 세계관이 짙은 곡들을 선보여 ‘장르 개척자’라고 불리는 안예은 씨를 전화 인터뷰 했다.

안예은 씨의 음색이 우리 소리에 가깝고 매우 독특하다.

- 국악을 따로 공부하거나 배운 적이 없어요. 그러다 보니 국악과 관련된 질문을 받을 때마다 어떻게 대답해야 대중가요와 국악 두 분야 모두에 폐가 되지 않을지 고민이 많습니다. 어릴 적부터 사극이나 오리엔탈 색채가 강한 음악을 좋아했는데 아마 창작할 때 그 취향이 자주 발현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 관심과 취향은 한국인으로 태어났기 때문에 저절로 생겨난 게 아닐까 합니다.

처음 본인에게 영감을 준 사극드라마나 사극 영화가 무엇인지.

- 초등학생 때 MBC 사극드라마 ‘대장금’을 굉장히 좋아했어요. 많이 알려진 OST ‘오나라’가 아니고 수라간에서 음식을 만들 때마다 나오던 경쾌한 BGM이 좋았어요. (그가 말한 BGM은 대금과 소금, 해금, 가야금, 꽹과리, 오픈 심벌, 북, 슬레이벨 등 많은 국악기와 서양악기 일부가 어우러진 OST '연밥‘이다)

젊은 국악인과 콜라보 공연이나 국악그룹 국악단과의 협연 등 국악인들의 러브 콜을 많이 받는데.

- 감사하게도 콜라보 무대에 불러주셔서 함께 할 수 있었죠. 송소희, 이봉근 선생님과 함께 했고, 국악기로 구성된 악단과도 콜라보 무대를 했어요. 우리나라 소리라는 것도 관심이 있지만, 실력 있는 음악인과 함께 좀처럼 접하기 어려운 악기소리와 어우러져 공연한다는 것 자체가 재미있어요.

안예은 씨는
안예은 씨는 "어릴 적부터 사극이나 오리엔탈 색채가 강한 음악을 좋아했던 관심과 취향이 자주 발현된다"라며 "관심과 취향은 한국인으로 태어났기 때문에 절로 생겨난 것 같다"라고 한다. [사진=더블엑스엔터테인먼트]

우리 소리의 독특함이나 매력이 무엇이라고 보는지.

-저는 단순하게 생각하는 편인데 한국 사람이 한국 소리에 매력을 느끼는 게 어떻게 보면 당연한 거라는 생각이에요. 제 개인적으로는 이야기가 있는 음악을 좋아하는 편이에요. 민요나 정가도 굉장히 흥미롭지만, 한국 뮤지컬의 시초라 할 수 있는 판소리는 서사가 있어서 더 좋아합니다. 자연스러운 끌림인 것 같아요.

본인이 생각하는 한국다움, 한국인다움은 무엇인지.

- 한국인 고유정서라고 일컫는 흥興과 한恨 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흥은 다른 나라에도 색깔은 다르지만 분명히 존재하는데 한이라는 건 우리나라에만 있는 정서죠. 이게 소리로 표현이 잘 되기 때문에 매력을 느끼는 게 아닐까요?

음악에 몰두하게 된 것이 심장병과 관련이 있다고.

- 예. 선천성 심장병으로 우심방 우심실만 있고 좌심방 좌심방이 없이 태어났죠. ‘단심실’이라고 하고, 청소년기에 5번 정도 수술을 받았죠. 그렇다고 부모님께서 아프니까 밖에 나가는 건 위험하니 집에서만 지내라고 하시진 않았어요. 계속 수술을 받아야 하니까 무리하지 않는 한 모든 선택권을 저에게 주셨어요. 그래서 집에서도 재미있게 노는 법으로 피아노를 쳤던 것이죠. 태권도와 같은 격한 운동을 조금 피했을 뿐 학교생활에 크게 지장을 받지는 않았어요.

올해 31살이 되었다. 남다른 의미가 있다는데.

- 저는 기회가 될 때마다 제 질병에 대해 많이 이야기를 합니다. 저와 같은 심장병을 가진 아이를 키우는 부모님께서 저를 보고 ‘우리 아이도 20~30대를 넘어서 살 수 있구나’라는 희망을 갖는다고 합니다. 제가 수술 받은 때가 25년 전이니까 그때는 수술법이 개발되는 차여서 보통 외국으로 보내거나 아니면 성인까지 살 확률이 높지 않다고 했죠. 제 기사에 팬들이 달아주는 댓글을 보면 20~30년 전부터 의학이 발달해서 확률은 높아졌지만 쉽지 않다고 해요. 저는 제게 맞는 운동을 찾아서 열심히 체력을 키우고 있고, 꾸준히 복약지도에 따라 약을 잘 챙겨먹고 있어서 훨씬 좋아졌죠.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안예은 씨는
안예은 씨는 "민요나 정가도 흥미롭지만 판소리는 서사가 있어서 더 좋아한다"라고 했다. [사진=더블엑스엔터테인먼트]

지난 2019년 삼일절 100주년 때 발매한 ‘8호 감방의 노래’가 특별했다. 우리 역사, 독립운동에 특별한 관심이 있는지. (3.1운동 직후 유관순 열사 등 7명의 독립운동가가 서대문형무소 여옥사 8호 감방에서 부른 창가가사에 곡을 붙였다)

- 우리 역사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부끄럽게도 전문적인 지식은 많이 부족하죠. 발매에 맞춰 서대문형무소 여옥사 현장에 가서 노래를 불렀습니다. 그때 기분을 글이나 말로 표현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한국 사람이라면 저와 똑같은 기분을 느낄 것입니다.

역사를 좋아하게 된 계기가 있는지.

- 아버지가 역사를 좋아하고 역사책을 많이 읽으셔서 그 영향을 좀 받지 않았나싶어요. 어렸을 때 박물관, 유적지, 사찰 같은 곳을 많이 데려다 주셨는데 지금도 그 취향을 계속 가지고 있는 걸 보면 저도 좋아한 거죠. 아버지는 지나치게 어려운 책을 읽으면 흥미를 잃기 쉽다고 만화로 읽는 삼국유사, 삼국사기 등을 가져다 주셨죠.

우리 역사와 설화를 소재로 창작 작업을 다수 했는데 다른 나라 설화나 역사와 관련한 작품도 준비하는지

- 예. 다른 나라의 설화나 역사에도 관심이 많아요. 중세 서양 역사, 북유럽동화나 아프리카 부족의 설화 등 나라를 국한하지 않고 옛 이야기를 많이 좋아하는 편이죠.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이야기들, 야사, 좀 독특한 세계관이 있는 이야기, 현실과 좀 동떨어진 이야기들에 매력을 느낍니다. 앞으로도 제가 관심을 가진 이야기를 소재로 창작을 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