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훈민정음, 한복, 팔만대장경…한국의 보물, 세계에 알리는 소리꾼’에서 계속

한국의 보물을 노래하는 국악그룹 ‘비단’은 세계 최초로 한국 3보사찰인 법보종찰 해인사를 뮤직비디오 담아 올해 정규앨범 5집 ≪출두가≫를 내놓았다. 총 6곡의 뮤직비디오에는 불국사와 수원화성 등 아름다운 문화유산을 담았을 뿐아니라 중국 동북공정 대응, 20대 대통령선거에 대한 국민의 바람 등 특별한 이야기를 담았다.

국악그룹 '비단'은 지난해 세계 최초로 가야산 해인사를 뮤직비디오에 담았다. 팔만대장경의 신비로움을 담은 노래 '팔만호국불' M/V의 한 장면. [사진= '비단' 제공]
국악그룹 '비단'은 지난해 세계 최초로 가야산 해인사를 뮤직비디오에 담았다. 팔만대장경의 신비로움을 담은 노래 '팔만호국불' M/V의 한 장면. [사진= '비단' 제공]

- 지난해 세계 최초로 팔만대장경이 보관된 해인사에서 뮤직비디오를 촬영했죠?

김지원(타악) 가야산 해인사는 원래 문화 콘텐츠로 촬영 허가를 내주지 않는다고 해요. 영국 BBC나 내셔널지오그래픽의 요청도 거절하셨다고 합니다. 저희도 석 달간 요청했는데 지난 9년간 대표적인 문화유산을 영상에 담고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온 작업을 보고 잠깐 인기를 얻기 위한 것이 아니라 진정성이 있다고 허락해주셨어요. 촬영하면서 해인사 내 연구소 연구원 스님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서재원(해금) 해인사가 지난해 마지막 촬영이었어요. 12월 23일 가야산 해인사 입구에서부터 오솔길을 따라 100여 미터를 걷는데 너무나 아름다워서 감동했어요.

- 올해 발표한 5집 앨범 ≪출두가≫에 담긴 노래마다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소개 부탁드립니다.

김수민(보컬) 타이틀곡인 ‘출두가’는 부패한 탐관오리를 벌하고 백성들을 보살피던 암행어사의 출두 장면을 노래했어요. 노래 중 ‘숨겨진 네 욕심을 만천하에 알려 죄를 물으리’라는 가사가 있어요. 올해 청렴한 국가지도자의 등장을 기대하는 국민의 마음을 담아서 역동적인 리듬과 함께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전하고자 했어요. 한강 야경을 배경으로 한겨울 밤에 촬영했어요.

손예(가야금) ‘사도가’는 아버지 사도세자를 그리워하는 정조의 사부곡입니다. 정조대왕이 매년 수원에 있는 사도세자의 능인 현륭원으로 행차했을 때 한강에서 배다리를 건너기 전 잠시 머물던 용양봉저정이라는 정자에서 촬영했어요. 주변 지형이 용이 꿈틀거리고 봉황이 날아오르는 형세를 닮았다고 해요.

김가윤(대금) ‘빛의 도시’는 수원화성을 주제로 했어요. M/V는 화성행궁에서 시작해 팔달산 봉화대까지 올라가며 촬영했는데 봉화대에서 내려다본 수원 시내 전경이 정말 근사했습니다.

서재원(해금) 가야산 해인사에서 촬영한 ‘팔만호국불’은 팔만대장경의 신비로움을 담은 곡이죠. 그리고 ‘하늬 아리랑’은 은은한 서풍에 날리는 전통 한복의 옷깃을 자연의 감성으로 표현한 우리 대표 민요를 담은 곡인데 경기도 양평 두물머리에서 촬영했어요. 중국의 문화동북공정에 대응해 우리 전통문화의 진짜 가치를 알려 주고자 합니다.

김지원(타악) ‘파랑새의 꿈’은 부처의 세계를 이루기 위해 불국사를 세운 신라인들의 염원을 담은 곡입니다. 대웅전 광장에서 연주했는데 불국사 내 다른 곳에서 관광하던 분들이 소리에 이끌려 와서 박수를 치고 M/V 촬영에 관심을 가져주셨죠. 이후 ‘비단’ 유튜브 채널에 ‘불국사에서 보고 너무나 좋아서 이렇게 찾아오게 되었다’라며 응원댓글을 보내주신 게 인상 깊습니다.

국악그룹 '비단'이 2년 만에 발표한 정규앨범 5집 ≪출두가≫ 중 하늬 아리랑. 중국의 문화동북공정에 대응해 우리 전통한복의 아름다움을 담았다. [사진='비단' 제공]
국악그룹 '비단'이 2년 만에 발표한 정규앨범 5집 ≪출두가≫ 중 하늬 아리랑. 중국의 문화동북공정에 대응해 우리 전통한복의 아름다움을 담았다. [사진='비단' 제공]

- 오랫동안 우리 소리를 전공한 젊은이들로서 각자가 느끼는 한국인다움은 무엇인지.

서재원(해금) 한국인은 ‘정’이 많죠. 길을 가다 물어보면 어떻게든 알려주려고 하고 지하철에서는 노약자석을 비워두고 어르신이 서 계시면 당연히 비켜주는 게 습관처럼 되어 있잖아요. 외국에는 내 자리는 나의 권리는 개념이어서 그런 문화가 없다고 해요. 정과 배려로 살아가는 게 남다른 것 같습니다.

손예(가야금) 민요 육자배기 속에서 애환이 느껴지면 한국인인 듯합니다. 배우지 않아도 뭔가 한국인이라면 공감하는 기쁨, 슬픔 이런 게 있어요.

김지원(타악) ‘이웃사촌’이라는 우리말에 특성이 잘 나타나 있어요. 물론 지금은 1인가구도 많고 각박해졌지만 이웃끼리 정을 나누고 품앗이를 하던 고유의 전통이 계속 이어진다고 느껴집니다.

김가윤(대금) 저는 힘들 때 한마음으로 다 함께 이겨나가는 것에서 한국인다움을 느낍니다. 지하철 승강장에서 틈에 빠진 사람을 구하려고 힘을 합쳐 지하철 차량을 밀어 구해내고, 교통사고 현장에서 차를 들어 깔린 사람을 구하는 모습이죠.

김수민(보컬) 저는 ‘밥’이라고 생각해요.(하하)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게 아니라 희로애락을 밥으로 나누는 민족이죠. 밥과 술 한잔에 기쁨도, 슬픔도 나누죠.

국악그룹 '비단'. [사진=김경아 기자]
국악그룹 '비단'은 인터뷰에서 자신이 가진 한국인다움과 우리 소리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사진=김경아 기자]

- 우리 소리의 특징을 외국인에게 소개한다면 무엇이라고 하고 싶은가?

김가윤(대금) 한과 울림이라고 생각해요. 다른 사람의 감정을 같이 공명하고 공감해 주는 것이죠.

김지원(타악) 저도 한이라고 생각해요. 판소리만으로 봤을 때 구음 하나로도 곡 하나를 채울 수 있는 그런 매력을 가지고 있죠. 그리고 해금의 선율이라든지 판소리에서 애절하고 사연이 많은 특징이 잘 살아있어요.

김수민(보컬) 즉흥성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시나위나 구음 같은 것도 즉흥이고, 원래 판소리도 시장 바닥에서 재미있게 해주는 이야기에 노래를 곁들였던 것이 하나의 형태로 만들어졌죠. 모내기, 밭일하면서 힘들 때 “여보시오, 농부님네!” 하면서 노래 한 자락에 고단함을 잊고 하면서 만들어졌어요. 사람들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게 우리 소리죠. 고정되지 않고 변화무쌍하게 창조할 수 있는 음악입니다.

창작 판소리로 이 시대 판소리의 한 바탕을 만든 이자람 선생님이 계세요. 그동안 판소리에서 심청가의 효라든가 하는 전통적 가치를 강조했죠. 하지만 그분이 만든 억척가, 사천가 속에는 ‘과연 이렇게 힘든 세상 속에서 착하게만 사는 게 맞을까? 나도 똑같이 꾀를 부려볼까?’라는 해학이 담겨있고 공감을 많이 받고 계시죠. 시대를 반영하여 벌써 바뀌어 가고 있어요.

손예(가야금) 우리 소리의 특징은 시김새에서 찾을 수 있어요. 한과 울림도 시김새에서 온다고 봅니다. 서양악기도 악기마다 기법이 있지만 한 음정으로 여러 음을 내지 못하죠. 하지만 해금이나 가야금 등은 꺾고 떨고 흔들어 여러 소리를 만들어 낼 수 있어요. 연주자가 무한히 만들어낼 수 있어요.

서재원(해금) 국악기는 자연주의적 악기라는 특징이 있어요. 서양의 바이올린이나 피아노는 고도로 개량되어 부품도 복잡하고 구조도 복잡하죠. 하지만 대금은 어느 숲에 던져놓으면 대나무 토막처럼 보이죠. 제가 전공한 해금의 몸체도 대나무 뿌리모양 그대로 가지고 있어요. 색도 모양도 자연에서 온 본래 재료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좀더 원형의 소리, 자연에 가까운 본질의 소리를 낸다고 생각합니다.

국악그룹 '비단'이 임인년을 맞아 발표한 정규앨범 5집  ≪출두가≫를 발표하고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사진='비단' 제공]
국악그룹 '비단'이 임인년을 맞아 발표한 정규앨범 5집 ≪출두가≫를 발표하고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사진='비단' 제공]

- 끝으로 젊은 국악인으로서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김지원(타악) 지난해 국악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개발되고 주목을 많이 받았는데 잠깐의 시도로 끝나지 않았으면 합니다. 전통성을 알리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국악인들이 많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하고요. 저희는 퓨전도 좋지만, 전통성도 함께 알릴 수 있는 팀이 되고 싶습니다.

김수민(보컬) 같은 젊은 국악인들과 나누고 싶은 생각이 있어요. 방탄소년단(BTS)나 블랙핑크와 같이 전 세계에서 주목받는 K팝 가수도 무명시절을 견디고 음악 작업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하다 보니 어느 시점에서 대중이 좋아하는 그 지점과 맞닥뜨려서 글로벌스타가 되었어요. 지금이 우리에게 기회라고 생각해요. 조금씩 국악이 대중화되는 시동을 걸고 있는데 아직 빛을 보지 못한 팀이 더 많아요. 포기하지 않고 계속 꾸준히 음악 작업을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대중들께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지금처럼 잘 즐겨주셨으면 합니다. 수요가 없으면 공급만으로 되지 않죠. 대중의 의지와 관심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제가 초등학교 국악선생님으로 활동하는데 아이들이 생각보다 국악을 좋아해요. 시키지 않아도 추임새를 하는 걸 보면 한국인이라 배우지 않아도 내재된 DNA가 있다고 봅니다. 우리 국악이 낯설지 않도록 경험을 쌓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