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적은 연극 <햄릿의 비극>을 8월 26일부터 8월 29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알과핵 소극장에서 공연한다.

<햄릿의 비극>은 '극단 적'이 작년 <복수자의 비극>에 이어 무대에 올리는 르네상스 비극 다시 만들기- 복수자 시리즈 두 번째 작품이다.

"햄릿의 비극" 출연 배우 연습 장면. [사진제공=K아트플래닛]
"햄릿의 비극" 출연 배우 연습 장면. [사진제공=K아트플래닛]

극단 적의 이곤 연출은 이 시대가 '사이다 복수극'에 열광하는 이유를 탐색하면서 자연스럽게 르네상스 비극, 그중에서도 복수를 주제로 한 작품에 주목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복수자의 비극>이 저돌적으로 복수를 감행하는 인물을 그린 반면 <햄릿의 비극>은 '햄릿이 하고 싶지 않았던 복수'보다 '애도되지 못한 죽음'의 기억으로 죄책감과 슬픔에 잠식되어버린 햄릿, 거투르드, 클로디우스의 '서로에 대한 연민'에 주목한 작품이다.

클로디우스와 레어티즈(김은석 성근창). [사진제공=k아트플래닛]
클로디우스와 레어티즈(김은석 성근창). [사진제공=k아트플래닛]

셰익스피어 원작 속 <햄릿>은 미친 척한다. 무엇이 진실인지 모른다. 햄릿은 우울하고 분노하고 가학적이다. 햄릿은 죽은 아버지를 대상화해 애도하지 못하고 아버지를 삼켰다. 거투르드는 또 비슷하게 오필리어를 삼켰다. <햄릿의 비극>은 그들의 기억 속을 유영하는 작품이다. 햄릿, 거투르드, 클로디우스는 애도되지 못한 죽음들을 자신만의 기억 속에서 다시 만나고, 그 고통을 감내하지 못해 서서히 파멸해간다.

햄릿과 거투르드(박하늘 곽지숙). [사진제공=k아트플래닛]
햄릿과 거투르드(박하늘 곽지숙). [사진제공=k아트플래닛]

 

<햄릿의 비극>은 인과적인 플롯이 아닌 몽타주 구성을 따른다. 악몽처럼 비약과 연상으로 전개되는 몽타주 구성의 작품은 관객의 상상력과 연상력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마로위츠 햄릿’처럼 ‘햄릿의 비극’도 관객의 머릿속에서 완성된다. 그러나 ‘마로위츠 햄릿’이 짧은 대사로 복수의 필요성과 복수를 연기하는 햄릿의 유약함을 강조한 반면 <햄릿의 비극>은 셰익스피어 극 속 캐릭터의 긴 호흡의 대사, 심도 있는 생각의 전개를 최대한 살려 ‘기억하는 자들의 고통’을 담아낸다. 또한 원작 속 캐릭터들의 대사를 서로 다른 인물들에게 맡김으로써 각각의 대사가 원작과는 다른 새로운 의미를 창출한다.

거투르드와 클로디우스(곽지숙 김은석). [사진제공=k아트플래닛]
거투르드와 클로디우스(곽지숙 김은석). [사진제공=k아트플래닛]

 

이 공연은 한편 소리에 관한 연극이다. 셰익스피어의 대사는 시적이고 은유적이다. 메타포를 지닌다. 배우는 단어를 얘기하지 않고 이미지와 메타포를 얘기한다. 관객은 그 이미지와 은유를 듣고 시각화한다.

<햄릿의 비극>에서 햄릿과 거투르드 내면에 자리한 죄책감과 분노, 혐오의 목소리는 스피커를 통해 감각적으로 관객에게 파고든다. 맥베스가 ‘소리와 분노 Sound and Fury’의 공연이라면, 이 작품은 내면의 소리에 관한 연극이다.

<햄릿의 비극>은 셰익스피어 원작을 마정화 각색, 이 곤 연출로 극단 적이 제작하였으며, k아트플래닛이 기획하고 서울시와 서울문화재단이 후원한다. 문의 02-742-75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