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수, 장지·분채·콩즙, 127.5 x 42.5cm, 2020. [사진=갤러리그림손]
도시산수, 장지·분채·콩즙, 127.5 x 42.5cm, 2020. [사진=갤러리그림손]

 

작가 이영희는 한국의 전통 색과 기법을 연구해 왔다. 자연의 재료에서 추출한 안료로 동양철학의 세계를 조형하는 데 성공적인 작품 활동을 했다. 또한 한지의 특성을 이용하여 오리고 붙인 화면들을 구사함으로써 한국의 정체성을 그려내는 데 주력했다.

그런 그가 도시(City)를 주제로 한 새로운 작품을 선보인다. 오색무지개, 청산록수 시리즈에 이어 한층 시각을 구체화한 아파트, 공원 같은 도시의 풍경을 그려낸다. 작가는 이를 <도시산수>라고 명명한다. 전통산수에서 보여주었던 인간과 교감하는 자연은 도시에서는 아파트와 같은 인공의 건축물로 대체되었다. 이러한 도시의 풍경에 관해 작가는 철학적, 사회적, 문화적으로의 시각을 확장한다. 아파트가 한국의 또 다른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오늘의 시점에서 작가가 전하는 성찰은 깊고 고운 전통의 색채와 기법이 만남으로써 현대미술의 시각적 확장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고요하고 사색적인 도시산수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도시산수, 장지·분채·콩즙, 110 x 120cm, 2020. [사진=갤러리그림손]
도시산수, 장지·분채·콩즙, 110 x 120cm, 2020. [사진=갤러리그림손]

 

이영희 작가는 서울 종로구 인사동 갤러리그림손에서 9월 16일부터 22일까지 개인전 <도시산수>을 연다. 이는 이영희 작가의 한국화 모색에 관한 15번째 개인전이다.

박옥생 미술평론가는 “색으로 관조(觀照)하는 마음의 풍경화”라는 제목의 평론에서 이영희 작가의 개인전을 두고 이렇게 평했다.

도시산수, 장지·분채·콩즙, 91 x 40cm, 2020(2). [사진=갤러리그림손]
도시산수, 장지·분채·콩즙, 91 x 40cm, 2020(2). [사진=갤러리그림손]

 

“신작에서 보여주는 <도시산수> 시리즈들은 도시의 아파트, 숲, 호수와 같은 풍경들이 자리하고 있다. 이는 작가의 시선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유기적으로 관계 맺고 있는 도시라는 현재의 삶의 공간으로 옮겨오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작(前作)에서 보여주었던 전통 색채의 반복적인 올림과정에서 드러난 부드럽고 따뜻한 화면은 한국인의 정체성과 같은 본질적인 정서를 환기시킨다. 천연 재료에서 추출한 염료들은 우리의 시선을 천천히 흡수하고 깊숙이 체화(體化)시키고 있다. 작가가 반복하고 있는 콜라주들은 하나하나가 모여 전체를 이루어나가는 방식인데, 불교에서 말하는 하나가 곧 전체이고 전체가 곧 하나다(一卽一切多卽一)라는 철학적 사유와 닮아 있다. 이처럼 작가의 화면은 전통 재료의 온화한 물성과 철학적 사유로의 기법이 만남으로써 물질과 정신이 하나로 교감하는 순간을 경험케 한다. 사실 우리가 경험하는 이러한 깊은 정신에 닿아 있는 작품들은 작가가 시도하였던 전통의 색을 통해 한국의 정체성을 찾아가려는 의미 있는 노력들의 결과인 것이다. 이러한 우리의 정체성에 관한 고민은 전통의 복원, 해석 그리고 새로운 의미들의 제시로 드러나고 있다.”

도시산수, 장지·분채·콩즙, 91 x 40cm, 2020 (3). [사진=갤러리그림손]
도시산수, 장지·분채·콩즙, 91 x 40cm, 2020 (3). [사진=갤러리그림손]

 

그리고 박옥생 미술평론가는 “작가의 작품들은 전작에서부터 신작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정체성에 관한 복원과 해석을 담은 마음의 풍경화를 보여주고 있다. 화면을 구성하는 오리고 붙인 화면들과 오방색을 운용한 부드러운 색의 변주는 고전으로부터 현대로 관통하는 우리의 정신세계로의 구현이다. 신작의 도시산수들은 작가의 삶과 동일선상에서 존재하는 도시의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철학적, 문화적인 영역에의 의미들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이는 철학으로부터 삶, 개념으로부터 실제, 추상에서부터 구체, 안으로부터 밖으로의 시각의 확장과 변모이기도 하다. 즉 삶과 맞닿아 있는 풍경을 통해 색으로 관조하는 나를 찾는 여정인 것이다.”면서 “이영희의 작품세계는 곱고 깊은 성찰로 켜켜이 쌓아 올린 시간의 흔적을 함축하며 지리와 경계를 넘어서는 울림을 전한다. 작가의 한층 밀도 높은 화면의 전환과 가까워진 시선은 앞으로 펼쳐질 세계로의 성찰에 관한 기대를 갖게 한다.”고 평했다.

도시산수, 장지·분채·콩즙, 280 x 80cm, 2020. [사진=갤러리그림손]
도시산수, 장지·분채·콩즙, 280 x 80cm, 2020. [사진=갤러리그림손]

 

이영희 작가는 2004년 서울 공화랑의 1회 개인전을 시작으로 2005년 <의식의 창> 미국 LA, 2006년 <역사의 창> 미국 샌디에고, 2008년 <소통> 중국 심양, 2009년 <청산록수> 서울, 2011년 한원미술관 초대전, 2015년 안상철 미술관 초대전 등 개인전 및 초대전 등 40여 회 전시를 진행하였다.

전시 개요

-전시제목 : 도시산수 | Landscape of the City

-참여 작가 : 이영희

-전시기간 : 2020년 9 월 16 일 – 9 월 22 일 / 월~토: 10:30~18:30, 일: 12:00~18:30

-개막행사  : 2020 년 9 월 16 일 오후 5시

-전시장소 : 갤러리그림손,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 10길 22 (경운동 64-17)

-전시문의 : 전화 02- 733-1045, 팩스 02- 733-10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