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섭, running railroad serigraphy, 95x112cm each. 2019. [ 사진제공=갤러리이배]
홍명섭, running railroad serigraphy, 95x112cm each. 2019. [ 사진제공=갤러리이배]

 

작가 홍명섭은 ‘토폴로지(topology)’ 개념을 현대미술에 적용하여 상식을 뒤집고 상상력을 풍요롭게 확장시키는 ‘토폴로지컬 사유(topological thought)’를 제안한다. ‘토폴로지컬 사유’는 우리의 일상을 생소하고 신비한 세계로 안내할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토폴로지컬한 상상과 사유’는 열린 상상과 사유, 즉 탄성적(彈性的) 상상과 사유를 말한다. 작가는 아주 얇은 스틸 판을 전시장 바닥에 약간 띄워 설치해 관객에게 토폴로지컬한 상상과 사유를 하도록 유도한다. 그의 작품은 ‘누구나 할 수 있기도 한’ 것으로 간주되기도 하고, 또 어느 면에서 몰개성적이고 무기교적 작업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이런 면에서 그의 작품은 일종의 ‘아트리스 아트(artless art)’이다.

홍명섭, blue level, stainless steel plate, lacquer, 60x50cm. 2020. [ 사진제공=갤러리이배]
홍명섭, blue level, stainless steel plate, lacquer, 60x50cm. 2020. [ 사진제공=갤러리이배]

 

‘토폴로지(topology)’는 ‘위상(位相)’ ‘위상수학(位相數學)’ ‘위상기하학(位相幾何學)’ 그리고 ‘공간 배치’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위상’은 흔히 어떤 사물이 다른 사물과의 관계 속에서 가지는 위치나 상태를 뜻한다. ‘위상수학’은 위상공간에서 도형의 길이 및 크기와 같은 양적 관계와 상관없이, 도형간 위치를 바꾸거나 연결할 때, 휘거나 늘리거나 축소하는 연속적인 변형과정에서 변하지 않는 성질을 밝힌다. 즉 자르거나 붙이는 변형 과정 속에서 얼마나 다른 도형이 있는가를 연구한다. ‘위상기하학’은 도형이나 공간이 가진 여러 가지 성질 가운데 특히 연속적으로 도형을 변형하더라도 변하지 않는 성질을 연구하는 기하학이다.

홍명섭, running railroad, silicon sheet on stainless plate, serigraphy, 110x65cm each. 2019. [사진제공=갤러리이배]
홍명섭, running railroad, silicon sheet on stainless plate, serigraphy, 110x65cm each. 2019. [사진제공=갤러리이배]

 

갤러리 이배는 2020년 8월 28일부터 10월 11일까지 홍명섭 작가의 개인전 <토폴로지컬 레일(Topological Rail)>展을 개최한다. 이번 갤러리 이배의 홍명섭 개인전은 갤러리 이배와 류병학 독립큐레이터가 공동 기획했다. 

이번 전시에는 토폴로지컬 평면작품(running railroad) 22점과 토폴로지컬 설치작품(blue level) 3점을 전시한다. 전통미술의 고정개념을 해체한 홍명섭 작품세계의 ‘메타-개념(meta-concept)’ 인 shadowless, artless, mindless를 감상할 수 있는 특별한 전시이다.

홍명섭, running railroad, silicon sheet on fomax plate, 110x65cm each. 2020. [사진제공=갤러리이배]
홍명섭, running railroad, silicon sheet on fomax plate, 110x65cm each. 2020. [사진제공=갤러리이배]

홍명섭은 이번 전시에서 크게 두 가지 작품을 전시한다. 하나는 토폴로지컬 평면작품(running railroad)이고, 또 하나는 토폴로지컬 설치작품(blue level)이다. 홍명섭의 토폴로지컬 평면작품은 그의 설치작품인 ‘런닝 레일로드(running railroad)’에서 파생된 작품으로 하나는 하드보드(hardboard) 위에 세리그래피(serigraphy)로 작업했고, 다른 하나는 스테인리스강 강판(stainless plate) 위에 실리콘 시트(silicon sheet)로 작업한 것이다. 작가는 갤러리이배의 전시공간에 적합하도록 평면작품 ‘레일로드’를 하나, 두세 개 혹은 여덟 개 등 다양한 방식으로 설치해 놓았다. 관람객은 공간을 두고 떨어져 있는 평면작품 ‘레일로드’를 상상력으로 연결하게 된다. 그 ‘상상력’은 바로 ‘위상적 사유’이다.

홍명섭의 '토폴로지컬 레일(topological rail)' 전시광경. [사진제공=갤러리 이배]
홍명섭의 '토폴로지컬 레일(topological rail)' 전시광경. [사진제공=갤러리 이배]

토폴로지컬 설치작품에서 작가는 ‘그림자 없는(shadowless)’ 조각에 주목한다. 전시장 바닥에 두께 5mm밖에 되지 않는 스테인리스 스틸 판(stainless steel plate)으로 설치한 일명 ‘블루 레벨(blue level)’이 그것이다. 이 작품은 비인간주의적 감각들, 개념들의 저편, 또는 비개념적 발상/발동들, 사회적 이슈와 통념에 저항할 수밖에 없는 이질적 사고 형태들의 잠재력을 실험하는 일종의 ‘마인드리스(mindless)’ 조각이다. 작가의 ‘블루 레벨’을 ‘조각(sculpture)’이 아니라고 말할지도, 그리고 ‘블루 레벨’에 나타나는 미소한 그림자를 전통적 조각적 개념의 그림자로 간주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홍명섭의 ‘그림자 없는 조각’은 전통적인 조각에 문제제기를 서서히 진행하는 조각(creeping pieces), 즉 일종의 ‘토폴로지컬 조각(topological sculpture)’이라는 것을 관람객은 깨닫게 된다.

홍명섭 작가 '토폴로지컬 레일(topological rail)' 전시광경. [사진제공=갤러리 이배]
홍명섭 작가 '토폴로지컬 레일(topological rail)' 전시광경. [사진제공=갤러리 이배]

 

1948년 평양에서 출생한 홍명섭 작가는 서울대학교에서 조소 전공으로 학사,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1990년 제44회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미술전에 초대받으면서 국내외 미술계에 주목을 받았다. 한성대학교 예술대학 교수와 청주시립미술관 관장으로 재직했으며, 미술비평가로도 활동한다.

 

■전시개요

-전 시 명 : ‘Topological Rail’
-참여작가 : 홍 명 섭
-전시일시 : 2020. 8. 28(금) ~ 2020. 10. 11(일)
-전시장소 : 갤러리이배, 부산광역시 수영구 민락수변로 243 2층
-문의 전화 :051-746-2111, 051-756-2111. 팩스(F) 051-742-6610,
    누리집 :www.galleryleeba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