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기 전 한국에서는 콘크리트 위에서 걸음을 재촉했었고, 지하철 어느 칸이 환승에 가장 효율적일지 계산하는 것이 일상이었습니다. 생활은 편리하고 빨라졌지만, 그 이상으로 더 빠르게 정보를 처리해야 하는 스트레스가 많았습니다. 반면 뉴질랜드에서는 여유 있는 시간을… 보냈느냐, 하면 그건 아니었습니다! 사실 한 해 3천 명 가까이 오는 명상여행자들을 맞이해야 하여 여전히 분주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압도적이었다면, 뉴질랜드에서는 몸도 머리도 같이 순환되었다고 할까요? 자연의 혜택은 놀라울 만큼 컸습니다.

뉴질랜드에서는 몸도 머리도 같이 순환되었다. 자연의 혜택이 놀랄 만큼 컸다. [사진=조해리]
뉴질랜드에서는 몸도 머리도 같이 순환되었다. 자연의 혜택이 놀랄 만큼 컸다. [사진=조해리]

우선 명상단이 주로 머물렀던 뉴질랜드 북섬 케리케리, 그곳에서 저의 하루를 열어주는 것은 바로 새들의 지저귐이었습니다. 마치 CF광고라도 되듯이 새소리에 눈을 뜨고 창을 열면 선명한 하늘, 그리고 달달한 향기가 뇌를 깨워줍니다. 절로 아! 여기 있어서 감사하구나! 하며 시작하는 아침이지요. 그야말로 오감 만족, 육감 충족입니다!

가림막 없이, 낯설게 마주한 나의 모습

그 자연은 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하는 힘을 주었습니다. 문득 하늘을 보면, 시시각각 변화하는 하늘이 형언할 수 없는 빛을 뿜어냅니다. 같은 시각 같은 장소라고 해도 어느 날은 붉은 태양이, 또 다른 날은 보랏빛의 빛의 줄기가 구름 위를 길게 늘어집니다. 제가 숨 쉬는 대기까지도 그 신비로운 빛으로 물들이는 것 같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면 타국에서 외국어로 소통하느라 답답했던 마음도, 낯선 나라에서 생활하며 꼬깃꼬깃 움츠러들었던 작은 마음도 호흡과 함께 풀어집니다. 그리고는 더 깊은 호흡으로 이어져 제 심장 소리가, 체온이, 이내 떠오르는 생각이 아무렇지도 않게 들여다보이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투명하게 드러나는 제 모습이 너무 어색하고 낯설었습니다. 늘 높은 벽 뒤에 숨어 제가 행복한지, 건강한지 들여다보지 않은 지 오래되었으니까요. 그런데 콘크리트 바닥도, 시야를 가리던 높은 빌딩도 없는 그곳에서는 자연과 나. 그뿐이었거든요. 그래서 제 몸뿐 아니라 어리고 거친 생각, 한편으로는 여리고 순수한 마음까지. 더욱 증폭되어 느껴졌습니다. 뉴질랜드 명상여행을 주제로 한 뮤직비디오 약속의 땅. 명상여행의 흐름을 보여주는 영상입니다. 

 

그렇게 어색하게 만난 저는 ‘잘해야 한다’는 강박으로 스스로를 속박하고 모습이었습니다. ‘잘하는 것’에 기준을 두고서, 글을 쓰든, 어떤 프로젝트를 하든. 잘하지 못 할까 봐 겁내고 망설이는 제 모습에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그 모습을 만들어낸 것 역시 저였으니까요.

나라 전체가 거대한 천혜의 자연인 뉴질랜드는 울어도, 웃어도 그저 나라며 토닥여주었다. [사진=조해리]
나라 전체가 거대한 천혜의 자연인 뉴질랜드는 울어도, 웃어도 그저 나라며 토닥여주었다. [사진=조해리]

그런 저를 묵묵히 안아준 것이 바로 자연이었습니다. 가로등도 없는 밤에 부서지는 파도소리와 하루루 폭포는 제 마음을 쏟아내라고 마중을 나오곤 했고, 내쉬는 호흡은 대기로 흩어져 작은 흠도 남기지 않았습니다. 아무렇게나 자라있지만, 서로를 맞대며 지탱하는 나무는 ‘너 있는 그대로 괜찮아’라고 무심하게 위로해 주었습니다. 나라 전체가 거대한 천혜의 자연인 그 섬나라는 울어도, 웃어도 그저 나라며 토닥여주었습니다.

방탄소년단 BTS의 노래 '러브마이셀프 Love myself' 가사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그저 날 사랑하는 일조차/누구의 허락이 필요했던 거야//왜 자꾸만 감추려고만 하니 가면 속으로/내 실수로 생긴 흉터까지 다 내 별자린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게 되면 실수조차도 아름다운 흔적이고 성장의 거름이 된다는 노래인데요, 국경을 떠나 많은 사랑을 받았던 이유는 그만큼 많은 분들이 같은 아픔을 안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저도 이 가사가 크게 공감되었었는데요. 뉴질랜드의 자연 속에서 치유하며 저에 대한 사랑을 깊이 체험했기 때문입니다. 스스로를 인정하는 것조차 다른 사람의 눈치를 봤던 꾸깃꾸깃한 저를 끄집어내어 펴낸 것은 뉴질랜드의 햇살이고, 별빛이었습니다. 그렇게 바라보니 제가 내는 목소리도 표정도, 살아있으니 그저 아름다운 것이더군요.

나를 인정하고 일어날 용기를 준 곳, 얼스빌리지

자연이 그렇게 저의 뇌와 마음에 있던 때를 벗겨주고 정화해주었다면, 북섬의 명소이자 명상 숲인 케리케리의 얼스빌리지(Earth Village)는 다시금 저를 세우는 용기를 주었습니다.

얼스빌리지의 탁 트인 언덕 위에 오도카니 서면 바람과 함께 비워지는 느낌이 듭니다. 숨쉬기만 해도 에너지가 편안하게 채워집니다. 뇌를 스쳐가는 두려운 감정, 미운 사람… 이들을 담대하게 받아들일 용기가 차오르는 것이 느껴집니다. 모든 것은 지나가리라. 생각도 감정도 지워진 상태에서는 내가 원하는 것이 더욱 선명하게 뇌에 떠오릅니다. 마치 영화처럼 이뤄진 모습이 보이는 것이죠. 바람이 두 팔을 슬그머니 밀어줍니다. 그래, 할 수 있어. 해보자!

실제로 자연 소리가 마음을 안정시키고 업무 효율을 높인다는 연구가 있는데요. ‘백색 사운드(white sound)’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 이런 소리를 들으면 뇌파(EEG)가 가라앉으면서 심신이 편안해집니다. 자연과의 동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지요. 애를 써서 무언가를 하려고 하지 않아도, 숨만 쉬면 명상이 됩니다. 얼스빌리지에 서면 자연 명상이 뇌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을 절로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마음이 열리면서 나뿐 아니라 더 많은 사람과 기쁨을 나누고 싶다는 큰 사랑, 홍익의 꿈이 절로 세워집니다.

"원시림으로 둘러싸인 영혼 완성의 120개 계단을 한 계단씩 걸어 올라가면서 자신이 지금 어디까지 왔으며, 어디를 향해 가고자 하는지 명상할 수 있다…… 우리 생명은 지금 이 순간도 아름답게 빛나고 있다. 그 생명의 에너지를 어디에 쓰다 갈 것인지를 온 마음으로 느끼고 선택한다면 우리의 삶은 더욱 찬란하게 빛날 것이다. " 이승헌 총장 , <나는 120살까지 살기로 했다 中>

뉴질랜드 명상여행은 이승헌 글로벌사이버대학교 총장이 3년 전 기획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뇌교육 창시자이자 세계적인 명상가인 이 총장은 뉴질랜드 자연에서 자신의 감각을 깨울 수 있도록 안내하였고, 지금은 그의 뜻에 공감한 명상 트레이너들이 자신을 만나는 여행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저 또한 명상 가이드를 하며 사람들의 표정이 변화하고, 관점이 바뀌는 것을 보았습니다.

얼스빌리지에서의 명상은 모든 오감이 열리며 특별한 잊지 못할 감동을 준다. [사진=조해리]
얼스빌리지에서의 명상은 모든 오감이 열리며 특별한 잊지 못할 감동을 준다. [사진=조해리]

뉴질랜드의 뜨거운 태양과 바닷가 절벽에서 느낀 에너지와 무언가가 나를 정화시켜 주었습니다. 탁 트인 얼스빌리지를 보며 "나는 지구시민리더이다"라고 외칠 때 설레기도 했고, 자신 있게 함성을 지르는 내가 당당하게 느껴졌습니다. 다음에는 가족과 함께 와서 이 느낌을 가장 소중한 가족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50대 회사원, 서울)

얼스빌리지에서의 명상은 모든 오감이 열리며 특별한 잊지 못할 감동을 주었습니다. 바위를 바라보며 명상을 하는데, 제 아이를 믿는다는 굳은 신념이 생겼습니다. 또 실수해도 지구가 다독여준다는 마음이 들어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40대, 아이와 함께 참석한 어머니, 서울)

자연, 그대로의 자연. 바라보는 대상이 아니라 나 또한 자연의 일부임을 알게 되는 곳, 뉴질랜드. 뉴질랜드 명상여행을 찾은 많은 분들이, 소중한 사람과 함께 다시 찾고 싶다는 감상을 남기곤 했었습니다. 소중한 사람과 함께 하고 싶은 곳이라는 것은, 그만큼 좋았다는 것이리라.

다음에는 그곳에서 함께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