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여행 동안 주로 뉴질랜드 북섬 노스랜드에 있는 케리케리(Kerikeri)에 머무르다 지난 1월 4일, 뉴질랜드에서 가장 큰 관광도시 중 하나인 로토루아(Rotorua)로 향했다. 예로부터 마오리족의 거주지로 현재까지도 그 전통이 남아있는 로토루아에 처음 들어서면 독특한 냄새가 가장 우리를 반긴다. 활화산 지대인 탓에 바글바글 끓어오르는 간헐천에서 공기 중으로 유황 냄새가 코끝을 맴돈다.

마오리족의 문화가 가장 두드러진 이곳 로토루아에서 기자는 마오리족 전통음식인 ‘항이(Hangi)’를 먹어보았다. 온천과 간헐천이 많은 탓에 땅의 온도가 매우 높아 예로부터 음식을 땅에 묻어 지열을 이용해 익혀 먹는 문화가 있다. 땅을 파고 지열로 달구어진 돌을 바닥에 깔고 그 위에 여러 가지 식재료들을 나뭇잎으로 싸서 돌 위에 올려놓는다. 그리고 흙을 덮은 뒤 3~4시간 정도 두면 음식물이 익게 되는 요리법이다.
 

돼지고기와 닭고기를 비롯한 육류와 옥수수와 감자 등 채소류, 그리고 해산물류 등을 땅에 묻어 지열을 이용해 익힌 음식 항이. [사진=김민석 기자]
돼지고기와 닭고기를 비롯한 육류와 옥수수와 감자 등 채소류, 그리고 해산물류 등을 땅에 묻어 지열을 이용해 익힌 음식 항이. [사진=김민석 기자]

기자는 항이 음식으로는 양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 육류와 호박, 고구마, 감자, 당근 등 채소류, 그리고 생선 요리를 맛보았다. 땅에 넣었다 뺐을 뿐인데 맛있게 익은 음식을 보니 군침이 돌면서 자연의 신비함을 활용할 줄 아는 마오리족의 지혜를 느꼈다. 마오리족은 불을 사용하기 전 음식을 익혀먹기 위해 항이를 이용했다. ‘땅 속의 오븐’이라 불리는 이 조리법 덕분에 마오리족은 각종 질병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었다.

항이는 향신료를 거의 쓰지 않아 향이 강하지 않고, 오랜 시간 익혀 식감이 부드럽고 담백했다. 기자는 고기가 조금 퍽퍽한 느낌이 들어 옆에 마련된 소스와 곁들여 먹었다. 자신의 취향에 맞게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항이는 단지 음식을 요리하는 수단일 뿐만 아니라 친구나 가족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사교모임이기 때문에 마오리족의 문화를 무엇보다 잘 느껴볼 수 있다. 로토루아에서는 일반 관광객들이 마오리족의 문화를 가장 쉽고 편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각 호텔에서 저녁마다 마오리 콘서트를 개최하고 있었다.

적을 위협하기 위해 추는 춤인 ‘하카(Haka)’와 둥근 공처럼 생긴 도구를 사용해 춤을 추는 ‘포이(Poi)’, 마오리족이 부르는 흥겨운 노래로 분위기가 한껏 달아올랐다. 관광객들에게도 전통 춤을 알려주며 자신들의 문화를 전하려는 마오리족 사람들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마오리족이 선보인 콘서트에서 그들의 흥겨운 노래소리에 맞춰 관광객들고 함께 춤을 추곤 했다. [사진=김민석 기자]
마오리족이 선보인 콘서트에서 그들의 흥겨운 노래소리에 맞춰 관광객들고 함께 춤을 추곤 했다. [사진=김민석 기자]

뉴질랜드 명상여행을 하면서 마오리족이 자연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체감할 수 있었다. 그들은 사냥과 채집을 통해 얻은 식재료들이 탕가로아(Tangaroa, 바다의 신)와 타네 마후타(Tane Mahuta, 숲의 신)의 선물로 생각했다. 그래서 먹을 만큼만 음식을 가져왔으며 항상 감사의 기도를 올렸다고 한다.

자연을 사랑하고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그들의 문화를 체험해보면서 그 소중함을 더욱 일깨울 수 있었다. 영국의 식민지였던 이곳에서 마오리족은 자신들의 문화를 지키기 위해 누구보다 애썼고, 자신들의 문화에 대한 강한 자부심이 있었다. 그 문화의 중심에는 바로 자연과 통하고자 하는 마음과 정신이었다. 어디를 가도 자연과 함께할 수 있는 명상여행을 통해 나 자신에게 집중해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행복한 시간이었다.

 

협조 : 명상여행사(http://www.meditationtour.co.kr)

 

뉴질랜드 명상여행 기획 - 힐링 in 뉴질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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