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기자로서 대한민국의 곳곳을 취재하던 필자는 ‘명상여행’ 이라는 이름에 이끌려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남반구에 발을 디뎠습니다. 그리고 뉴질랜드 명상여행을 하면서 자연 그대로와 하나 되는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되었습니다. 이후 명상여행 가이드로 약 2년 반을 그 새로운 땅에서 지냈습니다. 뉴질랜드 명상여행에서의 체험과 생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3편에 걸쳐 나누고자 합니다. 체험이니만큼 필자의 경험과 주관 또한 반영됩니다.

시시각각 다른 뉴질랜드의 하늘빛. 뉴질랜드의 첫 관문인 오클랜드 공항에 내리면 하늘빛에 한 번, 맑은 공기에 두 번 놀란다. [사진제공= 조해리]
시시각각 다른 뉴질랜드의 하늘빛. 뉴질랜드의 첫 관문인 오클랜드 공항에 내리면 하늘빛에 한 번, 맑은 공기에 두 번 놀란다. [사진제공= 조해리]

 

“뉴질랜드”라는 나라에 대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무엇인가요? 푸른 초원, 하얀 양떼들, 새큼한 초록 키위와 새콤한 과일… 장면은 다르더라도, 첫 이미지는 평화로운 자연일 것입니다. 뉴질랜드 명상여행 항공권을 끊기 전 만해도 ‘뉴질랜드를 잘 알지도 못하던’ 저도, 첫 눈에 반해버렸던 이유가 바로 ‘자연’입니다.

날 것 그대로의 생명력에 흠뻑 젖게 되는 곳

명상여행 가이드로서 가장 기뻤던 것은 그 천연 자연을 많은 분께 안내하고 함께할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투명한 햇살과 솔라 에너지(solar energy)가 여과 없이 전해지거든요. 하늘이 유독 가까이 내려앉은 듯 합니다. 비가 쏟아진 후 그친 하늘에는 고운 빛의 무지개가 땅의 이 끝에서 저 끝까지 길게 그려냅니다.

뉴질랜드 해변. 뉴질랜드 자연은 나의 삶에서 벗어나 지구의 오랜 역사와 공존하는 존재로서, 다른 이들과 공존하며 현재를 살아가고 있음을 알게 해준다. [사진제공=조해리]
뉴질랜드 해변. 뉴질랜드 자연은 나의 삶에서 벗어나 지구의 오랜 역사와 공존하는 존재로서, 다른 이들과 공존하며 현재를 살아가고 있음을 알게 해준다. [사진제공=조해리]

 

많은 분이 뉴질랜드의 첫 관문인 오클랜드 공항에 내리면 하늘빛에 한 번, 그리고 맑은 공기에 두 번 놀랍니다. 아니, 공기가 달다니요! 게다가 숲에 들어서면, 구불구불하게 서로 감싸 안은 나무들이 진한 생명력을 뿜어냅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 비해 식물 성장속도가 20배가 빠르다고 합니다. 3만㎢에 달하는 국립공원을 보유한 나라로, <반지의 제왕> <아바타> 등 영화의 배경이 된 이유를 알게 됩니다.

자연이 보존된 만큼 편리한 환경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래서 느낄 수 있는 특별함이 있습니다. 하루는 밤길을 걷는데, 너무 환한 것입니다! 그림자가 땅 위에 굉장히 짙게 그려졌거든요. '가로등도 없는데 이상하네'라며 올려다보았는데, 달이 어찌나 선명하던지! 순간, 온 몸이 벌거벗고 달 아래 서있는 느낌이었습니다. '아, 이 자연 속에서는 내 감정도 의식도 감출 곳이 없구나!'

얼스빌리지 120계단에서는 자신의 인생을 설계하는 명상이 절로 된다.[사진제공=조해리]
얼스빌리지 120계단에서는 자신의 인생을 설계하는 명상이 절로 된다.[사진제공=조해리]

 

처음에는 펼쳐진 대자연에 넋을 놓았다가, 시간이 흐르면 그 자연이 나와 연결되어 있음이 느껴집니다. 그게 관광과는 다른 '명상여행'만의 특별함인데요. 자연을 떨어져서 바라보는 존재로 두는 것이 아니라, 맑은 공기를 호흡하며, 선명한 빛을 담으며 느끼도록 이끌어 줍니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내면도 투명하게 들여다보게 되는 것입니다. 그야말로 자연 명상, 절로 명상이지요.

북섬의 명소인 명상 숲 '얼스빌리지', 120세 인생을 그리다

특히 북섬은 있는 그대로의 자연이 잘 보존되고, 자연과 상생하는 원주민 마오리족의 전통문화가 잘 살아있는 곳입니다. 뉴질랜드 북섬의 명소이자 아름다운 명상 숲 '얼스빌리지(Earth Village)'를 소개한 <나는 120살까지 살기로 했다>라는 책을 보면 그 깊이를 더욱 느낄 수 있습니다. 세계적인 명상가 이승헌 총장(글로벌사이버대학교)은 "얼스빌리지의 숲속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앉아서 숨만 쉬어도 된다. 숨이 어떻게 그렇게 깊어질 수 있는지, 달디단 숨을 왜 그렇게 자꾸만 들이마시고 싶어지는지 정말 신기할 정도다. [.......]나는 명상여행을 오는 사람들에게 간절한 화두를 품고 오라고 말한다. 자신의 고민에 답을 찾고 싶은 간절한 열망만큼 또렷한 메시지를 받게 된다. 깊은 숨을 통해 들어오는 자연의 생명 에너지가 온몸의 혈을 열어주면 자신을 겹겹이 싸고 있던 방어막이 저절로 해제된다. 복잡했던 생각이 멈추고 감정의 에너지가 정화되면서 자신을 정직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된다."라고 전합니다.

그의 안내를 따라 포근하게 감싸는 원시림 속에서 얼스빌리지를 걷다보면, 한 해 한 해 살아온 시간과 앞으로의 삶의 방향까지 보게 됩니다. 뉴질랜드 현지인뿐 아니라 미국, 영국, 일본, 한국 등 세계에서 지난 3년 동안 약 6천 명이 명상여행을 찾은 이유입니다.

삼천 년의 생명력을 전해주는 카우리 나무

뉴질랜드 자연이 주는 또 다른 선물은, 나의 삶에서 벗어나 지구의 오랜 역사와 공존하는 존재로서, 다른 이들과 공존하며 현재를 살아가고 있음을 알게 해주는 것입니다.

'숲의 신' 타네마후타. 와이포우아 숲은 뉴질랜드에서도 가장 잘 보존된 카우리나무 숲이다. [사진제공 = 조해리]
'숲의 신' 타네마후타. 와이포우아 숲은 뉴질랜드에서도 가장 잘 보존된 카우리나무 숲이다. [사진제공 = 조해리]

 

인류가 정착하기 이전에 뉴질랜드에는 포유류가 없었습니다. 새들만 살던 섬이라 합니다. 또한, 화산섬이자 습기가 많은 지형 특성으로 뱀이 없고 맹수가 없습니다. 참 평화로운 땅이지요. 뉴질랜드의 상징인 키위새는 날지 못하는 새로도 유명한데요, 날 필요가 없을 만큼 땅에 떨어진 열매나 씨앗이 풍부하고, 천적이 없어서라는 학설이 있습니다.

북서쪽 해안에 닿아있는 와이포우아(Waipoua) 숲에서는 수천 년 이상 살아온 것으로 추정되는 카우리나무(Kauri tree)를 만날 수 있습니다. 마오리 족은 카우리나무를 숲의 수호신이자 변질되지 않는 목재로 귀하게 보호합니다. 뉴질랜드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가 '숲의 아버지', 테 마투아 나헤리(Te Matua Ngahere)입니다. '숲의 신'도 있는 이곳에 관한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마오리족을 소개하며 더 들려드리겠습니다.

처음 숲의 아버지를 만난 순간, 뇌에 충격이 왔습니다. 생명에 대한 경외심이 절로 일어난 것입니다. 마오리 족은 "시간의 증거자로서 3천5백 년 전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이곳에 서서 역사의 흐름을 바라보고 있는 존재"로 그를 소개합니다. '숲의 아버지' 앞에 서면 고민하던 문제들이 낙엽처럼 스러집니다. 시간도 바람도 멈춘 듯, 순간 심장 박동이 카우리나무의 생명과 하나된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뉴질랜드에서 필자. [사진제공=조해리]
뉴질랜드에서 필자. [사진제공=조해리]

다음 편,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다시 오고 싶어요” 에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