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미술한류를 꿈꾸다
파리에서 미술한류를 꿈꾸다
  • 원암 장영주
  • k-spirit@naver.com
  • 승인 2018.12.28 11: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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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원암 장영주의 유럽화첩기행 13

미술한류를 꿈꾼다

모네, 고흐, 고갱, 드가, 세잔, 마티스, 피카소는 일본의 목판화 '우키요에'에서 영향을 많이 받았다. 이처럼 인상파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일본 미술을 태어나게 해준 나라가 있으니 바로 백제와 고구려이다. 고구려 승려로 학자이자 화가인 담징(579~631)은 일본에 종이, 먹, 벼루 제조법을 알려주고 법륭사 금당벽화를 그렸다. 일본 국보 제1호인 광륭사 '목조 미륵반가 사유상'은 백제에서 보내준 것으로 증명되고 있다. 고도의 기술로 쇠검 날에 금실로 상감을 한 '칠지도' 역시 백제 근초고왕(?~375)이 왜왕에게 하사한 검이다.

중국은 경제적으로 발전하자 미술에 천문학적인 투자를 한다. 그 결과 글로벌 예술품시장 상위 10대 예술품에 중국화가 4명의 작품이 포함된다. 그들의 작품은 총 거래액의 38%에 달한다. 그 중에서 장다첸(장대천)은 피카소를 제치고 1위를 한다. 한·중·일 삼국 중에 가장 열악한 것이 한국의 문화정책으로 정치적 편 가르기에 여념이 없다.

최근 유엔에서 연설한 우리나라의 '방탄소년단'은 2조원의 가치가 있다고 한다. 루브르 미술관을 찾는 사람들의 85%가 모나리자를 보기 위해서라고 한다. 모나리자의 가치가 2조원 정도이니 엇비슷하다. 그만큼 K-팝, K-드라마, K-뷰티, K-푸드까지 세계를 휩쓸고 있다. 유독 K-ART만이 뜨지 못할 이유라도 있는가! 한국미술이 세계를 풍미해서는 안 될 이유라도 있는가!

"사람 안에 하늘과 땅이 하나로 녹아있다."라고 인간을 가장 거룩하게 정의한 것이 우리의 철학이다. 세계에서 가장 간략하고 가장 심오한 우리 천부경의 ‘인중천지일’의 진리는 한민족의 건국이념인 '홍익인간' 정신의 근간이다. 이 정신은 아직 우리 이외의 세계 어느 나라의 미학에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아니, 영원히 발견될 수 없다.

들라크루아는 “나는 보이지 않는 것은 그리지 않는다.”라고 했고 피카소는 “나는 보이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는 것을 그린다.”고 했다. 이제 “나는 우주와 하나인 사람의 영혼을 느끼고 치유하기 위해 그린다.” 라고 당당하게 주장하는 화가들이 나와야 한다. 한국말을 쓰는 한민족의 일원 중에서 가장 먼저 나오길 바란다.

그때, 'K-ART'는 비로소 세상을 바꾸기 시작할 것이다.

우아일체, 유화, 장영주 작. [사진=장영주]
우아일체, 유화, 장영주 작. [사진=장영주]

 

파리에서 마지막 밤을

현지 음식을 만나는 재미도 여행의 기쁨 중 하나이다. 더구나 자타가 공인하는 맛의 대국 프랑스가 아닌가. 주식인 빵은 동네마다 대를 잇는 빵집이 있어 긴 바게트를 사가는 주민들의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프랑스의 빵 맛은 우리 제빵 기술과는 비교 불능이다. 바삭하고 촉촉하고 다양하고 무엇보다 얼마든지 리필이 가능하다.

귀족들은 그야말로 하루 종일 먹고 마시는 걸 낙으로 삼았다. 식사중 배가 부르면 다 같이 일어나 토하고 또 먹었기에 식탁 옆에는 항상 토한 음식용 그릇이 준비되어 있었다. 프랑스 음식은 되도록 국물을 만들지 않는다. 물을 넣어 음식의 양을 불리는 것은 손님 대접에 소홀한 것이라는 식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화장실이다. 이럴 때는 무조건 스타벅스 등 인근의 카페를 찾아 해결해야 한다.

'기드미슐랭'이란 잡지는 맛집과 숙박시설을 평가를 위해 일 년에 한번 출간하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이다. 프랑스의 유명요리는 많지만 굴과 달팽이 요리가 기억에 남는다. 프랑스 굴은 우리나라보다 늦게 자라는데 크기와 연도에 따라 한 마리씩 등급을 표기하여 아주 귀하게 대우하고 있다. 달팽이 요리는 살은 포크로 돌려 빼먹고 짭짤한 국물은 빵에 부어먹는다.

이때 등장하는 철제 집게가 흥미롭다. 마치 조금 넓은 핀셋 모양인데 양날 가운데 구멍이 뚫려있어 달팽이 껍질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고정시킨다. 루앙의 철공예박물관에서 본 수많은 철물들이 생각난다. 전시된 철제용품들은 크게는 대포, 총, 칼로 부터 아주 작은 다용도 주머니칼까지 용도에 꼭 맞는 기구를 다양하게 발전시켜 온 것을 볼 수 있었다. 마스터로부터 도제로 이어져 완벽하게 전승되어 온 아트(Art)이고 그들의 자부심이다.


외국여행이 3일을 넘으면 한식 금단현상이 나타난다. 이때 일행 중 누가 슬쩍 고추장이라도 내놓을라치면 관대하고 지혜로운 사람으로 존경을 받는다. 고추장은 식물성이고 치즈는 동물성이다. 까망메르치즈에 순창고추장을 발라 삼겹살처럼 구워 상추나 깻잎에 싸서 와인 한 잔 걸친다면. 우왕ㅡ!

5일째쯤이면 유난히 라면이 땡긴다. 라면의 위엄에 밤늦게까지 시달린다. 이럴 땐 아내가 찔러둔 컵라면이라도 한 봉 뜯자. 반으로 부러뜨린 나무젓가락으로 룸메이트랑 같이 먹다보면 동지애가 더욱 쌓일 것이다. 에스페로가 물릴 때쯤 되면 메이드 인 코리아의 믹스커피 한 잔 마셔보자. 입안이 개운해지며 즉시 당 보충 완료이다. 급하면 물에 타지 않고 그냥 입에 털어 넣고 우물우물 씹어 먹어도 커피는 커피다.

"파리여,
드디어 마지막 밤이군. 아듀라고는 하지 않겠어.
기약 없는 이별이란 말이기 때문이야.

대신 오늘밤은
오월 장미의 '샤넬 5'처럼 농익은 꿈이라도
꾸어 볼까 해.

굿나잇,
나의 연인 파리."

루앙의 철제공예품박물관. 각양각색의 철제공예품이 성당 하나를 통채로 가득 채우고 있다. [사진= 장영주]
루앙의 철제공예품박물관. 각양각색의 철제공예품이 성당 하나를 통채로 가득 채우고 있다. [사진= 장영주]

 


후기. 희망만이 희망이다.

이번 여행의 결론은 무엇이 세계 최고이며 세계최강인지를 확인하는 순간들의 연속이었다. 부와 전통과 역사가 쌓여진 격차를 절벽처럼 실감하면서도 우리의 희망을 모색하는 기회였다. 예술은 국경이 없지만 예술가는 국적이 있기에 우리의 가능성을 희구하기 때문이다. 미술한류를 이루려면 화가들도 반드시 우리의 철학을 알아야 한다. 당연히 역사, 문화를 공부해야 한다. 우리의 정신을 다 아는 것 같지만 막상 깊이 보면 그렇지 못하다. 그런 뜻에서 지구 반대편에서 한국의 예술과 정신을 전하기 위해 애쓰는 화가 손차룡 씨와 가족의 노고에 다시 박수를 보낸다. 그를 후원하는 현지기업가는 한국정신의 뿌리가 홍익인간의 세계관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혼자인 나를 따뜻하게 일행으로 맞이 해준 대전미술협회의 인연들께도 감사드린다. 특히 불편을 무릅쓰고 내내 방을 같이 쓰며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은 준우 님과 분명히 크게 성장할 친구들에게도 하이파이브를 보낸다.

로댕미술관과 모네의 오랑주리 수련전시관, 이응로미술관을 보지 못한 점은 유감이다. "사과로 파리화단을 점령하겠다." 던 세잔의 고향, 액상프로방스에 대한 아쉬움도 크다. 이브의 사과가 인류의 선악에 대한 성찰을, 윌리엄 텔의 사과는 자유를, 뉴턴의 사과는 물리학의 근본을 세웠다. 근대회화의 아버지 세잔의 사과는 그림의 역사를 영원히 바꾸어 놓았다. 이 모든 것을 더 찬찬히 돌아볼 수 없었던 점이 물론 가장 아쉽다.

우아일체, 장영주 작. [사진=장영주]
우아일체, 장영주 작. [사진=장영주]

 

고흐와 모네의 근거지는 세느강을 따라 가깝게 존재하고 있다. 날이 갈수록 두 사람을 칭송하고 존경심도 영원히 두터워져 갈 것이다. 그러나 두 사람의 삶의 모습과 결과는 차이가 극명했기에 준열한 화가의 삶을 더욱 깊이 관조할 수 있었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가?

살아남는 자가 강한가?

살아서 죽을 것인가?

죽어서 살 것인가?

화가들의 삶은 각자의 선택이지만 한국화단을 위한 사회전반적인 성장 동력 확보와 분위기 고양이 시급하다. 서울의 인사동이 몽마르트처럼 변질되지 않고 K-ART의 살아있는 심장이 되길 간절하게 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시 강조하지만 검불같은 정치논리를 초월하여 중국, 일본과 같은 실질적이고 효율적인 범국가적 문예진흥 지원책이 시급하다.

작년 미국에 이어 프랑스를 돌아보는 이번 여행은 혁신의 의미가 컸다. 나를 위해, 동행을 위해, 후학들의 희망을 위해 보고 느끼고 기록한다. 기록할 수 있어 기쁘다.

"희망만이 희망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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