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쌓아 올리다
빛으로 쌓아 올리다
  • 원암 장영주
  • k-spirit@naver.com
  • 승인 2018.10.17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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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원암 장영주의 유럽화첩기행3

저녁식사를 하러 루앙 대성당 앞을 가로 질러 간다. 루앙 대성당은 서기 1145년 시작되어 1544년에 준공된다. 웬만한 나라의 수명이 될 400년 동안 건축한 것이다. 인상파의 거장 모네(1840~1926)가 원숙해 가는 50대 초반에 빛을 쌓아 올리듯 그린 40여 점의 연작으로도 유명하다. 광장을 건너 상가 건물의 3층에는 당시 그가 두 달 반 정도 화실로 빌려 썼던 방이 아직 존재한다. 그 방에서 밖을 보려고 고개를 들면 웅대하고도 섬세한 70m높이의 고딕풍 주탑이 하늘 높이 솟아 있다. 고딕이란 '고트'족에서 유래한 “이상하고 새롭다”란 뜻이다. 성당의 종탑에 있는 '잔 다르크라'는 거룩한 이름의 종은 무게가 9,500kg에 달한다. 우리의 화강암과 달리 프랑스의 건축은 비교적 무른 석회암이라서 쉽게 마모되지만 성당은 특히 정성껏 보수·보존되고 있었다.

루앙시를 방문한 수원화성 무술시범단. 외국에서 만나니 더욱 반갑다. [사진=장영주]
루앙시를 방문한 수원화성 무술시범단. 외국에서 만나니 더욱 반갑다. [사진=장영주]

인구 100만의 루앙시의 시청 강당 전시장에 그림을 걸면서 주최자인 한국의 화가 손차룡 씨와 반갑게 만났다. 정부도 하기 어려운, 우리의 고유문화를 문화대국인 프랑스에 전하기 위하여 애를 쓰는 그는 남달리 투철한 홍익철학과 신념의 소유자이다. 큰 박수를 보낸다. 동행한 대전미술협회 회원들의 작품이 질과 양에서 훌륭하여 감사하고 기쁘다.

'쟌 다르크'의 고장

비가 온다. 북쪽의 노르망디주와 부르타뉴주는 바람이 많고 척박하여 포도주보다는 사과주인 '꺌바도스'와 치즈인 '까망베르'가 유명하다. 파리로부터 110km 떨어진 루앙시는 대서양과 파리의 중간도시로 영국과의 백년전쟁에서 '잔 다르크'(1412~1431)가 승리하고도 마녀로 심판 받아 화형당한 곳이다. 지금도 처형된 당시의 장터자리에는 시장이 성업 중이고 멋진 추모 성당이 건립되어 있다. 1456년 복권된 잔 다르크는 지금은 프랑스의 어머니로 추앙받게 된다. 같은 소녀 순국자인 유관순 열사가 떠오른다. 뜻을 이룬 분은 의사이고 애석하게도 뜻을 이루지 못한 분은 열사이다. 잔 다르크는 과연 의사인가? 열사인가?

루앙은 문화예술전통과 활동도 활발하여 16세기 프랑스의 유명한 극작가 '꼬르네'와 19세기 최고의 소설가로 '보바리 부인'을 쓴 '플로베르'가 태어난 곳이다. 프랑스 화가들은 미술대학교보다는 beatiful art 라는 뜻의 실기 위주의 '보자르'학교를 다닌다. 프랑스에서 보자르는 실력 있는 현장기술자를 양성하는 권위 있고 실질적인 교육기관이다. 바로 그 이름의 루앙시 '보자르 미술관'을 관람하였다. 드넓은 건물 안에는 교과서와 도록에서만 보던 고전과 시슬리, 르노와르, 모네 등 인상파까지의 수많은 명화가 즐비하게 전시되어 있었다. 루부르 미술관 다음으로 내실이 있다는 평을 받는다.

루앙 대성당을 본 뒤로 인상파와 스테인드글라스의 연관을 추론해 본다. 인상파의 빛은 수많은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 안에 이미 잉태되었다. 별관에서는 특별전으로 '마르셀 듀상'의 전시회가 열린다. 세계적인 명작의 원작들을 마음껏 보고 접할 수 있는 루앙시민은 마땅히 행복하다. 그 에너지는 전통이 되어 미래로, 후손들로 흘러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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