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앙의 골목을 걸어 보았는가? 두 사람도 비껴 지날 수밖에 없는 소시민들의 정겨운 거리이다. 몇 백 년 된 시민들의 집임에도 특유의 칸막이 공법으로 지금도 건재하다. 자연히 역사와 사람의 내음이 진하게 배어 있다. 루앙의 카페 모퉁이 길거리 의자에 앉아 진한 향의 ‘에스페로’를 마셔 보았는가? 프랑스인들의 제스처와 수다를 무심히 바라보며 또 다른 자유를 느껴본다. 프랑스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10~14세기 역사를 알아야 한다. 바로 루앙 대성당이 건립되고 현재의 프랑스가 형성되던 시기이다.

몽생미셀, 수채화. [그림=장영주].
몽생미셀, 수채화. [그림=장영주].

정갈한 시골 호텔에서 편히 잠을 자고 건강한 아침을 먹고 '몽셀 미셀'로 떠난다. 대천사 '성 미카엘 산'이다. 그러나 직경 500m 남짓한 바닷속 바위섬에 수백 년에 걸쳐 기적처럼 조성된 수도원이다. 조수간만의 차가 심해 기도를 하러 바다를 건너던 많은 수도승들과 신도들이 최근까지도 떠내려가 목숨을 잃은 곳이다. 강화도의 물이 들고 나는 뻘밭 위의 작은 바위섬 위에 세운 까마득한 첨탑이라고나 비유 할 수 있을까. 우리네 사찰의 기와불사처럼 섬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은 짊어질 수 있을 만큼의 돌을 지고 날랐다. 누대에 걸쳐 바다로 부터 하늘로 닿는 마음을 켜켜이 쌓아 올려 결국 지금의 불가사의한 기적을 이루었다. 프랑스는 국민이 6천7백만 명인데, 외국 관광객은 한 해 9천만 명으로 보고 싶은 곳 1위는 파리, 2위가 몽생 미셀이다. "베드로야, 내가 네 위에 교회를 세우리라."고 제자를 격려한 나사렛 예수의 마음이 절절하게 전해온다.

노르망디 작전

1962년 상영된 영화, ‘The Longest day’와 최근의 '라이언 일병 구하기'는 노르망디에서 벌어진 전쟁 이야기들이다. 서기708년 노르망디 지역의 '오베르 주교'의 계시에 따라 절해고도의 바위섬에 수도원이 건립되기 시작한다. 귀한 대리석은 멀리 이탈리아에서 가져왔다. 인근의 부르타뉴 지역은 척박한 만큼 단결력과 생활력이 강해 마치 우리나라의 함경도와 비슷하다고 한다. 자기들만의 말과 글이 따로 있어 지금도 후대에게 가르치고 있고 500년 전에야 프랑스의 일원이 되었다고 한다. 그런 강인한 성품들이 몽생미셀을 이루었을까.

몽생미셀은 노르망디와 부르타뉴주의 경계에 있다. 세대를 이어 끊임없이 조성되어 온 몽생미셀을 사람들은 세계 삼대 불가사의라고도 한다.

몽생미셀의 낙조. 수채화. [그림=장영주].
몽생미셀의 낙조. 수채화. [그림=장영주].

인간의 종교적인 신념이 얼마나 금석 같은가! 온 몸의 세포가 전율하는 감격과 두려움이 동시에 엄습한다. 종교적 신념이 강할수록 이교도와 타 집단에 대한 공격이 격화되어 온 것도 인류사의 엄연한 사실이다. 하늘의 창조주가 결코 우리만을 돌봐주신다는 신념은 우매한 집착과 잔혹한 폭력을 자아낸다.

반면, 한민족의 선조들은 "하늘은 너의 머리에 이미 내려와 계신다." 라는 가르침을 대대로 이어 주셨다. '너'란 남녀노소, 피부색, 국경을 초월한 모든 사람을 말씀하신다. 하늘이 모두에게 평등하게 임하시니 그 모두가 거룩할 뿐이라는 가르침이시다.

십자군전쟁, 백년전쟁, 세기의 현대전과 반면에 하늘에 닿으려는 지극한 창조가 극명하게 전개된 노르망디이다. 밀물과 썰물처럼 어둠과 밝음이 갈라지는 이곳에서 어둠도 밝음도 초월한 완전한 평화가 곧바로 펼쳐지기를 간절하게 기원한다. 새로운 노르망디 작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