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북부 노르망디의 루앙시에서 개최된 제6회 KOREA LIVE ROUEN 2018아트페어에 참가하였다. 자타가 공인하는 예술의 나라 프랑스를 열흘 정도로 알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기간이다. 하지만 오랜 기간 준비하였고, 일행이 모두 화가이었기에 낭비 없는 일정으로 짚어 볼 수는 있었다.

자정쯤 인천공항을 출발한 카타르(QATAR) 국적기는 베이징을 넘어 어둠 속으로 빨리듯 날아간다. 허리가 뒤틀리는 시간들이 지나자 흰 산맥들이 줄 이은 상공을 나는 비행기가 화면에 뜬다. 카자흐스탄의 '알마티(Almaty)' 부근으로 옛 이름은 '사과의 아버지-알마아타'이다.

나의 상념은 어느덧 30여 년 전으로 돌아간다. 우리나라와 소련이 아직 미수교국이던 때이다. 역사상 최초로 카자흐스탄 화가들과의 합동전을 위해 목우회 회원들과 함께 알마아타를 방문하였다. 깨끗한 공기와 순박한 사람들의 땅으로 독일계가 많았다. 카자흐스탄은 우리나라 면적의 12배로 알타이산맥과 천산산맥을 끼고 있다. 흔히 우리말이 우랄알타이계라고도 한다. 또 천산은 '한 탱그리 마운틴'으로 탱그리는 몽골, 터키,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말로 하늘, 또는 왕을 뜻한다. 우리도 하늘처럼 둥글고 실한 것을 '탱글탱글'하다고 한다. 탱그리를 한자로 쓰면 '단군'이다. 수도는 '아스타나'로 단군의 옛 조선의 도읍지인 '아사달'이란 뜻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그래서 그런가. 몇 해 전 카자흐스탄 정부는 단군을 주제로 기념금화를 주조하기도 했다.

"부디 비행기 놓치지 말고, 늘 성취하고, 언제나 행복하소서." 도하 공항에서 원암 장영주. [사 제공=장영주]

 

이 생각 저 생각 중에도 비행기는 거대한 중동사막을 가로질러 마침내 우리를 도하 공항에 토해 놓았다. 공항은 산유국답게 크고 고급스러웠다. 한밤중이라 파리행 비행기를 갈아타려는 승객은 잠깐 쪽잠이라도 자려고 몸을 움츠린다. 내 앞의 벤치에 인도계의 중년남자가 잠에 곯아 떨어졌다. 스케치북을 꺼내 누군가의 자식이고, 남편이고, 아버지이고, 부하이고 상사일 그를 그린다.

"부디 비행기 놓치지 말고, 늘 성취하고, 언제나 행복하소서."

그의 영혼에게 속삭인다. 이로써 이름 모를, 아마도 이승에서 다시 만날 수 없을 그의 영혼은 위로받고 힐링 될 것이다.

이것이 내가 그림을 그리는 유일한 목적이고, 프랑스를 만나려는 이유이다.